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聖骨과 賤骨

franthro2007.09.10 21:54조회 수 879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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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집에서 TV만 보면서 주로 시간을 보내는 관계로 자꾸 TV 프로그램에 관한 감상문을 올리게 되네요.  역사극 왕과비는 아주 오래전에 방영되었던 작품이지만 이제 또 봐도 역시 흥미진진하군요.  그런데 오늘 본 장면에서는 세조가 술을 마시면서 발악을 하다시피 소리치며 내뱉는 대사중에 흥미로운 부분이 있어서 여기에 대강 옮겨적어 봅니다.

어느 날 집현전에서 병서를 편찬하다가 불현듯 잠이 들었을때 아버님인 세종대왕이 갑자기 찾아오셨으나 그냥 가만히 잠든척하고 있을때 부왕이 곤룡포를 덮어주고 혼자서 혀를 차며 중얼거리기를 뛰어난 재주의 반만큼이라도 덕이 있었다면... 하는 소리를 들었다네요.  세조왈, 세종이 이미 그때 자기가 천골임을 알아본 것이라고 눈물을 흘리며 소리치는 장면이 나오던데...

왕족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스스로를 천골이라고 비하하여 표현하는 것이 있을법한 일인가하는 궁금중이 생기더군요.  사극이야 어차피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하여 만들어내는 것이고, 구중궁궐 깊숙한 곳에서 5-600년전에 한 나라의 제왕이 술을 마시면서 무슨 말을 어떻게 했었는지 누가 알겠습니까만은 그래도 실록이나 야사에 혹시 그와 관련된 내용이 있을까하는 호기심이 새록새록 생겼습니다.

게다가 단종을 영월로 보내고 단종비를 따라가지 못하게 하였으니 이는 후사를 잇지 못하도록 하여 혹여라도 나중에 있을지 모를 후환의 씨앗을 아예 없애겠다는 것이고 지금처럼 교통이 발달한 때에도 서울에서 영월이면 참으로 먼 거리인데 그 시대에 한양에서 영월이라면 이건 뭐 거의 저 세상 끝이라고 표현해도 좋지 않을까요?  

마음이 찡하네요.  누가 보면 알콜 중독인줄 알겠습니다만 술이나 한잔 하고 자야겠습니다.

p.s. 역사 얘기를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타성을 언급하게 되는데 그 입을 잘못 놀리면 아주 곤란한 지경을 당하는지라 이런 게시판에 무거운 얘기를 쓰는 것은 당체 어울리지가 않겠습니다만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개국하고 고려의 씨를 말리고자 몰살시킨 왕씨의 숫자가 말그대로 헤아릴 수가 없다고 하네요.  강화도나 거제도에서 살게 해주겠다고 속여 집단으로 이주시킨후 배에 모두 태워서 바다로 싣고 나가 구멍을 뚫어 수장시켰으며 그 와중에 살아남은 왕씨가 몇안된다고 합니다.  그런 정도니... 왕권을 지키기 위해서 조카를 멀리 귀양보내고 끝내 죽이는 일쯤이야 뭐... (저의 어머님이 全씨인지라 왕씨가 어떻게 다른 성씨로 변성명을 하여 목숨을 보전했는가 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위와 같은 방법으로 거의 모든 왕씨들을 죽이다시피 했다는 것은 최근에서야 알았으니 저도 정말 역사에 무지한채로 살아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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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권력의 그늘이지요.
    권력이란 아편과 마찬가지라서 그 독성 또한 만만찮습니다.
    이조시대의 왕들 중 3분의 1이 독살당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권력을 지키기 위해 가까운 혈족도 모조리 죽이는 결단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최고 권력은 늘 불안에 시달려야 했겠지요.

    저는 권력에 취해 보지 않아서 그 단 맛을 몰라서 그렇겠지만
    조선을 막론하고 어느 나라의 왕들도 결코 행복했을 거라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왕권이란 막강한 권력의 이면을 들여다 보면
    인간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자유를 가장 속박당하면서
    산 사람들이 왕들이기도 합니다.

    어쩌다 쌀 한 줌을 얻은 가난뱅이가 음미하면서 먹는
    꽁보리밥 속에 간간이 섞여 있는 쌀밥의 기막힌 맛을
    어찌 왕들이 알았겠습니까..ㅎㅎㅎ
  • 아이구~!!^^
    정말로 오랜만이십니다...프랑쓰로님....건강히 잘 지내시는지요...
    오랜만의 글을 접하니,
    그저 반갑기만 합니다...서울로 다시 입성 하셨다는 소식이 있던데요.
    언제 함..탁주라도 한되빡 하시쥬...^^ㅎ
    늘...건강 하시길 바랍니다...^^
  • franthro글쓴이
    2007.9.11 06:43 댓글추천 0비추천 0
    靑竹님, eyeinthesky7님 안녕하세요. 서울로 가야하는데... 새로운 세입자가 아직 안나타나서 여전히 대구에서 비비적대고 있습니다. 여기 왈바에서 off-line 활동도 많이 하시고 댓글도 많이 달아주시고 글도 많이 올리시는 몇몇 분들을 왈바지킴이라고 불러도 될런지 모르겠는데... 역시나 두분께서 댓글을 달아주시니 감사합니다. 저는 원체 이기적 인간인지라 내키면 들어와서 잡글이나 쓰고 안내키면 조용히 눈팅이나 하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게 최고 편하다고 생각하는지라... 거듭 감사드리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 franthro글쓴이
    2007.9.11 07:13 댓글추천 0비추천 0
    로그아웃하려다 댓글하나 더 달아봅니다. 고려는 신라를 접수하여 저런 식의 대규모 살육과 학살을 행하지 않고 신라 왕족과 귀족들을 그 신분과 지체에 따라 합당한 지위를 주고 모두 포용해서 잘 살았다고 하는데 어째서 500년후 나라가(고려가) 망하면서 그런 험한 꼴을 당하게 되었을까요... 과연 인과응보라는게 있기나 한건지... 우리네 일상생활에서도 그렇지요. 내가 타인에게 잘해준다고 하여 그게 반드시 좋은 결과로 내게 돌아오는 것만은 아닌가봅니다.
  • 술 조금만 드세요 ㅎㅎ
  • franthro글쓴이
    2007.11.28 15:27 댓글추천 0비추천 0
    잠시 왈바에 글쓰기를 자제하는 가운데 제가 과거에 썼던 글들을 읽어보고 있었습니다. 러브님의 댓글을 이제서야 뒤늦게 봅니다. 저 사실 술 안마십니다. 여름에 더운날 목마를때 맥주캔 하나정도 마실뿐이니까요... 술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래서 사회생활에 지장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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