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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시 몇 수...

eyeinthesky72007.10.15 23:48조회 수 1398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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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편지


- 고은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흩어진 날
헤매인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모든것을 헤매인 다음 보내드려요
낙엽이 사라진 날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의 기도/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가을 엽서 /안도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곳에 있는지를









가을 유서/류시화



  



  가을에는 유서를 쓰리라
  낙엽되어 버린 내 시작 노트 위에
  마지막 눈 감은 새의 흰
  눈꺼풀 위에
  혼이 빠져 나간 곤충의 껍질 위에
  한 장의 유서를 쓰리라
  
  차가운 물고기의 내장과
  갑자기 쌀쌀해진 애인의 목소리 위에
  하룻밤새 하얗게 돌아서 버린 양치식물 위에
  나 유서를 쓰리라
  
  파종된 채 아직 땅 속에 묻혀 있는
  몇 개의 둥근 씨앗들과
  모래 속으로 가라앉는 바닷게의
  고독한 시체 위에
  앞일을 걱정하며 한숨짓는 이마 위에
  가을엔 한 장의 유서를 쓰리라
  
  가장 먼 곳에서
  상처처럼 떨어지는 별똥별과
  내 허약한 폐에 못을 박듯이 내리는 가을비와
  가난한 자가 먹다 남긴 빵껍질 위에
  지켜지지 못한 채 낯선 정류장에 머물러 있는
  살아 있는 자들과의 약속 위에
  한 장의 유서를 쓰리라
  
  가을이 오면 내 나비들에게
  이불을 덮어 주고
  큰곰별자리에 둘러싸여 내 유서를
  소리내어 읽으리라







시골/안도현





시골 가운데를 보면

다 논이네



보면 볼수록

황금빛 벼들이 반짝이네



그 반짝이는 속에서

허수아비 하나



아빠한테 벌 받는 것처럼

움직이지 않고 서있네



허수아비 멀찍히

미워할 수 없는 동생같은

참새들도

이번 만큼은 입만 맞추고 지나간다


가을은 사랑하기에 좋은 계절

시/김태광


우리 맞잡은 손에
땀을 나게 만들던 여름도
밤손님처럼 다가오는 가을에는
어쩔 수 없나보다.

가을은 사랑하는 이의 얼굴이
더욱 생각나게 하는 힘이 있나보다.
불과 몇 시간 전에 보았던
너의 얼굴이 또 아른거리니.

괜 시리 방에 혼자 있으면
서랍을 뒤적거리기도
수첩을 꺼내보기도
이처럼 가을은 혼자 지내기엔
너무 아쉬움이 남는 계절인가 보다.

조금은 쌀쌀한 새벽에
너와 한적한 공원 벤치에 앉아
이슬 냄새나는 가을바람을 느끼고 싶다.

홀로 서있는
가로등의 불빛이 분위기를 더할 때
너와 입 맞추고 싶다.
가을은 이렇게 연인들의 마음을
가만 못 있게 하나보다.








가을시 겨울사랑/전재승

가을엔
시(詩)를 쓰고 싶다.
낡은 만년필에서 흘러
나오는
잉크빛보다
진하게
사랑의
오색 밀어(密語)들을
수놓으며
밤마다 너를 위하여
한 잔의 따뜻한 커피같은
시(詩)를
밤새도록 쓰고 싶다









가을날

-김현성

가을 햇살이 좋은 오후
내 사랑은 한때 여름 햇살 같았던 날이 있었네


푸르던 날이 물드는 날
나는 붉은물이 든 잎사귀가 되어
뜨거운 마음으로 사랑을 해야지


그대 오는 길목에서
불 붙은 산이 되어야지


그래서 다 타 버릴 때까지
햇살이 걷는 오후를 살아야지


그렇게 맹세하던 날들이 있었네
그런 맹세만으로
나는 가을 노을이 되었네
그 노을이 지는 것을 아무도 보지 않았네








시 월
-황동규

1
내 사랑하리 시월의 강물을
석양이 짙어가는 푸른 모래톱
지난날 가졌던 슬픈 여정들을, 아득한 기대를
이제는 홀로 남아 따뜻이 기다리리.




2
지난 이야기를 해서 무엇하리.
두견이 우는 숲 새를 건너서
낮은 돌담에 흐르는 달빛 속에
울리던 木琴소리 목금소리 목금소리.




3
며칠내 바람이 싸늘히 불고
오늘은 안개 속에 찬비가 뿌렸다.
가을비 소리에 온 마음 끌림은
잊고 싶은 약속을 못다한 탓이리.




4
아늬,
石燈 곁에
밤 물소리
누이야 무엇 하나
달이 지는데
밀물 지는 고물에서
눈을 감듯이
바람은 사면에서 빈 가지를
하나 남은 사랑처럼 흔들고 있다.
아늬,
석등 곁에
밤 물소리.




5
낡은 단청 밖으론 바람이 이는 가을날,
잔잔히 다가오는 저녁 어스름.
며칠내 며칠내 낙엽이 내리고 혹 싸늘히 비가
뿌려와서......
절 뒷울 안에 서서 마을을 내려다 보면
낙엽 지는 느릅나무며 우물이며 초가집이며
그리고
방금 켜지기 시작한 등불들이 어스름 속에서
알 수 없는
어느 하나에로 합쳐짐을 나는 본다.




6
창 밖에 가득히 낙엽이 내리는 저녁
나는 끊임없이 불빛이 그리웠다.
바람은 조금도 불지 않고 등불들은 다만 그
숱한 향수와 같은 것에 싸여가고
주위는 자꾸 어두워 갔다
이제 나도 한 잎의 낙엽으로 좀더 낮은 곳으로
내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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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
  • 이친구야~~! 난 오눌 희준이 들어오기 전에는 잠 못들것같네...

    오늘 그냥 쉰다며 저녁도 마다하더니...이놈이 영화 뭐 받아놓은거 있나? 칮이봐야지/. ㅋㅋㅋ
  • 헐 .....잠들 안주무시고 뭣들 하시남??.ㅡ,.ㅡ;;;
  • 푸르른 날/서정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든데

    눈이 나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 ㅎㅎ 가을시로 쭉 ~ 형님 가을 타시나 봅니다 ~~

    시 잘 읽었습니다 ㅎㅎ ~
  • 주옥같은 시 감사합니다.
    시인들은 어떻게 저런 단어를 쓰는지....
  • 스카이님 덕택에 우리와는 거리가 먼것 같은 시를 접하게 됩니다.
  • 2007.10.16 09:03 댓글추천 0비추천 0
    새벽 라이딩에는 얼굴만 시려웠는데
    시를 읽은 후에는 차거운 가을 웅덩이에 빠진 듯 온 몸이 시렵군요.
  • 역시 글이란건...위대하다는걸 느끼게해줍니다.
  • 좋은시 잘 읽었습니다. ^^;
  • eyeinthesky7글쓴이
    2007.10.16 18:13 댓글추천 0비추천 0
    십자수 친구:담엔 막국수를 먹어 보자고...^^
    집에와서 일찍 누웠더니만 잠이 안오더라는...그래서 새론 컴터에 적응 좀 할라꼬
    날샜다는거 아녀...ㅎ

    키큐라 친구: 그러는 친구는 빡쎈 출장으로 피곤 했을텐데 잠 안자고..^^
    오늘밤은 뭐 하실텐가..??^^

    목수님:그간 안녕 하셨는지요...미당님의 시...노래로 들어도 좋을 시 이죠.
    한 때 친일활동을 했다는 전력으로 싫어했던 시인이기도 합니다만
    시는 시로써 너무 좋더군요.

    러브 아우님:뭐...가을을 무쟈게 타고 있지요...가을을 너무 타는 이유는
    옆꾸리가 허전한게 아니고 두터워져 가고 있어서쥬..>.<::
    가을 타지 말고 잔차 타야 허는디 요즘 날씨가 좋음에도 자출만 하고 있다는..^^


    선비형님:자주는 아니고 가끔은 이런 시간도 필요 한 것 같습니다.
    너무 기게적인 삶이 싫어지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찬바람 조심 허셔유..^^

    강호님:이거 원...가까이 계시기나 하셔야 따뜻한 식사라도 한 번 하는데
    그저 맘 만 그러네요.
    건강히 잘 지내시는지요...^^

    오브제님:주로,
    이른 아침에 라이딩을 즐기시는듯 하시던데요.
    조석으로 바람이 제법 쌀쌀하니,
    감기조심 하세요..^^

    하늘향님:방풍자켓 썪어 갑니다.
    방부제 매달아 놓아야 할 판 여유...ㅎ

    스윙레코드님:저 아래에 스윙님글에 댖글 달아 놨었는데요..^^
    몇 달 동안 퀸에 간게 2번 될까말까 입니다.
    한 번 안가게 되니 발걸음이 쉽지가 안더군요.
    나중에 퀸에서 뵙게 되면 막걸리 한사발 하시죠.
    늘...건강 하시길 바랍니다..^^
  • 수가이님 언제나 잊지 않고 있습니다.
    언제 같이 라이딩 할 날이 오겠지요?
    항상 생각이 납니다. 푸근한 수가이님이 ^^;
  • 가을차 한 잔을 드리고 싶어요

    이 가을엔..
    당신에게
    가을차 한 잔을 드리고 싶어요..

    햇살 잘 드는 창가에서
    당신의 고운 미소를
    바라보며

    빛이 고운
    하늘 닮은 찻잔에
    가을 바람..
    하얀 구름 띄워서

    빛 고운 가을잎 닮은
    티스푼으로
    당신의 고운 미소를 휘저어
    가을차를 드리고 싶어요

    눈이 부실만큼 고운
    당신의 환한 모습에
    가슴 뭉클하도록 좋은 가을 소식 전하며

    차암 좋다며
    밝게 웃는 당신 얼굴안으로
    하연 치아가 보이는
    그런 당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가을차 한 잔 드리고 싶어요..

    가을차 한 잔 드리고 싶어요..

    계절의 의미를 담은 가을 시 감상 잘 했습니다
    마음에 와 닿는 가을시가 있기에 누구 작품인지는 모르지만 옮겨왔습니다...
  • eyeinthesky7글쓴이
    2007.10.17 00:52 댓글추천 0비추천 0
    풀내음님: 아...이 싯구를 읽어보니 예전에 접했던 기억이 희미하게 나는군요.
    가을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시 입니다요..^^
    이 시를 쓴 분이 아마도 박알미님이 아닌가 합니다.
    덕분에 평화롭고 유익한 시간이 되었으며 감사 드립니다..
    늘...건강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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