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그 자체로 보상이다'라는 도가의 격언처럼 눈이 쌓인 숲속을 달리는 기분에 뭘 더 바랄까.
복권에 관한 좋지 않은 추억이 세 번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제가 총각 때 꿈을 꾸었었죠.
꿈에서 비가 어찌나 오는지 사방이 잠기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산으로 도망가서 위로 위로 도망치다가
맨 꼭대기에 있는 바위까지 올라갔는데
세상을 내려다 보니 온통 물바다였습니다.
당연히 복권을 샀죠. 당시엔 1등이 천만 원이었죠.
꽝이었습니다. 흑흑.
어머니께 꿈 이야기를 말씀드리고
왜 좋은 꿈 같은데 꿈도 배신을 하는가 여쭈었습니다
"물이 맑더냐?"
"흙탕물였쥬..그렇게 퍼붓는디 맑을 리가 있슈?"
"그럼 개꿈이다"
두 번째는 올 여름이었습니다.
딸뇬이 꿈에 학교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보았는데
변기가 넘치다 못해 누런 용암이 (ㅡ,.ㅡ)
밖으로 흘러흘러 바닥까지 넘쳤다는 겁니다.
"얘..그 꿈 애비한테 팔아라"
"흠회회..아빠! 그냥 버리기도 힘든 꿈을 뭔 돈까지 주려고 그래?"
"쓸 데가 있어서 그런다.어흠..얼마냐?"
"천 원은 너무 싸고 이천 원 만 줘"
거금 2천원을 주고 딸뇬의 꿈을 매입한 뒤
복권을 샀쥬.
결과는 개똥 같았습니다..흑흑
5천 원어치였는데 전체를 통털어
딱 두 개의 숫자만 달랑 맞더군요.
세번 째는 마누라가 또 꿈을 꾼 겁니다.
허술한 애비에게 개꿈을 팔아치운
봉이 김선달 17대손녀 같은 딸뇬이 소문을 냈나
어느 날, 마누라가 아주 길몽을 꾸었다며 사라는 겁니다.
아주 복스럽게 생긴 돼지들이 세 마리나 풀숲에서 나와
마누라 품으로 뛰어 오더랍니다.
쬐금 의심이 들어가긴 했지만
사람을 무턱대고 잘 믿는 저는
어쨌든 가격 흥정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3천원을 제시하자
애들 개꿈하고 어찌 품질을 비교할 수 있느냐며
길길이 뛰는 바람에
거금 오천원을 지불하고 추가로 5천원을 더 투자해서
로또 복권을 샀던 겁니다.
뭐 큰 꿈이야 없었죠.
자전거를 종류별로 기능별로 메이커별로
스무 대 정도 장만하겠다는 꿈 외에는 사실 없었다고
봐도 됩니다.
결과는 먼저의 개똥보다 더한
설상가상..아니 개똥상가개똥이더군요.
전체를 통털어 세 번째 줄에서 딱 한 개
절대 잊혀지지 않는 (17번)
달랑 한 개 맞더군요.
"여보, 그 좋은 꿈을 사시더니 어찌 됐수?
최소한 2등은 맞았을 텐데요?"
"웅....그..그거?...지지리 복도 없지..
뭔 꿈을 사도 당최 날씨 탓인지 꿈들이
금방 상하나 봐...꽝 됐지 뭐.."
"호호호호..다음에 더 좋은 꿈 꿀게 또 사세요"
"시끄!!!!!!!!!!!!!!!!!!!!!!!!"
복권은 역시 뜬구름 맞나 봐유..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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