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나 자전거가 되리
한 평생 왼쪽과 오른쪽
어느 한쪽으로 기우뚱거리지 않고
말랑말랑한 맨발로 땅을 만져보리
구부러진 길은 반듯하게 펴고,
반듯한 길은 구부리기도 하면서
이 세상의 모든 모퉁이,
움푹 파인 구덩이,
모난 돌멩이들
내 두 바퀴에 감아 기억하리
가위가 광목천 가르듯이 바람을 가르겠지만
바람을 찢어발기진 않으리
나 어느날은 구름이 머문 곳의
주소를 물으러 가고
또 어느날은 잃어버린
달의 반지를 찾으러 가기도 하리
페달을 밟는 발바닥은 촉촉해지고
발목은 굵어지고
종아리는 딴딴해지리
게을러지고 싶으면
체인을 몰래 스르르 풀고
페달을 헛돌게도 하리
굴러가는 시간보다 담벼락에 어깨를 기대고
바큇살로 햇살이나 하릴없이 돌리는 날이 많을수록 좋으리
그러다가 천천히 언덕 위
옛 애인의 집도 찾아가리
언덕이 가팔라 삼십년이 더 걸렸다고
농을 쳐도 그녀는 웃으리
돌아가는 내리막길에서는
뒷짐 지고 휘파람을 휘휘 불리
죽어도 사랑했었다는 말은 하지 않으리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나 자전거가 되리
한 평생 왼쪽과 오른쪽
어느 한쪽으로 기우뚱거리지 않고
말랑말랑한 맨발로 땅을 만져보리
구부러진 길은 반듯하게 펴고,
반듯한 길은 구부리기도 하면서
이 세상의 모든 모퉁이,
움푹 파인 구덩이,
모난 돌멩이들
내 두 바퀴에 감아 기억하리
가위가 광목천 가르듯이 바람을 가르겠지만
바람을 찢어발기진 않으리
나 어느날은 구름이 머문 곳의
주소를 물으러 가고
또 어느날은 잃어버린
달의 반지를 찾으러 가기도 하리
페달을 밟는 발바닥은 촉촉해지고
발목은 굵어지고
종아리는 딴딴해지리
게을러지고 싶으면
체인을 몰래 스르르 풀고
페달을 헛돌게도 하리
굴러가는 시간보다 담벼락에 어깨를 기대고
바큇살로 햇살이나 하릴없이 돌리는 날이 많을수록 좋으리
그러다가 천천히 언덕 위
옛 애인의 집도 찾아가리
언덕이 가팔라 삼십년이 더 걸렸다고
농을 쳐도 그녀는 웃으리
돌아가는 내리막길에서는
뒷짐 지고 휘파람을 휘휘 불리
죽어도 사랑했었다는 말은 하지 않으리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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