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부재자 투표를 하는 날입니다.
좀 더 성숙한 분위기를 읽지 못하고 투표를 한다는
손해보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 투표를 하는 날은 워날 바쁘게 돌아가는지라
부재자 투표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투표소 관내에 부대, 그것도 사단 급 부대가 있으니
부재자 투표소도 붐빌 것은 뻔합니다.
저녁 근무 교대를 하자 마자 얼굴도 씻지 않고
투표소로 향합니다.
아무도 온 사람이 없습니다.
잠깐 차에서 기다리는데
군용 Jeep 한 대가 들어오더군요.
군인들에게 1등 자리를 내 주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부랴부랴 투표소 입구로 갑니다.
투표 종사자가 한 사람 나오더니
'투표는 열 시부터 입니다.'라고 하는군요.
시간을 보니 9시 17분입니다.
'1등으로 하려구요^^'
내가 문 앞에 서 있으니 Jeep를 타고 온
군인들이 내 뒤에 와서 섭니다.
아들 또래들이니 이야기가 쉽게 됩니다.
또 군인들을 며칠에 한 번씩이라도 만나니까
자연스럽습니다.
군인들, 그것도 사병 들에게 물어 볼 말이란 뻔합니다.
'어이, 병장! 얼마나 남았어?'
'예, 15일 남았습니다.'
그 옆에 병장에게 눈을 돌립니다.
녀석은 저에게도 얼마나 남았는지 물어볼거라고 생각하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넌센스!!
'자네 저기 나무 보이지?'
'네'
'가서 낙엽 하나만 주워와 봐~!'
그 녀석도 눈치를 챕니다.
군대에서 일상적인 대화가 저희 직장에서도 통합니다.
전·의경 들이 그렇거든요.
광명시가 고향이라는 말년 병장 녀석에게
같은 계급장을 달았지만 낙엽을 주워 올 뻔한 녀석이
슬슬 장난을 칩니다.
말은 높이지만
툭툭 건드리면서 농담을 하는 것이
말년 녀석은 이제 이빨이 빠진게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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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45분 이상 기다리는 것이지
입시도 아닌데 날씨가 제법 싸늘합니다.
읍사무소 과장을 만났습니다.
'어이구, 추운데 뭐하세요?'
'1등으로 투표할려구요. 군인아찌들과 경쟁을 해야 하니~~'
'이리 들어 오세요. 자네들도 이리 들어와~~'
투표 전이니 투표소 안쪽의 난로를 권합니다.
말년과 그의 동료들, 취사병이라네요^^
같이 사무실 안에 들어갑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니 많은 수의 군인들이
읍사무소 마당에 가득합니다.
장교들, 부사관들, 사병들….
잠시후에는 비구니 스님도 두 분^^
아홉 시 55분이 되었습니다.
'자 이제 우리 나가자.'
모두 밖에 나왔습니다.
비구니 스님 두 분이 내 앞에 서 있습니다.
성직자니까 양보 하기로 합니다.
조금 서 있는데 비구니 스님 두 분이 묻습니다.
'먼저 오셨죠?'
'네, 제일 먼저 왔습니다.'
'그럼 제가 뒤로 갈께요.'
'먼저 하시죠.'
'아뇨, 앞에 하세요'
그런데 투표소 안을 들여다 보니
장교 한 사람이 그냥 있습니다.
중령인데 인사장교라나 인사과장이라나 그런 사람이랍니다.
조금 기분이 안 좋습니다.
그러나 참기로 합니다.
군대 특성상 그럴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대신 뒤에 사병에게 한 마디 합니다.
' 저 장교님 딱지 한 장 떼어 드릴까?'
사병들이 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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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를 마쳤습니다.
시원섭섭합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잘 해 주길 빕니다.
투표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
택지개발로 늘어난 대형 덤프트럭과 레미콘 차량이 몰고가는
흙먼지 날리는 길을 달리면서도 한 가닥 기분이 좋은 것은
국민의 권리를 행사했다는 그것 보다는
자전거 전시회에 갈 기쁨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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