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일찍 투표하는 마음

구름선비2007.12.14 11:13조회 수 956댓글 7

    • 글자 크기



어제와 오늘 부재자 투표를 하는 날입니다.

좀 더 성숙한 분위기를 읽지 못하고 투표를 한다는
손해보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 투표를 하는 날은 워날 바쁘게 돌아가는지라
부재자 투표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투표소 관내에 부대, 그것도 사단 급 부대가 있으니
부재자 투표소도 붐빌 것은 뻔합니다.

저녁 근무 교대를 하자 마자 얼굴도 씻지 않고
투표소로 향합니다.

아무도 온 사람이 없습니다.
잠깐 차에서 기다리는데
군용 Jeep 한 대가 들어오더군요.

군인들에게 1등 자리를 내 주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부랴부랴 투표소 입구로 갑니다.

투표 종사자가 한 사람 나오더니
'투표는 열 시부터 입니다.'라고 하는군요.

시간을 보니 9시 17분입니다.

'1등으로 하려구요^^'

내가 문 앞에 서 있으니 Jeep를 타고 온
군인들이 내 뒤에 와서 섭니다.

아들 또래들이니 이야기가 쉽게 됩니다.

또 군인들을 며칠에 한 번씩이라도 만나니까
자연스럽습니다.

군인들, 그것도 사병 들에게 물어 볼 말이란 뻔합니다.

'어이, 병장! 얼마나 남았어?'
'예, 15일 남았습니다.'

그 옆에 병장에게 눈을 돌립니다.
녀석은 저에게도 얼마나 남았는지 물어볼거라고 생각하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넌센스!!

'자네 저기 나무 보이지?'
'네'

'가서 낙엽 하나만 주워와 봐~!'

그 녀석도 눈치를 챕니다.

군대에서 일상적인 대화가 저희 직장에서도 통합니다.
전·의경 들이 그렇거든요.

광명시가 고향이라는 말년 병장 녀석에게
같은 계급장을 달았지만 낙엽을 주워 올 뻔한 녀석이
슬슬 장난을 칩니다.

말은 높이지만
툭툭 건드리면서 농담을 하는 것이
말년 녀석은 이제 이빨이 빠진게 분명합니다.

-------------------------------------------------------------------

말이 45분 이상 기다리는 것이지
입시도 아닌데 날씨가 제법 싸늘합니다.

읍사무소 과장을 만났습니다.

'어이구, 추운데 뭐하세요?'
'1등으로 투표할려구요. 군인아찌들과 경쟁을 해야 하니~~'

'이리 들어 오세요. 자네들도 이리 들어와~~'

투표 전이니 투표소 안쪽의 난로를 권합니다.

말년과 그의 동료들, 취사병이라네요^^
같이 사무실 안에 들어갑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니 많은 수의 군인들이
읍사무소 마당에 가득합니다.

장교들, 부사관들, 사병들….

잠시후에는 비구니 스님도 두 분^^

아홉 시 55분이 되었습니다.

'자 이제 우리 나가자.'

모두 밖에 나왔습니다.

비구니 스님 두 분이 내 앞에 서 있습니다.
성직자니까 양보 하기로 합니다.

조금 서 있는데 비구니 스님 두 분이 묻습니다.
'먼저 오셨죠?'
'네, 제일 먼저 왔습니다.'

'그럼 제가 뒤로 갈께요.'
'먼저 하시죠.'
'아뇨, 앞에 하세요'

그런데 투표소 안을 들여다 보니
장교 한 사람이 그냥 있습니다.

중령인데 인사장교라나 인사과장이라나 그런 사람이랍니다.

조금 기분이 안 좋습니다.

그러나 참기로 합니다.
군대 특성상 그럴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대신 뒤에 사병에게 한 마디 합니다.

' 저 장교님 딱지 한 장 떼어 드릴까?'

사병들이 웃습니다.

------------------------------------------------------------

투표를 마쳤습니다.

시원섭섭합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잘 해 주길 빕니다.

투표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
택지개발로 늘어난 대형 덤프트럭과 레미콘 차량이 몰고가는
흙먼지 날리는 길을 달리면서도 한 가닥 기분이 좋은 것은

국민의 권리를 행사했다는 그것 보다는
자전거 전시회에 갈 기쁨이 있기 때문입니다.


    • 글자 크기
병원에 노숙자... (by 십자수) 산악자전거 효시가 되는 비됴 테입.. (by ........)

댓글 달기

댓글 7
  • 구름선비님 글을 읽으니 그동안 소홀했던 저의 한표도 굉장히 소중해 보입니다,,,, 꼭 투표하겠습니다 ^^
  • 부재자 투표...하면....제일먼저 떠오르는 것이 교도소, 군대...이렇게 떠올려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대학내 서울로 유학 온 학생들을 위한 부재자 투표도 있다 하더군요...

    ............

    전시회장은 내일 동호회 사람들과 가려고 하는데....(초대권도 얻어 놨다는데...)
    잔차 주차장도 없다 하니.....어쩔꺼나..생각 중입니다.
  • 저도 부재자투표 어제 했습니다. 일찍은 하지 못했지만 점심을 먹고 곧바로 달려가 한표 행사했습니다. 그런데 전시장에는 넘 멀어 가지 못했습니다. 가보고는 싶지만 근무시간과 맞지않아서?
  • 구름선비글쓴이
    2007.12.14 19:01 댓글추천 0비추천 0
    장가가는 놈이 뭐 없이 간다고
    전시회를 가면서 카메라를 가지고 가지 않았습니다. ㅡ,.ㅡ

    작년보다 볼 것이 없더군요.
  • 투표 하셨군요
    매번 투표는 하는데......ㅉ ㅉ ㅉ
  • 권리 투표 해야겠네요 사실 안하려고 했는데...
  • 저도 부재자 투표 했는데
    기표장 입구에서도 맘을 정하지 못하겠더군요

    의무감에서 가긴 하였지만...이런 선거 처음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드디어 복구했습니다. 와일드바이크 심폐소생의 변!40 Bikeholic 2019.10.27 3104
11603 조언을 받고저 합니다...풍산금속에나 같은 계열의 LS에 근무 하신는 분1 petzl 2007.12.12 1019
11602 자전거 방정식11 토마토 2007.12.12 1181
11601 거주지별 난입 해충벌레들... 5 sura 2007.12.12 914
11600 고수님들의 답변 부탁드립니다.3 2007.12.13 770
11599 기본에 충실한다는것.....4 gorae0301 2007.12.13 909
11598 네이버 기사를 보니 5년 내에 북극의 빙하가 다 사라질 거 같다는군요....7 망고레 2007.12.13 973
11597 자전거 도로 활성화에 관한 의견들2 지평선 2007.12.13 788
11596 개족보 이야기 2부===19 십자수 2007.12.13 1647
11595 나스2 슈츠케이스의 철새 4년만에 나왔네여..5 네발자전거 2007.12.13 937
11594 서울 바이크쇼에 자전거 푸대접 ?10 하늘기둥 2007.12.13 2280
11593 휠빌딩 후기~7 하늘기둥 2007.12.13 1546
11592 자장구 이야기4 조츰발이 2007.12.13 1075
11591 까치 담배...이야기...10 풀민이 2007.12.13 1324
11590 아이 참~~! 이제 좀 낫네...극심한 편두통...10 십자수 2007.12.13 1164
11589 싸이클선수사진한장---왜?11 의뢰인 2007.12.13 2105
11588 태안...25 ........ 2007.12.13 1502
11587 펌] 진짜물건 입니다...ㅋㅋㅋ9 astro 2007.12.13 1959
11586 횡단보도 파란불에 차와 부딪힐 뻔 했을때... 운전자가 오히려 화를 낸다면??11 bisb612 2007.12.14 1697
11585 병원에 노숙자...17 십자수 2007.12.14 1586
일찍 투표하는 마음7 구름선비 2007.12.14 956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