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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명 - 난생 처음 홀로 새해를 맞았습니다.

靑竹2008.01.01 01:10조회 수 1403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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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놈은 군대에 가고 마누라와 딸애가 3일 일정으로
어딜 다녀온다고 가면서 평소 놓아먹이던 자전거에 미친 짐승을
집이나 지키라면서 울안의 말뚝에 매어 놓고 가네요.훌쩍~
덕분에 난생 처음 홀로 온전하게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호젓하고 조용한 가운데서 문득
후배 하나가 선물해 준 고급 차(茶)가 생각났습니다.
지독한 커피광일 뿐, 차에 관한 한 무지한 제게
후배가 일본으로 신혼 여행을 다녀오면서 선물해 준 것인데
아까워서 포장도 뜯지 못하고 반 년을 넘게 구경만 했지요.

'그래, 차와 함께 지천명을 맞자'

섬세한 포장을 조심스럽게 뜯자
그 기나긴 '덖음'의 과정이 함축적으로 드러납니다.
여름에는 물을 먼저 붓고 나서 차를 띄우고
봄가을엔 물을 절반만 붓고 위에 차를 띄우고
차를 띄운 위에 나머지 물을 부어서 채우고
겨울에는 주전자 바닥에 차를 먼저 넣고
끓는 물을 붓는다고 했나요?

김훈 님의  '자전거여행'이란 소설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확실히 맞나 모르겠습니다.
다만 차를 우려내는 물은
펄펄 끓는 뜨거운 물이 아니라는 정도만
어렴풋이 기억납니다.

만리 타국의 차밭의 이름 모를 농군이던가
아니면 그 아낙이나 아들 혹은 딸이던가
그들의 혼신을 다한 '덖음'의 과정으로 인하여
수분이 없어진 찻잎을 갈아내기라도 한 것처럼
어찌 보면 담뱃가루보다 더 고와보이던 찻가루가
물을 붓자마자 블랙홀 속에서 튀어나오듯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찻잎들이 온전한 모양으로
숨어 있던 강렬한 다향과 함께 살아납니다.
이국의 차밭의 강렬한 햇빛이 느껴집니다.
차나무를 가꾸던  자연의 손길이있던
이국의 그 바람이 찻잔 속에 되살아나 부는 듯합니다.

'그래..이제 좀 철이 들자..이제 나이가 쉰이다'

점점 자정이 가까워져 오고
차를 음미하며 마음을 다스리면서
더할 수 없이 조용하고 온전하게
새해를 맞고자 합니다...만,,


자정을 5분 남기고 결국,,,

자전거를 끌고 살을 에이는 추위 속으로
맹렬하게 달려나갔습니다.
그렇게 30여 분을 아무 생각 없이 달리다
얼굴이 꽁꽁 얼어서야 들어왔습니다.

결국 자전거 안장 위에서 페달을 밟으며
지천명의 새해를 맞았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마누라는 요즘 천리안입니다.
화상이 이러고 쏘다닌 일쯤이야
버~얼~써 눈치채고 있을 겁니다.

=3=33=333=333333333333





잔차인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靑竹  拜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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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3
  • 저랑.... 같은 방법으로 새해를 맞이하신 분이 계시군요^^ 저는 후닥 자전거 타고 슈퍼 나갔다가 맥주사오는 길에... 자전거위에서 새해를 맞았습니다 새해복 많이 받으십시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전 열심히 일하면서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

    내년에도 좋은 글 많이 써주시고 건강하세요 ^^
  • 靑竹글쓴이
    2008.1.1 01:26 댓글추천 0비추천 0
    ㅎㅎㅎ 왜 그런지 꼭 그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자전거를 타는 일이 일종의 신앙처럼 자리잡았었는데
    언젠가부터 한 발 뒤로 물러나 일상으로 자리했는데
    곰곰 생각하니 신앙이나 일상이나 어느 쪽이 더 중한지
    판단이 서질 않네요..ㅋㅋㅋ

    gorae0301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靑竹글쓴이
    2008.1.1 01:28 댓글추천 0비추천 0
    러브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그러고 보니 일하시는 중이셨겠군요.
    일하면서 맞으신 새해였던 만큼 보람차시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 하필이면 요즘들어 가장 추운때......감기 조심하시길......항상 건강 챙기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남들이 하는 것처럼 하는 것이 마땅치 않아서
    자정 가까운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꽤 많은 사람들로부터 거의 비슷한 문자를 받았습니다.
    내 이름이라도 써 있으면 그런대로 성의를 다한 것이겠지만
    같은 내용으로 수십 통, 수백 통의 문자를 보냈을
    보낸 분들을 생각하면서 좀 안스럽기도 하였습니다.

    숑구영신예배를 간 마누라와 아이들이 돌아올 때까지
    외로움을 느끼면서도 한 편으론 TV소리를 듣고
    한 편으론 마우스를 째깍여 보았습니다.

    자정이 가까워 올수록 문자는 더 오는데
    문자를 피하고,
    마누라와 아이들을 피하여
    이불 속으로 몸을 숨기는 심정은

    보내기 아까운 한 해와
    또 그저 그럴 오는 한 해를 맞기가
    뭔가 부족한 점이 있어
    그 둘을 피하고자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따스함과 향기로운 차를 놓고
    지천명을 맞으신 청죽님께

    축하를 보내야 하는지
    세월의 덧없음을 꺠닫게 됨을 안타까워 해야 하는지….

    남들이 하는 새해 인사는 안 드릴렵니다.
    오늘,
    문자를 보내고 새해 인사를 하는 분들이
    구정 때
    또 새해 인사를 하고
    문자를 드리기에….
  • 새해 아침을 청죽님의 녹색글과 함께 시작을 하네요~
    2008 무자년 변함없는 청죽님의 그림(글)을 앙망하는 잔차인으로서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시고 댁내 두루 행복과 평온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 靑竹글쓴이
    2008.1.1 07:38 댓글추천 0비추천 0
    키큐라님께서도 늘 건강하시고 다복하십시오.

    과거 만나이로 버티시던 선비님의 전략을 이미 학습해 놓은 터입니다.
    아무 걱정 마십시오. (그런데 왜 이렇게 겁나냐..흑~) 선비님 건강하세요.^^

    에어울프님 부끄럽습니다.
    초록색 글씨는 뭐 별 건 아니고요.
    제가 마흔살에 처음 인터넷을 접하고
    글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저와 갑장이었던 절친한 분이
    초록색 글을 이따금 올리시는데
    자연을 좋아하여 녹색 또한 유달리 좋아하던 저로선
    눈이 번쩍 뜨이더군요.
    눈도 덜 피로한 것 같았죠.
    컴맹 주제에 그 양반에게 태그를 배워서
    쓰기 시작한 건데 벌써 십여 년이 다 돼가네요.ㅎㅎ
    초록색으로 치장만 그럴듯하게 해 놓았을 뿐
    사실 잡글이나 끄적이는 저를 이렇듯 과찬하시니
    심히 민망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십시오.
  • 2008년 새해 아침입니다. 10년쯤 세월을 뒤로 물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철없는 생각을 해봅니다. 설은 구정을 지내지만 그래도 아침은 떡국을 먹습니다. 아침에 한발 늦은 인사남기고 물러갑니다. 꾸벅~
  • 불쌍해서 어쩝니까..

    <지천명>이란 게 뭐 별다른 게 아니라 "여자가 남자보다 위니라"하는 거 같아요..
    아무튼 동종의 쓰라린 아픔을 같이 하게 되어 무척 반갑습니다.
    든든하구만요.

    이제 어디 가서 여자가 뭐라하면,
    "뭐 괜찮아유, 저 유명한 청죽님도 이젠 지천명이래유.." 하고
    스카이님 어투로 말하게 되었으니 저도 외롭지만은 않구만유..
  • 靑竹글쓴이
    2008.1.1 09:18 댓글추천 0비추천 0
    헉..그...그러니까 키노님 호..혹시 지천명의 본래 뜻이
    귀에 따그랭이 앉게 만드는 마누라의 지천(꾸지람)을
    하늘의 지엄하신 명처럼 받들어야 될 나이라는 거쥬?(흑)

    franthro님. 전 때로 제가 가지고 태어난 작은 그릇의 한계를
    느낍니다. 저도 간혹 세월을 되돌릴 수 있었으면 하는 때가 잦지요.
    하지만 10여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더 나은 생활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건 다분히 지금의 기분과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그냥 피식 웃고 맙니다.
    제 작은 그릇과 타고난 천성이 개벽을 하지 않는 이상,
    만일 돌아간다 해도 거진 매일반일 거란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어요.

    물론 그 천성과 작은 그릇에 대한 증거도 있습니다.
    60~70대 어르신들은 저를 보며
    "내가 자네 나이만 같으면야 뭔들 두렵겠나"라고 합니다.
    그런 예에서 보듯 쉰 살 앞에 놓인 창창한 날들에 대한 대비에
    여전히 소홀한 미련한 인사가 과거로 다시 돌아가 시간을 번들
    별 뽀족한 수단이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ㅋㅋㅋ
    제가 너무 염세적이었나요?
    낭만과 염세와 비관과 유쾌함은 같은 선상입니다.

    두 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십시오.
    추가로 franthro님의 좀 더 전투적인 삶을 위하여~



  • 댁에서 새해를 맞이할분이 아니라는것을 조금 눈치챘었습니다 ~~
    첫글에서 가슴이 찡하고 혼자서 안됐다~~ 하는 생각을 하다가 뒷글에서 혼자서 웃어봅니다
  • 靑竹글쓴이
    2008.1.1 10:01 댓글추천 0비추천 0
    줌마님 반갑습니다.
    어째 좀 줌마님 내외분의 건강은 나아지셨는지 궁금합니다.
    워낙 시련에 무덤덤하게 보일 정도로 강하신 분 같으니
    앞으로 더욱 더 좋아지실 거라 믿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靑竹님과 가정에 늘 만복이 깃드시길 기원합니다.
  • 저보다는 다들 괜찮은 편이군요...저는 친구 형님 돌아가셔서 영안실에서 새해를 맞았네요...
  • 청죽님을 비롯한 모든 와일드바이커님들께 뒤늦게나마 금년 한해도 항상 건강하시고
    복많이 받으시라는 인사를 드립니다.

    무자년에는 자전거를 사랑하시는 모든 라이더 님들께서 안전하게 라이딩하셔서 다치지
    마시고 행복한 한해가 되시길 빌어 드립니다.
  • 아드님 군대, 따님 대학....
    켈켈켈...

    아주머니께서는 에야디야~

    이제부터는 청죽님이 아주머니를 놓아 멕여야 될듯......

    긍게 평생을 역마살이 끼어서
    돌아다니던 제가
    어느날부터 마눌이 돌아다니기 시작을하는데...
    맨처음은 적응이 안되더군요.

    이제는 밥이나 해놓고 놀러 다니면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녁시간에 동네 식당에가면
    중년에 남자들이 혼자서 밥먹으러 오는것 많이 봅니다.

    저도 그중에 일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5학년 되신것을 축하드립니다.
    먼저 5학년이 되보니, 그만치 자유로와 지더군요.
  • 홀로 가는 인생
    청죽님 같은 길벗이 있어서 좋아요
    (제가 잔차 타시는 분만 보면 길잃은 강아지 주인만난듯 반가워서, 죄다 친근감이 듭니다)
    새해에도 더욱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올려 주세요
  • 靑竹글쓴이
    2008.1.1 21:22 댓글추천 0비추천 0
    감사합니다 잔차나라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청아님께서 간밤에 고생이 많으셨군요. 저도 그런 경험이 있답니다.
    또 한 번은 명절은 아니었지만 제 손위 큰처남이 타계했을 때
    삼일장 내내 잠을 한 숨도 못자고 장지에 내려갔는데
    내려간 날 처가의 선산이 있던 동네에 사시던 처삼촌께서
    별세하시는 바람에 또 삼일을 샜는데 앉아서 졸던 게
    다였죠. 정말 죽는 줄 알았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감사합니다 richking 님. 요즘도 여전히 무지막지하게 타시죠? ㅋㅋ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반갑습니다./

    음...산아지렁이님은 환영하시는 건 알겠는데
    용기를 주시는 건지 겁을 주시는 건지 학실히 발켜 주셨음 합니닷!!!
    (엉엉)(새해 인사는 어딘가 드렸지?)

  • 靑竹글쓴이
    2008.1.1 21:32 댓글추천 0비추천 0
    mskd21님 반갑습니다.^^
    잔차만 생각하면 부질없는 일에 왈가왈부, 연연할 필요는 없어지지요.
    새해 마음 가시는 대로 다 이루소서.

    에...
    그리고...
    조심스런 질문을 드리는데요.
    잔차 타는 사람들만 만나시면 길잃은 강아지 주인 만나는 듯하신다니
    나중에 뵈올 일이 있으면 처신을 어떻게 해야 온당한지요?
    긍께...제가 주인 처신을.....(화상아..뭔 구신 씻나락 까먹는..얼렁 토끼자..)

    팽=3=33=3333=33333333333333333
  • 새해에도 그 푸른빛의 글체를 자주 볼 수 있길 바라며,
    그러자면
    청죽님의 건강도 빌어 드립니다.

    새해에도
    늘 건강 하시며 댁내의 평안과 행복이 충만 하시길 기원 드립니다요..ㅣ^^/~*

    50이 되셔도
    고쳐지시지 아는게 있으실 겁니다.
    수카이와 동질의 病이신 길칫병유...>.<::(저는 평생 길칫병을 친구하고 지낼 겁니다..^^)

  • 전에는 새해가 무척 좋았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다보니................새해 맞는 기쁨보다 가는시간이 아쉬운 마음이 더 크답니다
  • 靑竹글쓴이
    2008.1.1 23:58 댓글추천 0비추천 0
    네 스카이님과 스탐님 두 분 반갑습니다.
    모쪼록 새해 이루려는 일 다 이루시고 만사 형통하십시오.
    건강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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