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 신문지를 깔고 기름기 찰진 과메기의 껍질을 벗긴 다음 먹기 좋게 자르는 중
대략 십여 년 전에 맛본
과메기의 독특한 맛에 무자비하게 빠져든 이래
늦가을 서리가 내리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올 때면
예외 없이 첫사랑을 떠올리곤 하던 예전과 달리
이 지조도 없는 인간이 요즘은 과메기부터 떠올렸다.
낮에 자주 들리는 샵에 갔었는데
거기 동호회 회원 한 분이 건어물상을 하시는데
때맞춰 구룡포 과메기를 몇 박스 가져왔기로
한 박스 냉큼 들고 집으로 튀었다.
이 중독성이 강한 과메기의 맛은
급기야 겨울철 산악 라이딩에 싸 가는
도시락의 메뉴로 자리잡기에 이르렀으니
과메기의 맛에 환장했나 보다.
과메기를 가져다 놓고
김이며, 쪽파며, 마늘 등속을 사러
수퍼마켓에 가자니 혼자서는 쑥스러워
늦게 들어온 마누라를 기다렸다가
같이 나가서 사 왔다.
"갑장께서는 소주나 한 병 가지고 오세요"
"오케이. 잘 알았습니다. ㅎㅎㅎ"
갑장도 과메기중독 환자인데 내게서 전염된 건 아니고
내가 과메기를 먹기 이전부터 정식 환자로 등록된 분이니
내겐 대선배 과메기 환자시다.
비록 내가 술을 지지리도 못 마시는 꽁생원이지만
날생선과 알코올의 절묘한 궁합을
꼬라지에 제법 주워들어서 알고 있기에
혼신의 공력으로 내공을 모아
서너 잔까지는 마신다. 크흡 .
싱글을 탄 뒤 임도로 나갈 것이다.
요즘엔 임도 구석구석에 벤치와 더불어
식탁처럼 생긴 테이블까지 원목을 잘라
만들어 놓았던데
거기다 상을 차리고 걸판지게 먹을 작정이다.
먹기 좋게 자른 과메기를 서너 점 집어서
마른 김에 싸고 물미역을 얹은 다음,
쪽파 몇 가닥과 마늘 한 쪽을 추가로 얹어서
상큼한 향이 나는 초고추장을 맨 위에 얹어
꼭꼭 싸서 한 입에 넣어 우물거리면..으흐흐흐
쫀득쫀득, 꾸득꾸득한 과메기의 부드러운 육질은
아마 내일 산중 식탁에 앉은 두 중년 사내의 입안에서
손주 재롱에 시아버지 분노가 가라앉듯,
밖에 나갔다 막 들어와 피운 아궁이의 군불에
큰애기 머릿결에 내려앉은 함박눈이 녹듯
그렇게 사르르 녹아내릴 것이다.
....
....
(가만 있자....... )
(에헤..가설라무네..그러니까)
(뭐..이런 글은 염장글은 아니라고 보는데...)
(쩝..아무래도 튀어야 살 것 같어..)
팽=2=22=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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