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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죽과 자전거

탑돌이2007.11.30 23:56조회 수 1233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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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동지가 돌아오면 집집마다
팥죽을 쑤곤 하였다.
(이하 팟-팥으로 치환합니다 죄송)

가을에 거둔 튼실한 팟을 가마솥에
푹 삶았는데 그 구수한 냄새가 동구밖에 까지 흩어져
엄지 발가락이 삐져나온 고무신을 신은채 자치기며, 땅따먹기(가이생) 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참을 수 없이 유혹하였다.

적당히 허기가 진 아이들은 팟죽이나 먹을 요량으로
각자 집에 돌아가면, 으례 어머니나 누님은
이놈들을 서둘러 불러 들여 시키는 일이 있었으니
바로 새알을 만드는 일이다.

그렇다고 바로 달라들어 손바닥으로 오물조물 새알을
만들다가는
"야! 까마귀가 너더러 형이라 허것다. 당장 손부터 씻고 와! "
누님의 호들갑스런 호통이 뒤따랐다.

아이는 처음에는 멧새알 크기로 일정하게 만들다가
심심해 지면 계란만하게,,
타조알 만하게,,ㅎㅎ
때로는 좁쌀만하게... 제멋대로 만들다가
이미 아까부터 못마땅한 표정으로 동생의 심보를
유심히 관찰하던 누님으로부터 귀싸대기를 맞곤 했다.  

한편, 안방에서는 어른들이 모여 앉아 연신 팟죽이 끓는 솥을 힐끈거리며
이야기 꽃을 피우는데 그것을 엿 듣는 재미 또한 오질었으니

"뒷집 영자 아버지는 장에가서 소판돈을 노룸판에 다 날렸다네!
석달전 결혼한 삼돌이 각시는 친정으로 도망 갔다는디 알고보니 삼돌이가 고자더레여!
저놈의 돼야지는 벌써 몇번씩이나 후레를 시켜 줬는데도 새끼를 못배네그려..."

어느덧 팟죽이 다 되면 어머니는 커다란 주걱으로 죽을 퍼서
부엌 벽이며 기둥이며 문간에 휘휘 소리와 함께 뿌려대곤 하였는데
그것이 아까와 하는 아이에게
"악귀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애매한 말씀을 하시곤 하였다.

그러나 아이는 그것은 핑게에 불과하고
"우리 집도 팟죽을 끓여 먹었소" 라고 이웃에게 광고하고 자랑하기 위함이라고 건방진
생각을 하곤 하였다.

......................... 참 오래된 추억입니다 ..............

얼마전에 제 자전거에 도로용 페인트가 묻었다는 글을 자게에 올렸는데
스카이님 등 여러분꼐서 조언을 해 주신대로 지워 보려 했습니다만
쉽지가 않다군요.
그래서 과히 흉한 정도는 아니어서 빨간 페인트를 그대로 두기로 하였습니다.

어머니께서 팟죽을 뿌리신 심정으로...

그 페인트가  제 잔차를 보호해 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사고로부터..
잔차 도둑으로부터...

다들 좋은밤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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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2
  • 60년대를 배경으로 한 토속적인 단편소설을 읽는 것 같습니다.
    하기사 뭐 빨간 페인트가 라이딩에 지장을 주는 건 아니니
    잘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
  • 탑돌이글쓴이
    2007.12.1 00:03 댓글추천 0비추천 0
    청죽님 감사합니다
    (흐유, 그리도 무식합니다 제가..)
  • mskd21님 연세가 어찌 되시는지 궁금하네요.^^
    어째 세밀한 묘사들을 읽자니 저의 추억이라도 되는 양
    폭 빠져들게 만드셨으니 말입니다.ㅎㅎㅎ
  • 2007.12.1 00:15 댓글추천 0비추천 0
    갑자기 팥칼국수가 먹고 싶네요.

    노인복지회관에서 공익요원일을 할 때..
    복지회관 내 있는 식당은
    요즘 말하는 가격대 성능비가 끝내줬습니다.
    1500원에 삼계탕에,
    맛있는 카레라이스에.. 으메~~
    반찬도 소금기가 그리 많지 않으면서도
    깔끔한.. 멋진 밥이었는데요.. 아 땡겨라.. ^^

    동지가 다가오면 으례 팥칼국수가 나왔는데,
    정말 별미였습니다.

    땡깁니다! 으흠!

    청죽님 사주세용~ ^^
  • 2007.12.1 00:17 댓글추천 0비추천 0
    {야호~ 청죽님이 팥칼국수 쏘신답니다~ 모두 모이세용~} (호도중)

    휘릭! ==3===3

    (투망도 뚫습니다..ㅎㅎ ^^)



  • 어째...야심한 시각에
    정감이 찐~한 대화를 젊디 젊은 수카이가 끼어들게 맹그시는지요..^^::ㅎ

    두 분 너무 반갑습니다요..^^

    청죽님이나 구름선비님 그리고 풀민님께서 글 잘 쓰시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mskd21님께서 글 잘 쓰시는걸 오늘 첨 알았습니다요..(첨 봤길래 이리 말씀 드린겁니다..^^)
    잔차에 뭍은,
    팥죽은 이미 닦으시기 전에 굳어 버려서(건조 되어서)
    제거가 용이하지 안으셨을 겁니다.

    담 부터는,
    배낭에 신너도 넎어 가지고(??>.<::) 댕기셔유...ㅎ

    오랫만에
    예전 생각이 짙게 베어 나오는 한줄기 빛과 같은 감동적 수필 입니다.
    감사히,
    잘 읽어 봤습니다...앞으로도
    좋은 글들 부탁 드려도 되겠는지요...^^

    왈바의 두 문필가 께서 게시니
    기분이 너무 행복하고 즐겁습니다....두 분 편안하신 밤 되세요...(_ _)
    저는,
    냐일도 출근을 해야 허는 터라...이제...해골 눞히러 가겠심더...(((((풍~덩~))))ㅎ
  • 탑돌이글쓴이
    2007.12.1 00:21 댓글추천 0비추천 0
    청죽님, 제가 다른 것은 못해도 나이먹는 거는 잘해유
    그 새끼 못배는 돼야지 띱니다요.

    빠바로티님은 나이는 어리신거 같은데 자전거 분야는 상당한 고수 냄새가
    나더군요. 건강 완전히 회복 하셨죠?
  • 으흠..노인복지회관의 매뉴얼을 보니
    가격대 성능비가 정말 짱이군요.
    빠바로티님께서 공구를 한 번 추진하심이 어떻...

    (에라..청죽 이 추접시런 인간아...)

    =3=33=3333=33333333333=33333333333

    때가 오면 빠바로티님 밥 한 끼 대접해 드릴 날이 올라나요? ㅎ~
    아들놈이 다음 주에 훈련소에 입소합니다.
    힘든 일을 당해 보지 않아서 놈이 걱정이 태산입니다.
    공익 요원으로 빠진 것 같은데
    요즘 훈련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 2007.12.1 00:26 댓글추천 0비추천 0
    고수라뇨..걍 혼자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 ㅎㅎㅎ
    일상생활 별 탈 없이 잘 다니고 있습니다.. ^^
    완전히 회복되려면 -- 잔차를 타려면...-- 내년 5월은 되야 한답니다. 흑흑
    겉은 멀쩡해 보이는데... ㅠ
    얼른 산을 타고 싶습니다.
  • 빠바로티님은 앞날이 워낙 창창하시니
    이럴 때 먼 미래를 대비하셔서
    절대 조급히 서둘지 마시고 근신하심이 좋을 줄 아뢰옵니다.
  • 2007.12.1 00:29 댓글추천 0비추천 0
    명심하겠사옵니다.

    그런데 다들 잠이 없으시데유??!

    실시간 리플입니다 ㅎ ^^
  • 으흠..저야 뭐..잠이 슬슬 줄어들기 시작할 때가 됐다 치고...
    빠바로티님은 주위 논네님들께 전염이 되셨나 봐유...ㅋㅋㅋㅋ
  • 탑돌이글쓴이
    2007.12.1 00:32 댓글추천 0비추천 0
    다들 먹는 얘기가 나오니 정신이 멀뚱멀뚱, 잠이 달아나서 그런가 봅니다ㅎㅎㅎ
  • 2007.12.1 00:35 댓글추천 0비추천 0
    저도 원래 잠이 별루 없시유.. 고등학교때 이후 10년을 가까이 새벽5시반에 일어나는게 버릇이 되서유.. ㅎㅎ

    요즘 훈련소 많이 좋아졌습니다.
    사실 캠프라 하는데..
    힘들긴 힘들지요..
    그래도 사람잡는 곳은 아니니
    걱정 붙들어매셔유~ ㅎ
  • 청죽님 저는 이제사 쳐질러 잡니다.에헴^^
  • 돼지띠시군요^^(계산은 안 됩니다ㅎㅎ)

    까마귀,
    가이생 놀이….

    그런데 가이생 놀이는 땅따먹기와 다른 것
    아니었던가요?
    저는 그렇게 기억하고 있는데요^^!

    어렸을 적 시골 정경을 떠올리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탑돌이글쓴이
    2007.12.1 08:43 댓글추천 0비추천 0
    구름선비님!
    가이생 놀이가 올챙이 같은 미로를 그려 놓고
    이리 저리 이동하면 상대팀이 중간에서 금 밖으로 밀어내는 그런 게임이죠?
    아무튼 땅따먹기는 아닌거 같습니다. 좀 헷갈려서...
  • 올챙이가 아니고 오징어입니다. 세모머리 위엔 동그라미 세모 아래 허리는 잘록 들어가고 그 아래엔 네모. 네모 아래 중간엔 또 동그라미...
  • 가이생 ?????
    그런 놀이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글을 보니 저보다 연장자이시군요
  • 가이생.. 가생 이라고도 했는데..

    오징어...뼈다귀... 여러가지 있었는데...ㅋ
  • 승부는 수비자는 안쪽에 위치 안쪽에선 두발로 자유롭게...
    도전자는 바깥쪽에 위치 동그라미는 중립구역이고 공격 할 수 없슴. 동그라미 속에 한발만 담그면 공격 못함.
    수비자는 바깥으로 나가면 깽깽이 발로만 다닐 수 있음 공격자중 한명인지 몇명인지는 모르지만 하리부분 잘록한 부분을 수비자를 따돌리고 몇번 왕복하면 게임은 바뀜.
    아래 하단부 동그라미를 통과해서 상단부 삼각 머리를 찍으면 공격완료.
    공수 교대... 뭘 걸고 했냐구요? 뭐 있겠어요 튀김하고 떡볶음이지...

    전 째지게 가난해서 반드시 이겨야만 해서 이를 악물고 했습니다.
    도박이었죠. 돈 한 푼 안들고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게임룰이 정확한지는 대충 기억이지만 아무튼 그런 놀이입니다.
    망까기도 제가 동네 일등이었다는... 구슬치기도...

    뒷뜰에 구슬 수천개 숨겨 뒀다가 모친께 뒈지게 맞은 기억도...

    동네 아이들에게 다 나눠줬다는...

    그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만 싶습니다. 없어 못먹어도...
    돼지 기름에 김치 볶아 먹던 그 시절로요...그땐 고기 조금 사면 그 기름 서로 더 달라고 아우성이었죠. 1년에 딱 두번 고깃국 먹었더라는... 설과 추석

    아~~~ mskd님 책임지세요... 눈물 날라그네...흥 췟~~~! 패엥~~~!
  • 탑돌이글쓴이
    2007.12.2 09:06 댓글추천 0비추천 0
    십자수님 정확히 알고 계시네요. 전 가물가물 해서요.

    10 수년전 까지만 해도 고향 초등학교(지금은 폐교) 운동장에
    가이생 놀이하던 흔적이 남아 있더니 지금은 아주 잊혀진 게임인듯 합니다.
    멸종되었다고나 할까요?
    혹 모르죠 어느 시골 운동장에서는 아직도
    그 짜릿한 놀이가 생존해 있을지도

    이나이에도 그걸 하면 참 재미날거 같은데.
    또 "다방구"라는 놀이도 있었는데...
    십자수님께서 언제 번짱 하실때 인원이 차면 한번 재현해 보세요..

    아.....십자수님 저도 눈물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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