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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아가씨

franthro2007.09.14 08:53조회 수 2585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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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께서 제 글을 비롯한 다른 분들의 글에 하나하나 일일이 댓글을 달아주고 계시길래 대체 이분이 어떤 분인가 하고 잠깐 검색을 해봤더니 쓰신 글중에 러시아 아가씨들에 관한 얘기가 있더군요.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오는데 저도 러시아 아가씨와 관련하여 똘아이짓을 했던 얘기를 잠깐 적어볼까 합니다.

제가 아마 러시아 아가씨들이 바텐더로 나오는 칵테일바에 대해 잠깐 언급했던 것이 5월로 기억하는데 그 바텐더들중 한명에게 미쳤더랬습니다.  이 아가씨가 우리말도 아주 잘할뿐더러 미색이어서 남자의 마음을 설레게하는 뭔가가 있더군요.  저만 그런게 아니라 그 아가씨에게 선물공세를 펼치는 남자들이 한둘이 아니었으니까요.  머리카락이 금발도 아니고 키가 늘씬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한국여성 평균키에 가까왔는데 그것이 또 친근감을 더하는 요소였나봅니다.  암튼지간에 저는 5월의 어떤 날 처음으로 우연히 그 칵테일바에(섹시바나 이런 것이 아닌 평범한 칵테일바였습니다) 들러서 그 아가씨한테 마음을 빼앗겼는데 혼자서 궁리하기를, 안되겠다... 빼앗긴 내 마음을 다시 찾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그 방법이 무엇이냐.  옛날에 어떤 국산영화를 보니까 남녀가 아주 둘이 서로 좋아서 죽고못사는 커플이 있었는데 자동차를 타고 멀리 데이트를 나갔다가 우연히 뒤트렁크에 둘이 갇히게 됩니다.   이 커플... 거기에 그렇게 갇혀서 살을 찰싹붙이고 땀뻘뻘 흘리고 있다보니까 짜증을 내면서 서로를 극도로 증오하게 되더군요.  입에서는 막 거친 욕이 나옵니다.  그래서 왜 이런 말도 있지요.  누군가 깨뜨려버리고 싶은 관계가 있으면 둘 사이를 못만나게 하는게 아니라 서로 싫증이 나도록 매일같이 보게 해주면 된다나 어쩐다나... 뭐 자주 보면서 더 정이 들수도 있겠지만 암튼지간에 저도 그 작전을 쓰기로 하였습니다.  매일같이 그 칵테일바에 찾아가는 것이지요.  원래 짝사랑이라는 것이 상대방의 실체와는 관계없이 자기 멋대로 만들어낸 허구의 이미지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법입니다.  그 사람의 실체를 알아가면서 또는 알고 난 후에 그런 짝사랑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래서 두달을 매일같이 찾아갔습니다.  주로 칵테일 두어잔을 마시고 오는 때가 많았고 술을 별로 안좋아하니 저녁대용으로 안주만 시켜도 되냐고 물어보고 그것만 먹고오는때도 있었고 어떤 때는 칵테일바가 끝나는 시각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어본 적도 있었고 별별 생쇼를 다했더랬습니다.  그렇게 하고 나니 빼앗겼던 제 마음 다시 저절로 제자리로 찾아오더군요.   우리나라에서 8년 이상을 지냈다니 그동안에 겪은 우여곡절이야 굳이 그 사람 입을 통해서 듣지않아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겠고 전국 곳곳의 호텔바에서 일하면서 처음에는 월급도 떼어먹히기 일쑤였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그런게 아니었습니다.  이 아가씨가 우리말도 잘하고 그래서 잘 통할줄 알았는데 뭔가 <통하지가> 않는 것이었습니다.  항상 일정한 벽이 느껴지더군요.  그 벽이 언어의 장벽이 아니었습니다.  뭔가 일정한 부분을 넘어서면 자기 얘기를 잘 안하더군요.  나중에는 제 마음속에 느끼기를 아... 내가 도저히 속이 답답해서 못견디겠다고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렇게 서서히 정리가 되어가던 무렵 저는 그 아가씨에게 묻기를 사는게 무섭지 않냐고... 이제 나이가 더 많아지면 빠에서도 일을 못할테고 혼자서 어떻게 할거냐고 나는 사는게 무섭다고 그랬더니 그런 질문을 하는 내가 이상하다는듯이 빤히 쳐다보면서 무섭긴 뭐가 무섭냐고 자기는 아직 힘이 남아있어서 일을 할수가 있고 일을 못하게 되면 결혼하면 된다고 말하더군요.  고양이를 좋아하던 그 아가씨...  누구와 만나서 어떻게 살런지 모르겠지만 잘 살기를 빌어봅니다.  머나먼 타국땅에 와서 그 오랜세월 고생하면서, 집에 송금하면서 그게 보통일이 아니지요.  허나 저와는 아니었습니다.  안맞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대구에서의 기묘한 로맨스도(저 혼자만의?)  막을 내렸습니다만... 아마도 고양이 좋아하는 사람하고는 안맞나봅니다.  

p.s. 제가 고양이와 개는 서로의 신호를 정반대로 해석하기에 만나기만 하면 싸우는거라고 말했더니 그게 아니라고...개와 고양이도 둘이서 같이 키우면 사이좋게 잘 지낸다고 화를 내며 반박하던 모습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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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
  • ㅎㅎ 저에 대한 이야기 같으신데요 제가 뎃글을 달기 시작한게 아마 3달정도 되어 가는군요

    모든글에 뎃글을 단다는 것은 ... 처음와서 글쓴분들이 글을 쓰셨는데~ 한분도 뎃글을

    안달아 주시는 분들이 있기때문에 저라도 뎃글을 달아드리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십자수님과의 약속도 있고요 ㅎㅎ 저도 가입한지는 오래되었지만 글을 올리면 뎃글 다시는

    분이 없어서 좀 소외되는 느낌도 받았던 터라 ...뎃글 하나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백지장도 맞들면 낮다 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슬픔은 나누고 기쁨은 함께하면 얼마나

    좋은 사회가 될까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 여러분들도 같이 뎃글 달아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그러면 글쓴분들이 얼마나 기뻐하겠습니까~ 관심이라는걸 뎃글 하나로

    만들수 있는것 아닙니까 ㅎㅎ ~

    러시아 아가씨와의 짝사랑은 문화의 차이로 멀어지게 된거 같습니다 ~

    인연이 아니셨나 봅니다 ㅎㅎ 저두 사실 결혼 못할줄 알았는데 ~

    인연을 만나게 되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저처럼 못난놈도 인연이 있는데

    모든 분들 다 인연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ㅎㅎ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십시요!!
  • franthro글쓴이
    2007.9.14 09:48 댓글추천 0비추천 0
    러시아가 워낙 땅이 넓은데다가 사람도 많다보니 뭐라고 한마디로 규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것 같습니다. 러시아 서쪽은 유럽사람들에 가깝고 러시아 동쪽은 아시아에 가깝다보니 생긴것이나 특성또한 차이가 많이 날테구요.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러시아 여성들이 주로 윤락이나 유흥업과 관련된 일에 종사하게 된다는 것도 모르는 바가 아니지요. 허나 또 어떤 분들은 오히려 우리나라 여성들과 대비하여 러시아 여성들이 대체로 계산이 없고 순박하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고 각자 자기 경험한 바에 따라 말들이 다 다른 것 같습니다. 둘이 서로 정말 좋아하고 사랑한다면야 러시아 여성이라고(러시아뿐 아니라 그 어느 나라라도) 뭔 상관이겠습니까. 노래나 한곡 감상하시지요...
    http://bbs3.worldn.media.daum.net/griffin/do/country/bbs/read?bbsId=C003&articleId=5901&pageIndex=1&searchKey=subject&searchValue=%C0%DC%C8%A4%C7%D1
  • franthro글쓴이
    2007.9.14 10:54 댓글추천 0비추천 0
    한가지 더 적자면, 그 아가씨에게 참 미안한 마음입니다. 손님이라는 잇점을 이용하여 매일같이 찾아와서 이상한 질문이나 해대고 그랬으니 화를 내고 싶어도 참아야 했을테고... 얼마나 거북스러웠을까요. 아마 저같아도 처음에 호감이 있다가도 없어졌을겁니다. 또 그게 제가 처음부터 목적한 바였구요. 한국보다 러시아가 훨씬 더 살기에 무섭다고 했던 말이 생각나는데 어디에 가서든 잘 살았으면 좋겠네요.
  • 글 잘 읽었습니다...내용도 내용 이지만
    글 맵시가 차분하신게 한편의수필을 본듯합니다... ㅎ ㅎ ㅎ
  • 무엇 보다도 프랑쓰로님의 글을 자주 접할 수 있다는데
    대하여,
    개인적으로 기분이 좋습니다.

    러시아든, 그 어떤 나라든간의 외국인들 좋은 사람은 좋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또 그렇겠죠.
    우리 한국에도 그렇듯이 말이죠.
    사고의 차이나 생각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람의 마음이나 사랑하는 것에 대한 감정만은 다 똑 같지 않을까 합니다.

    사람이 뭔가를 구분짓고 경계선을 그어 버리는 것이야 말로
    오만함과 자만심에서 오는게 아닐까 합니다.
    그것의 극치는 바로 국수주의나 민족주의일 겁니다.

    글 감사히 잘 읽어 봤습니다.
    앞으로도 좋은글 자주 올려 주세요...^^
  • 상대방이 누구든 상관없이 순수함이 느껴집니다.
    이런 총각들 다놔두고 처자들을 다 어디간겨?
    유흥업소가 많아진것도 원인중에 원인.
  • franthro글쓴이
    2007.9.14 11:59 댓글추천 0비추천 0
    이런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그 아가씨에게는 실례이고 저라는 사람의 격이 하품이라는 것을 말해주는겁니다요... 제가 만일 어떤 여성에게 진심어린 연애편지를 썼는데 그 여성이 자기 싸이나 블로그에 그런 내용을 언급하면서 저를 두고 이런저런 글들을 올린다면 만일 우연히 그런걸 제가 읽었다고 쳤을때 그 심정이 어떨까요... 별로 좋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뒤늦은 생각이지만, 다른 사람들에 관해서 특히 제가 알았던 이성에 관해서 공개게시판에 쓰는 일은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별로 안좋거든요. 그나저나 저 러시아 노래 너무 슬프지요?
  • 조그마한 카페의 분위기가 우러나오는 글이었습니다.
    덕분에...영화이야기도 알고 몇 곡의 음악도 듣게 됩니다.

    고맙습니다.

    사람의 관계야 주고 받는 것이라...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면 될 듯ㅎ...^^*
  • franthro글쓴이
    2007.9.14 12:16 댓글추천 0비추천 0
    러시아 음악에 관해서는 Irish/Scottish 음악과 함께 뭔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에 와닿는게 많다고 전부터 느끼고 있었는데요... 우리가 많이 아는 심수봉씨 번안가요인 백만송이 장미도 그렇고 심금을 울리는 노래가 많더군요. 아래 링크는 현대 러시아 가수인듯 싶은데 미남청년의 느끼한(?) 미소와 함께 고음이 아주 일품입니다. 가성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집착할때 생기는 괴로운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한번 감상해보세요. 화면을 아래로 스크롤하시면 됩니다.
    http://blog.daum.net/jv-eun/8959795
  • 갑자기 며칠전 '자유'에 대해 하던 얘기가 떠오르네요 ^^.. 윗글에서 다시 자유를 느끼는 것이,, 관습에 대한 이해와 포용, 관용 역시 자유로움이란 생각이 듭니다.. 집착과 불인정과 배타심이 있다면 사랑의 감정같은건 애초에 안생겼겠죠?? 자유란 것이,,,엊그제만 하더라도 돈이 많다거나 이런저런 외적 조건들이 더 좋다면 보다더 자유롭지 않을까?생각했는데,, 지금은 마음을 놓는 것,포용하고 이해하는 것, 집착과 불인정,배타심을 버리는 것이 자유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것도 '자유'란 말에 대한 집착인가?? ㅎㅎ.. 아무튼 franthro님의 글과 바로밑 꼬리글을 읽으면서 갑자기 자유란 말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프란스로님은 저보다는 자유로운 분 같네요 ^^
  • 프란쓰로님! 음악 잘 들었습니다. 소름이 돋더군요....................
  • franthro글쓴이
    2007.9.14 15:57 댓글추천 0비추천 0
    댓글은 안달았지만 키큐라님 글도 읽었더랬습니다. 그런 정도로 마음이 아픈 상태에서는 다른 사람이 하는 어떤 말도 사실 위로가 될 수가 없지요. 아마도 저런 음악을 듣는 소감 역시 남과는 다르실듯 합니다. 가사도 음미하실거고... 사람때문에 너무 마음고생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아마도 저처럼 허튼 짓 하면서 괴로워하신게 아니라 더 속깊고 애절한 사랑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만 그런걸 여기에 제가 키큐라님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체 한다면 우스운 일이겠고 제 댓글이 혹시 앞뒤 정황에 맞지 않더라도 이해해주세요.)
  • 제목만 보고 불순한 생각을 했었는디
    로망스가 이런거 아닐까 싶네요
  • franthro글쓴이
    2007.9.14 18:28 댓글추천 0비추천 0
    ksc4758님... 로망스 No... 적나라하게 말씀드려서 유흥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표현을 빌자면 혼자서 진상을 떨었다고나 할까요... 물론 제가 거기가서 어떤 괴이한 행동을 했던 것은 아니고 기본적인 매너는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매일같이 찾아갔던 것 자체가 사실은 좀 불공정한 플레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일 제가 밖에서 그 아가씨랑 만나고자 했다면 그렇게 매일 만나는게 가능하기나 했겠습니까. 혼자서 환상을 품고 속앓이를 많이 했겠죠. 손님의 입장을 십분 이용하여 그 환상을 깨버렸으니... 저야 목적을 달성했지만 그 아가씨한테 미안한 생각이 든다고 한거구요... 어떤 면에서는 비겁한거지요. 이제 그런 일은 안하렵니다. 하긴 그 두달간 찾아갔던 것도 아마 억지로 누가 시켰으면 못했을겁니다만... 어쨌거나 그 일은 종결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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