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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과 노동

Objet2007.09.20 11:33조회 수 548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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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출근 길에 공사현장으로 가는 어떤 덩치 큰 사람들을 보고 문득 옜날 생각이 났습니다.

옛날 학창시절에 같은 과 어떤 친구는 한 등치하는데다 오랬동안 헬스클럽에 다녀서
몸매가 왕자에 역삼각형이였습니다.  갑부 아들이였던  그는 성격도 서글서글해서
따르는 친구들이 많았지요. 그와는 팔씨름을 겨뤄 당할 자가 없었습니다.

저는 여름방학 때 학비를 벌기 위해서 막노동판에 뛰어들었습니다.
제 아버지는 고2 때 고혈압으로 돌아가셨기에 대학등록금과 집 생활비를 같이 벌어야만
했습니다.
미대 출신 학교선배 분의 소개로 간 그 공사판은 일당이 조금 쎈 곳이였습니다.  
그 만큼 힘든 일들이였고.
멘션 아파트라는 이름이 처음 나왔던 시기라 내부 인테리어를 고급스럽게 했습니다.
나로서는 그런 일은 처음하는 것이라 온갖 일을 다 해야 하기 때문에 방학 때마다 하던 다른
공사판일 보다 더 힘이 들었습니다.  체력은 약골이지만 이를 악물고 했지요.
공기를 맞추려다 보니 하루도 쉬는 날이 없었고 꽤를 부리거나 할 여유도 없었습니다.  
저녘 식사는 언제나 고기에 진수성찬이라서 정말 좋았습니다.

두어 달이 언제 지났는지 모르게 끝나고 과 모임에 나갔더니 모두들 처다보더군요.
새까만 얼굴과 언제 붙었는지 모르는 근육과 알통.

그런데 그 한 등치 하는 친구가 팔씨름 제의를 해와서 한판 붙었습니다. 주위를 둘러싼
친구들 속에서....
결과는 3판 양승으로 제가 이겼지요.
평소에는 형편없이 졌었는데 이게 왠일입니까?

죽기살기로 한 막노동이 단기간에 체력을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운동이란 것이 여유가 있어서 하는 것과 생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죽기살기로
하는 것은 근육발달 정도가 다르다는 것.
생계를 위한 중노동이나 지나친 운동은 근육의 피로도가 심해져서 적당한 음식과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나이가 들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
  
지금은 자전거로 운동다운(?)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만,
공사현장으로 가는 그 분들을 보니 일이 있다는 것은 좋은데 먹고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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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윗글의 주제와는 상관 없는 듯합니다만...
    제가 주말골퍼로서 가끔 필드를 나가는데 경기도우미에게
    "언니(바람직한 호칭은 아닙니다만 딱히 부를 말이 없어서...)는 좋겠어 남들은 돈내고도 운동하는데 공기좋은 곳에서 매일 적당한 운동을 하니 말이야~"
    했더만...
    "18홀을 도는 것은 똑 같지만 손님은 운동이시고 저희는 노동이라서 좋다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이러더군요.
    처지는 틀리지만 그리 차이나지 않는 운동량으로 함께 걷게 되는데 보는 시각에 따라 운동과 노동으로 갈려질 수 있더군요.
    하긴 돈을 내고 하는 것(운동)은 재미있고 돈을 받으면서 하는 것(노동)은 재미없다 하지요...
  • Objet글쓴이
    2007.9.20 14:47 댓글추천 0비추천 0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운동)이야 말릴 수가 없지만....
    직업 중에도 막노동이 좋아서 하는 사람은 없겠지요.
    그렇지만 우리는 그런 분들의 역할을 필요로하니.....
  • 저도 한 때 돈을 받으면서 산에 다닌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재미있게 다니죠. 새로 마련한 장비, 전에 가보지 않았던 산, 새 코스 ....
    하지만, 웬만큼 지나고 나면 이제 산을 쳐다만 봐도 지겨워집니다.
    저 높은 곳을 꼭 올라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다리를 무겁게 만듭니다.

    그저 놀이 삼아 다니는 등산객은 가다 지치면 아무 곳에서나 쉬다 내려와도 그만이지만,
    직업 삼아 다니는 등산객은 무조건 올라가야 하는 거죠.

    가장 좋은 방법은 일도 놀이 삼아 하는 것이겠지만 그게 쉽지 않더군요.
  • 옳은 말씀들이시네요~ ^^ 모두 같은 마음인가 봅니다~

    일을 재미로 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런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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