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이라 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 듯 보이는
딸아이를 데리러 야자가 끝나는 밤 열 시가 넘어야
정류장으로 데리러 가는데...
아이에게 풍족은 커녕, 기본적으로 해 주어야 할
혜택도 제대로 못 준 빈한한 아비인 내가
거짓말 같지만 아이에게 공부하란 말을 여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제 깐에는
학업에 대한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아
지켜 보기에 안스럽기만 하다.
오후에 갑장에게서 기별이 와서 갔더니
마나님과 함께 주웠다며 차에서 밤을 꺼내 주는데
배낭으로 가득할 정도로 많이도 준다.
책상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데
딸아이가 저녁에 가지고 온 햇밤을 담은 바구니를
내게 내밀며.."아빠..심심하면 이것 좀 까 줘" 한다.
"응? 그래그래...알았다"
그렇게 해서 한 알, 두 알, 조그만 과도로 속껍질까지
알뜰하게 다듬어 하사를 하는 족족 받아서
딸아이는 오도독오도옥 잘도 먹는다.
"에휴~ 못 살것다"
"엉? 아빠 왜?"
"야 이놈아..세상에..애비는 이제나 저제나
[이제 그만..아빠 드세요]소리가 나오길
학수고대하고 있는데 벌써 열댓 개째
주는 족족 잘만 받아 먹으니
이 중노동을 하고 애비가 어째 살것냐.."
"와하하하하..."
"웃지 맛!!!"
"나처럼 똑똑한 딸이 아빠의 낙이 뭔지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슴꽈"
"시끄럿~!!! (예리한 뇬...)"
"더 주랴?"
"응..푸헬헬..앞으로 세 개 만 더 주시고 아빠 드세용"
"지쳐서 세 개를 더 깔 수 있으려나 모르겄다.."
역시 햇밤은 날로 먹는 게 더 맛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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