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1
어제 같은
아카시아 남산길은
이미 가을어진 시월의 산책
저기 봐 남산길 낙엽
오래 보라듯
천천히 지는 해
천천히 가는 자전거
2
세상에 이처럼 좋은 친구 있을까
이 따위 자잔한 언덕이 무슨 시련이냐며
나를 이끌고
네 좋아
늘 찾는 山
비탈진 흙길이 네 것이라서
삶으로 넘어야 하는 언덕들이 그만큼 많은 거라고
나를 도닥여
이제 내 것 아닌 것 스스로 가늠하면서
마음 그대로 살아가라는
가을빛 잠언箴言을
내 푸른 자전거는 늘 한결같은 침묵으로
나를 다스려
3
얼마나 좋을까
가을걷이 지나간 논길
비어진 밭 사이 빈 허수아비
그리로 바람
작은 개울 건너
솟고 지는 山
저리로 오르는 산길 자욱한 낙엽의 소리
가슬가슬한 破石 밟으며
긴 오르막
사람들처럼 서있는 나무 사이
어른처럼 바위 앉아서
山頂 닿은 하늘가 구름 만지듯
저기 멀리로는 詩人의 가을강이 보일까
풍경 그대로 이어지는 산구비 자유 속으로
풍경 그대로 이어지는 자전거 행렬
조금 먼저 가는 사람
조금 더디 가는 사람
어디쯤 갔는지 어디서 쉬는지
어쩌면 내 얘기도 조금은 하는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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