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911 다큐멘타리를 보면서...

franthro2007.09.12 12:22조회 수 1243댓글 6

    • 글자 크기


어제던가 그저께던가 TV에서 미국의 911 참사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방송하더군요.

음모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참으로 보는 내내 눈시울이 붉어지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것이 어떤 계기로 발생한 사건이건간에 그것과는 상관없이 사건당시 빌딩안에 있던 사람들이 처했던 끔찍한 극한상황과 그 속에서의 삶과 죽음을 상상하자면 말로 형언할 수도 없고 단순한 슬픔의 감정도 넘어서는 어떤 깊은 전율이 마음속 깊은데서부터 북받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그 초고층의 빌딩에서 구조의 희망도 없이 불길을 피해 창가로 몰린 사람들이 물끄러미 밑을 내려다보고 있는 장면을 목격한 어떤 사람의 말에 따르면 한쌍의 남녀가 그렇게 밑을 내려다보다가 서로가 서로에게 손을 내밀어 마주잡고 같이 뛰어내리는 장면을 보았다고 하는데 그말을 들으면서 인간은 결국 누구나 혼자일 수밖에 없다는 것과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손을 맞잡고 뛰어내린 남녀처럼 누군가에게 팔을 뻗고 손을 잡아 사랑을 표시하고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고자 하는 그런 모습속에 우리 인간의 나약함과 강함이 또한 실존이 다 포함되어 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같이 근무하는 나이많은 미국인 매니저가 두어달전에 사무실에서 피를 토하는 모습을 보았더랬습니다.  그분이 평소에 간염이 있어서 병원치료도 받았었고 식생활에도 무척 조심하는 모습을 매일 옆에서 지켜보기는 했었지만 그렇게 바로 내 앞에서 피를 토하는건 처음이었습니다.  선지덩어리같은게 속에서 막 나오더군요.    옆에서 부축을 하랴, 구급차를 부르랴 정신이 없었는데... 다행히 그 일 이후에도 계속 사무실에 출근하며 일을 하셨고, 내가 사무실을 떠나는 날에는 다음 세상에서나 보자는 말을 제게 하더군요.  그때도 저는 그냥 Take care of yourself... 이 말밖에는 달리 특별히 할말이 없더군요.  참 산다는게 뭔지... 그런가하면 제 친척중에는 간염, 간경화증세를 갖고 있다가도 신앙의 힘으로 극복한 분도 계십니다.  요상스런 안수기도나 이런거 말고 절실한 신앙은 반드시 투병에 도움이 되면 되었지 나쁜 것이 아니라고 저는 믿습니다.  병에 걸려서 이렇게 죽는 것도 다 하느님이 나를 일찍 부르시는 것이지... 이렇게 생각한다면야 할말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고 삶에 의지가 있고 병과 싸울 마음이 있는 사람에게 신앙은 눈에 안보이는 가장 위력이 큰 치료제가 될수도 있다고 저는 개인적으로 믿습니다.


게시판에 자신의 신상에 관해 또 주변 사람들에 관해 무슨 좋지않은 소식을 전하는 분들을 접할때마다 저는 뭐라고 할말이 없네요.  천성이 게으르고 이기적인 탓도 있지만 말로 아무리 힘내라고 용기를 내시라고 해봤자 그게 무슨 도움이 될까 하는 그런 생각도 들고, 힘들고 어려운 극한 상황에서 우리 모두는 혼자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에도 그렇습니다만... 그래도 저도 어쩔 수 없이... 그런 분들 모두 힘을 내시라고 이렇게 또 따로 글을 적고 있습니다.   제가 사실 다른 분들의 댓글같은 것에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은지 오래되었지만(물론 댓글달아주시는 분들께 감사하지만요) 혹시라도 자기 글에 댓글이 없다하여 사람들이 내 일에 관심이 없구나하고 생각지 마시고 주어진 상황에 잘 대처해나가시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 글자 크기
인디 참가 신청을 했습니다. (by 뻘건달) 바보 같은 거래가 맞을까요? (by dalmok)

댓글 달기

댓글 6
  • 병마를 극복하고,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은 운명이라기보다는 의지의 결과물이라고
    보아야겠지요.
  • xc
    2007.9.12 18:07 댓글추천 0비추천 0
    항상 글 잘읽고 있습니다...
  • franthro글쓴이
    2007.9.12 21:55 댓글추천 0비추천 0
    너무 무거운 글을 썼다는 생각이 듭니다. 힘과 용기를 드리기는커녕 오히려... 정반대의 부작용이 있을지도... 어쭙잖은 글보다 침묵이 더 나을뻔 했습니다만 제 글 하나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악영향을 받을만큼 약한 분들은 아닐꺼라고 애써 자위하면서 잠자리에 듭니다.
  • xc
    2007.9.13 11:45 댓글추천 0비추천 0
    전혀 무겁지 않습니다. 인터넷에는 시끄러운 반응을 일으키는 종류의 글이 댓글을 많이 유도하지만 너무 옳은 얘기를 적어 놓으면 읽는 사람은 그대로 받아들이며 행여 댓글 조차도 적는걸 잊습니다.

    하지만 읽는이에게 댓글을 달며 시간을 보내는 대신 그시간에 오히려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들지요. 이런 글들이 인터넷에서는 필요합니다.

    침묵은 상대에게 동조의 표시이며 또한 긍정의 표시입니다. ^.^
  • franthro글쓴이
    2007.9.13 12:11 댓글추천 0비추천 0
    말이 말을 낳는다고 요새 참 언어적 소통의 어려움을 부쩍 실감하고 있습니다. 말로 오해를 사기도 쉽고 하니까 나름대로는 돌려말한다고 한 것이 오히려 직설적으로 간단히 말하는 것보다 더 못한 결과를 낳는 것 같습니다.
    - 줌마님... 혹시 제 글을 읽으시거든 간염 환자가 피를 토하고 어쩌고 한 것에 너무 괘념치 마시기를 바랍니다. 제가 윗글에서 언급한 분은 아주 중증이었거든요. 그리고 가끔 게시판을 읽다보면 댓글로 관심을 보여달라고 호소하시는 줌마님의 글을 보곤 하는데 해당 글에 직접 댓글을 달지 않더라도 저처럼 마음으로나마 응원하는 사람도 있으니 댓글같은 것에 상관치 마시고 힘내시기 바랍니다.
    - xc님 칭찬 감사드립니다. xc님 같은 숨은 독자를 생각해서라도 글쓰는데 더욱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 잘 읽었습니다~ 맞는 말씀들 뿐이네요 ㅎㅎ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드디어 복구했습니다. 와일드바이크 심폐소생의 변!40 Bikeholic 2019.10.27 3105
12843 자전거 산다고 해놓고 잠시 종적을 감추었던 줌마입니다25 줌마 2007.09.12 1544
12842 솔로의 장점 vs 커플의 장점6 네발자전거 2007.09.12 1049
12841 건강주의보! (MBC뉴스를 보고...)13 Bluebird 2007.09.12 1260
12840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18 키큐라 2007.09.12 1120
12839 인디 참가 신청을 했습니다.4 뻘건달 2007.09.12 650
911 다큐멘타리를 보면서...6 franthro 2007.09.12 1243
12837 바보 같은 거래가 맞을까요?10 dalmok 2007.09.12 1045
12836 인디페스티발...2 뽀스 2007.09.12 658
12835 차량 기름때 제거하는 물티슈가 범인일까...6 sancho 2007.09.12 1245
12834 자전거 벽걸리..6 my15my15 2007.09.12 975
12833 가을 황사에 관한 小考.7 더블 에스 2007.09.12 527
12832 "가을 탈모"조심.12 더블 에스 2007.09.12 946
12831 밤 한 톨씩만 드세요.20 구름선비 2007.09.12 1030
12830 삼성산 a코스 조심 하세요8 enno 2007.09.12 1004
12829 씁쓸.......7 icadoo 2007.09.12 737
12828 귤껍질의 암치료 효과...8 sancho 2007.09.12 736
12827 경기도 산본 수리산 통제에대한 시청공무원 공청회결과15 수리산사랑 2007.09.12 1411
12826 와일드바이크 저지16 olive 2007.09.12 1160
12825 산악자전거 즐겨찿기 어디서 구할수 있나요?7 bikefun 2007.09.12 855
12824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닷7 kjixpower 2007.09.12 517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