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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의 선택

靑竹2008.01.01 22:34조회 수 1596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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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의선택의 한 장면



메릴 스트립이 열연했던 영화다.
그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2차대전 때 소피라는 여인에게 커다란 불행이 닥친다.
유태인이 아니면서 아버지와 남편이 정치적 견해 차이로
독일군들에게 총살당하고 그녀 역시 아들,딸과 함께
셋이서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게 되는데.....

그녀의 탐스런 금발을 보며
유태인이 아니란 걸 알아챈 독일군 장교 하나가
능글능글 웃으면서 다가와 수작을 건다.

"아이를 다 죽이려고 했는데 하나는 살려 주겠다 선택해라"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선택이 요구된 것이다.
청천벽력과 같은 요구를 받은 소피는 충격에 울부짖으며 어쩔줄 모른다.
저 멀리 암울하고 흉흉하게 개스실이 지옥처럼 보이고
갈팔질팡 몸을 못 가눌 정도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그 장교는 조금도 여유를 주지 않고 아이들을 둘 다 끌고가려 한다.

놀란 소피는 벼락같이 달려들어
엉겁결에 큰아이인 아들의 손을 잡아끌었는데
잔인하게 웃는 독일군 장교의 팔에 안겨서 끌려가며
원망인지 슬픔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
그렇게도 사랑하던 딸의 모습은
이때부터 소피의 마음에 깊이 각인되어
평생을 자신을 쥐어뜯으며 자학하는 고통의 원천이 된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

물론 생각도 하기 싫다.
그래서 그 장면은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뇌리에 선명하다.
비록 강요받은 '선택'이었고
딸이 죽은 지 며칠 뒤에 아들도 처형당했지만
그녀는 당시에 그런 선택을 한 자신을 평생 용서하지 않는다.

세상은 참으로 복잡하다.
소피의 선택과 비교야 되지 않지만
살면서 우리들은 끊임없이 유사한 선택을 강요받는 것 같다.
정작 그런 강요를 하는 부류들은 그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탕평론자들은 파당주의자들에게서 강요받고
이도저도 아닌 경계인들은 이념주의자들에게서 강요받고
박애주의자들은 다투는 자들에게서 선택을 강요받는다.
화합주의자들은 분리주의자에 의해서 또한 선택을 강요받는다.
모두에게 관용을 베풀어야 할 의무가 지워진 연륜은
과격한 젊은 혈기로부터 또한 선택을 강요받는다.

꽤 오래 전부터
세상을 살면서 세상을 향한 변명,
세간의 평으로부터 나자신을 옹호하는 변론 따위들이
무가치한 느낌이 들게 되었다.

나는 단지 그럴연하게 세상에 보일 뿐이고
그런 나를 정확히 보는 것은 온전히 그들의 몫이고
잘못 보는 것 또한 고스란히 타인의 몫일진대
내가 거기 개입하는 건 가당치도 않다는 걸 진즉에 깨달았다.
보고 느끼고 행한 타인에게 판단의 잘못이 있다면
그걸 수정할 의무도 전적으로 타인에게 지워지므로
난 언제나 이런 점에서 자유롭고 해방스럽다.


새해 인사를 못해 드린 분들이 계시네요.
그분들께 '소피의 선택'을 바치며
새해엔 만사 이루려는 바 모두 형통하게 되시고
건강한 한해가 되시길 진심으로 빕니다.

부끄럽게도 이런 류의 언급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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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겨울인가 봅니다~~ (by rocki) 명절 (설날) (by 산아지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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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
  • 靑竹글쓴이
    2008.1.1 23:44 댓글추천 0비추천 0
    특정인들을 지적해서 언급한 건 아닙니다.
    예나 지금이나 제 주위에 너무 흔한 일이니까요.
  • 저두 아버지 어머니에 와이프 그리고 딸이 있느데...소피의 선택 같은 일이 두번 다시는 있어서는 안되겠으나~~나라면....... 정독해서 읽어 보니 참 글을 잘 쓰시네요...
  • 靑竹글쓴이
    2008.1.2 00:09 댓글추천 0비추천 0
    제 주특기인 횡설수설일 뿐이죠..ㅎㅎ
    rocki님의 글에 덧글을 달면서 인사를 잊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그러한 선택이 제게 닥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ㅠㅠ

    靑竹님 떡국 많이 드시지 않으셨지요?^^ ㅋㅋ
  • 소피의선택이 영화제목이에요?

    영화를 무지 좋아하는데..~ 예전영화들은 토요일에나 하는것만 봐서 ~

    못본 영화인데 보고 싶은데요 ~
  • 재미있는 횡설수설에...
    가끔은 잊고 사는 것들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새해 건강하시고
    잊고 사는 것들...생각케 해 주시길...^^*

    고맙습니다.
  • 인생은 컴퓨터와 같다는 생각을 가끔합니다.
    예나 아니오의 연속이라고….

    끊임없이 선택하다보면
    '가지 않은 길'도 생기게 마련이어서
    후회하고 그리워하고
    그런 것 같습니다.

    글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오늘이 대부분 직장에서 시무식을 하는 날일텐데
    옳은 선택을 하시는 하루되세요.

    청죽님
    저도 인사 안 했는데
    틀에 박힌 인사보다는 조용한 침묵이 더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항상 자유롭게 산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자의든 타의든 늘 무언가에게 강요받고 살고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
    그래도 피할수는 없겠죠? 강요받은 스스로의 선택에 후회없는 삶을 살수있도록
    항상 준비하고 노력하는 마음을 가지게 만드는 아침입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오래전에
    비디오 테잎으로 대여해서 봤던 영화군요.

    자의적인 선택에 의한 선택은 후회를 해도 자신이 하면
    되지만,
    타인의 강요에 의한 선택은 후회 라기 보다는
    큰 아픔과 더불어 데미지가 클 것 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유로워 지기를 바라며 갈망 합니다.
    누구든,
    다른 이의 삶의 자유를 침해하며
    간섭하여 선택을 강요하거나 개입하여 자유로운 선택을 유린 할 수도 없고
    그래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우리가,
    잔차 안장에 오르는 것도 다 그 자유로움의 참맛을 느끼기 위함이기 때문이라고
    생각 합니다.

    아주 오랫만에
    의미심장한 글을 읽어 보게 되어 감사 드립니다요..
    즐거우시고 희망 가득한 날이 되시길 바랍니다.

    카푸치노 한 잔 안땡기실뀨...^^ㅎ
  • 좋은 글입니다. ㅡ,ㅡ 의정부에서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 靑竹글쓴이
    2008.1.2 23:51 댓글추천 0비추천 0
    키큐라님 흑흑..구정을 쇠는 데다가 혼자 집을 보니 스스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첫날은 직접 띄운 청국장으로 해결하고 오늘은 김치찌개로 해결, 내일은 달래를 넣은 된장찌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ㅋㅋ/

    러브님 '소피의 선택'이 영화 제목입니다. 너무 오래된 영화라 대여점에 비디오가 있을지 모르겠어요/

    뽀스 갑장님 반갑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한 한 해가 되시길 빕니다./

    연말에 무척이나 고생하셨을 구름선비님께서는 이제 좀 한가해지시는 건가요?/

    에어울프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자전거도 열심히 타시고 바라는 일 모두 이루십시오./

    강릉의 인자요산님^^ 별고 없으셨죠? 원래 빙벽등반이 취미셨던가요? 실력이 대단하신 듯 보입니다.ㅋㅋ/

    스카이님 카푸치노 장부에 올립니다./

    tesr119님는 제가 아는 분 같기도 하고..^^ 혹시 고산님을 잘 아시는 분이십니까?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청죽님 쓰신 이 좋은 글에 대해서는 공감가는 바도 많고 얘깃거리도 많은듯 싶어 댓글로는 커버가 잘 안되는데 벌써 정리하는 인사말씀을 올리셨네요. 그나마 뒷북이라도 치는 댓글을 달아보자면, 얼마전에 신문을 보니 상반되는 주제의 두 기사가 나란히 신문지면에 올라있던 기억이 납니다. 하나는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유태인에 관한 기사고 다른 하나는 한학에 조예가 깊은 시골촌로와의 대담기사였는데... 전자는 주장하길 히틀러가 하는 짓이 나쁜줄 알면서도 그냥 방치한 독일국민들의 죄가 크다는 것이었고 후자는 말하길 먼 옛날 당신의 조상님들이 조정의 당파싸움을 피해서 낙향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면서 남과 시비가리는 것을 피하고 그저 자기 할 일만 똑바로 하면서 살면 된다는 것이었는데... 당위적으로야 앞사람 말에 수긍을 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평범한 우리네 대부분이 갖고 있는 처세의 원칙이라는 것이 시골촌로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모나지 않고 둥글게 살기, 적을 만들지 않기, 혼자 튀는 것보다는 인화(人和), 큰 물결과 대세를 거스르기보다는 순응해서 살기 등등... 논리와 당위를 뛰어넘는 생존본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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