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 부모 품을 떠나 엄격한 규율의 세계로 떠나는 전국에서 모인 젊은이들.
"아들아 너도 이제 사나이의 길을 가는 것이다"하며 웃어 주긴 했지만
아비된 마음 속은 그 정도로 여물지 못한가 보다. '아가..추운데 몸 성히 훈련을 받거라'
오늘밤에 부는 바람이 전에 없이 차게 느껴진다.
짜릿한 재미는 역시 다운힐 동영상.
영역 밖 세계를 향한 동경일지도.
수십 미터 공간을 꿈결처럼 날아
경사면에 환상처럼 착지하는 D/H 라이더가
기어이 몰입하던 관객에게 헛된 꿈을 꾸게 만든다.
그러나 망상이면 어때?
"아마 제가 30대만 됐어도 다운힐차를 탔을 겁니다"
"청죽님은 그래도 기백이 있으시군요"
"기백은요..겁 많은 위인이 생각만 그런 거지요"
"그런 마음을 품으시는 게 바로 기백이 아닐까요? "
"흐~ 그런 건가요? 하하하"
헛된 꿈 즉, 망상의 후유증은 심각하다.
한참 몰입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간이 붓는지
아니면 눈꽁댕이에 물집이 잡혔다 터지는지 어쩌는지
좌우간 어느 순간부터 1~2 미터 정도의 드랍 장면이 나오면
아예 시시해 코웃음까지 치기 시작하는 거다. 풋풋풋
그러나 불행 중 다행인 건,
이런 증상이 감기처럼 자주 걸리긴 하지만
다음날 오른 산에서 다운힐 도중 맞닥뜨리는
불과 50여 센티미터 정도의 높이의 턱이
탁월한 효험이 있는 백신으로 작용하면서
쉽게 치유가 된다는 점이다..엉엉.
현실 세계로 돌아온 새가슴.
절벽이라도 되듯 위용을 자랑하는(ㅡ,.ㅡ)
50여 센티미터의 턱을 바라보는 나의 눈빛은
백마강을 내려다 보던 삼천 궁녀의 눈빛보다
훨씬 더 겁을 집어먹은 채 반나절은 망설이다가
'잔차를 들고 같이 펄쩍 뛰어내려도 무릎이 괜찮을까?'
'아니면 잔차를 먼저 내리고 내가 뛰어 내릴까?'
'그도 아니면 내가 먼저 내려가서 잔차를 끌어 내릴까?'
하는 따위의 소박하고 쪼잔한 선택의 기로에 선다.
엣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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