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는 광능내는 아름다웠습니다.
숲 속으로 들어가 보지 않고 그저 도로에서
멀리 있는 산을 바라다 보는 것만으로도
광릉 숲 속 오솔길을 떠올리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광릉숲의 역사는 조선 7대 임금인 세조(1455~1468년 재위) 때부터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그만큼 오래 되었고, 보존이 잘 된 숲이 없다지요.
작년부터인가 이 쪽에 퍼지기 시작한 소나무 재선충 병이 걱정이기는 하지만
그 분야의 전문가 들이 관리를 하고 있으니 아무 문제가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강화에서 초병을 살해하고 총을 빼앗아 달아난
놀라운 사건이 일어나고 저희들은 바빠졌습니다.
군인이 관련된 사건이 거의 그렇듯이
공조가 빨리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제도적인 문제이지요.
소위 '보고계통'의 가장 취약한 문제라고 봅니다.
여하튼 비상이 걸려서 달려가는 도로는 벌써부터 눈 세상입니다.
군데군데 녹은 곳이 있지만 가끔은 바퀴의 움직임이 재미를 넘어서
긴장을 하게도 합니다.
눈이 오니 통행하는 차량이 적습니다.
천천히 지나다니는 차량들 속에
우의 모자를 덮어 쓰고 서 있습니다.
그렇게 꼬박 새운 새벽에 광릉 숲을 바라보았습니다.
-----------------------------------------------------------------------------
비상은 여러모로 피곤합니다.
비상에 따라 새로운 근무가 생기고
그게 쉽게 변경되기도 합니다.
과거 10.26을 지나 12.12로 치달리던 때의
상황이 생각이 나기도 하였습니다.
몇 번의 근무장소를 옮긴 끝에 고속도로 TG에서 밤을 새우고
늦게 귀가하였습니다.
눈이 오던 날 비상이 걸렸고,
어제 하루 자전거를 타지 않은 것이지만
억울합니다.
비상 때문에 치과 치료가 미뤄져서
허둥지도 찾아 간 치과에는 불이 꺼져 있고 원장 한 사람이
컴퓨터로 무언가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오후 한 시까지 진료를 하는 날입니다.'
짧은 원장의 말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하는 발길이 무겁습니다.
오후 늦은 시간이지만 오늘을 그냥 보내면
내일도 24시간 근무이고
모레 퇴근하고 나면 오늘처럼 치과에 다녀와야하고
늦은 시간에 자전거를 탈 수 밖에 없습니다.
'길이 녹았으니까 가까운 싱글은 괜찮을 거야'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물통에 물을 반 만 채웁니다.
겨울이 오니 좋은게 물을 많이 마시지 않는다는 겁니다.
또 찬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것을 삼가라는 한의사의
'지시'도 있었으니 물을 조금만 채우고 가는 겁니다.
동네를 지나 능 앞을 지나자니
아직 눈이 녹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많이 다닌 길은 얼어 붙어 있고
나머지 길은 앞 바퀴에서 전해 오는 감촉과
소리가 참 좋습니다.
사람이 덜 다닌 길을 찾아서 갑니다.
새로 포장 된 길을 지납니다.
며칠 전에 포장하는 것을 보았는데
군데 군데 아스팔트가 일어나서 잔 자갈 밟히는 소리가 들립니다.
'또 예산을 낭비하였구나'
짧은 임도를 오르는데
늦은 등산을 다녀오는 몇 사람의 얼굴이 산 그림자에 묻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자주 다니는 길이지만
오늘도 힘이 듭니다.
평소 몸을 관리하지 않은 탓이지요.
무릎에 힘이 빠지면서
피로감이 옵니다.
'젖산' 생각이 납니다.
무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게 피로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는 말을 들은 것 같습니다.
돌아서 내려오는 곳에 다다랐습니다.
눈이 클릿에 차서 돌에 몇 번 털어내고
물을 두 모금 마십니다. 나머지 두어 모금은
내려가서 산책로를 달리고 마실 생각입니다.
한 쪽 클릿을 끼우고 출발합니다.
첫 나무 뿌리를 지나면서 겁이 덜컥납니다.
'브레이크를 너무 잡으면 안되는데….'
소나무가 많은 지점을 지나자 누군가가 지나간 발자국이 있습니다.
굵은 타이어,큰 깍두기….
누군가가 지나갔습니다.
전에는 자전거를 만나기 힘든 곳이 었지만
얼마 전부터는 다운힐을 타는 분들을 가끔 보는 곳입니다.
눈이 녹은 곳에서는 발자국이 없다가
응달진 곳에 오면 발자국을 보게 됩니다.
'여기는 이렇게 내려가기 힘든데 대단한 분이구나'
'왜 여기서는 이렇게 갔을까? 너무 몸을 사렸네^^'
여러가지 생각을 합니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내가
어느정도 긴장한 탓도 있고
그만큼 기분이 좋다는 뜻도 됩니다.
백범 김구 선생의 좌우명도 생각이 납니다.(인터넷 검색으로 퍼 옴 ㅋㅋ)
--------------------------------------------------------------------------------------------------------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하야, 눈 내린 들판을 걸어 갈 때에는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이라. 모름지기그 발걸음을 어지러이 하지마라.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은, 오늘 걷는 나의 발자국은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이라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지니라.
이 좌우명은 서산대사(1520~1604)의 선시(禪詩)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합니다.
----------------------------------------------------------------------------------------------------------
팔꿈치 보호대는 하고 왔지만
서두느라 무릎 보호대를 하고 오지 않은 것이 후회됩니다.
여태까지 보호대를 하지 않고 다니다가
넘어진 것이 한 두 번이 아닌데
보호대를 구입하고 나니 이런 걱정도 하게 되는군요.
조금 험한 곳에 내려왔습니다.
난이도가 높아 진 듯 합니다.
자주 브레이크에 손이 가고
긴장감은 어깨와 팔로 전해 옵니다.
하드테일도 아닌데 왜 뒷바퀴가 그렇게 튀는 지
알 수 없습니다.
마지막 나무 계단을 내려오면서
한 숨이 저절로 나옵니다.
경사로에서 잘 못 타는 사람은
평평한 노면이 나타나면 달리는 법입니다.
경사로에서 늦어 진 속도를 보상하려는 듯….
공연히 인도에 방치 된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
땅거미가 무겁게 내려 앉습니다.
피로감이 몰려 오던 무릎도,
긴장된 손가락도 편안합니다.
산 뽕의 효과겠지요.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