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자전거말고 생활자전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생활자전거를 타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걷기에는 멀고 자동차로 이동하기에는 가까운 그런 장소에 가기 위한 목적으로 자전거보다 더 좋은 것이 없습니다. 저 역시 타지에서 3-4년간 생활하면서 제 생활자전거의(소위 철티비) 덕을 톡톡히 본 사람입니다만 이제 다시 서울로 돌아가려니 이 자전거를 갖고 갈 수가 없겠더군요. 서울에도 이미 생활자전거가 한대, MTB가 한대 있으니 둘 곳도 마땅치 않거니와 페달을 세게 밟으면 체인이 막 건너뛰는데 이제는 그만 작별을 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일전에도 방구석에만 쳐박혀있기가 답답해서 자전거를 타고 동네한바퀴를 도는데 어디선가 딱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내려서 이곳저곳을 살펴보니 스포크한개가 부러져서 달랑달랑 매달려있더군요. 그 놈을 빼버리고 동네 자전거포에 들러서 이 자전거를 중고로 매입하느냐고 물어봤더니 주인장왈, 그런건 안산다고 하면서 길가의 가로수에 기대놓은 녹슨 자전거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켜보입니다. 저것들도 골칫거리라 이 말이겠지요.
스포크 한개가 빠진 자전거를 누구 주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돈들여서 수리하기도 그렇고 결국은 동네 고물상에 그냥 넘기기로 하였습니다. 요새 교통비가 얼마인가요? 맨날 자전거만 타고 다니다보니 버스비가 얼마인지도 잘 모르겠네요. 만 3년을 탔으니 버스비 800원이라고 잡고 1년이 300일이라고 쳐도 1,440,000원의 교통비를 절약했습니다. 돈도 돈이지만 부산에 있을때 이 놈으로 주말마다 양정에서 광안리까지 가서 바닷바람을 쐬고 왔으니 정도 많이 들었지요. 이제는 보내줘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잘있어라 철티비...... 그동안 잘 타고 다녔다...... 아디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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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사진은 메가마트앞에서 눈오는 날 저녁에 찍었던 것이고, 두번째 사진은 광안리에서 메가마트, 경성대쪽으로 가자면 항상 보았던 배무덤(?)인데, 제 철티비도 아마 저런 신세가 되겠지요. 지금 여름인데 눈에 덮힌 자전거 사진을 보시면 어떤 기분이 드실런지...... 두 사진 모두 2005년에 찍은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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