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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와 비극의 땅으로 변한 태안반도를 다녀와서...

pigmtb2007.12.29 10:21조회 수 1200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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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은 여늬 호수처럼 잠잠하기만 하다.

마치 스무날 전에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 는듯 멀리 지나가는 화물선 또한 그지없이

평화로워 보인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달려온 태안반도 어느 이름없는 어촌 풍경이다.

준비해간 방제복과 장화, 고무장갑으로 완전 무장 하고 바닷가에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자루

더비(아직 쓸만한 옷가지가 들어있는...)를 메고 갯바위로 향한다.

주민들은 연신 걷어낸 검은 모래와 기름걸레로 변한 옷가지를 해변가로 나른다.

아침 햇살에 비친 모래는 기름기를 머금어서 그런지 유난히 더 반짝여 보인다.

8시부터 바닷물이 몰려드는 오후 4시까지 컵라면으로 허기 채우며 쉬지 않고 열심히 닦아 냈어도

내가 한 일 이라고는 겨우 내가 드러누울 만큼 평수도 안되는 갯바위에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돌멩이

몇개 뿐이다.

모래바닥을 파면 팔수록 5센티 미터 두께 정도로 쌓여 있는 타르 덩어리가 마치 판도라 상자를 연것

처럼 끝도 한도 없이 나온다.

이쯤 되면 일행중 누군가가 "여기 유전 발견했다."며 농담이라도 할 법 하지만 간간히 내리는 겨울비

고요속에 침묵만 오간다.  

도대체 얼마나 시간이 걸려야 현재 진쟁형인 이 비극을 멈출 수 있을까?

포세이돈은 왜 저들을 가만히 두고만 보고 있는가?

허리를 펴며 바다를 바라보눈 순간, 알 수 없는 분노가 밀려 온다.

저 평화로운 바다가 무슨 죄인가?


바닷가에 나와 모래 닦는거 말고는 어찌 해볼 도리가 없다는 어촌 아주머니의 탄식 속에서 검은 기름때

보다 더 시커멓게 타들어간 속가슴이 보인다.
  
배웅하는 주민들에게 "다음에 시간 내서 한 번 더 올께요!" 하고 약속하며 대전으로 향하는 자동차에 오른다.

이 약속이 지켜 질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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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패산을 아시는 분... (by onbike) 너나 잘하세요~ (by sm78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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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 장인 장모 돌아가시고 나서는
    일 년에 한 두번 가는 처가집인데
    그나마도 덜 가게 생겼습니다.

    다행히 거기처럼 심각하진 않다고 하는데
    그래도 매일 나가서 걸레질을 하고 계시다고 합니다.

    한 사람의 실수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하고
    졸이게 하는지 생각해 봅니다.

    총부리를 들이대고
    흉기를 들이대는 것 만이 범죄는 아닙니다.

    많은 사람의 가슴에 멍을 들게 하고
    삶의 터전을 떠나게 하는 것도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하고

    하루 빨리 원상태로 복구되어야 하는데
    그냥 안타까운 마음뿐입니다.
  • 고생 많으셨습니다.
    한순간 인간의 실수라고 하기엔 자연의 피해가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모래층 뒤집으면 시루떡 처럼 검은 층의 타르 덩어리를 모종삽을 가지고가서 들어내는것만도
    몆년을 앞당기는 것일거 같더군요 현장에서보면 눈에 눈물은 안흘러도
    마음은 한없이 울고있는 자신을 알수있담니다 !!!
  • 책임 지는 사람은 없죠~ 항상 국민의 몫으로 돌아오는데 열받더군요~~
  • 적어도 그런 위험한 요인들을 안고 살아가는 인간들이 경계심을 허물지 말았어야 하는데 잠을 퍼질러 잤는지 어쨌는지 그런 어이없는 사고가 났습니다. 하기사 요즘은 수조 원의 손실을 끼치는 산업스파이들을 잡아도 처벌은 별로더군요. 예전 같으면 대역무도죄를 물어 능지처참하고도 남았을 범죄자들이지요. 분노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습니다. 외국의 경우 사고를 낸 당사자들에게 시한이 없는 무한 책임을 지운다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법률조차 확립되지 않아서 이 망할넘들이 보나마나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을 것 같아 더 분통이 터지네요.
  • 태안의 바다가 시커멓게 되버린 것 처럼
    사고 유발자나 정부,국회의원들의 가슴은 시커멓게 타들어 가진 안나보더군요.
    애꿎은 국민들의 가슴만 시커멓게 타들어 가는 것 같습니다.
    추운데 고생 많으셨습니다.
    늘...건강 하세요..
  • 평소 같으면 몇 번이고 갔을텐데
    몇 달간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부상을 입은 처지인지라 답답한 마음입니다.
    아무튼 실천에 옮기시는 분들을 보면 늘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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