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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벗, 새 벗

靑竹2008.01.03 02:00조회 수 1574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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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와 딸아이가 일 주일여 여정으로 가출하고

혼자서 늙은 개처럼 무료하게 집을 지키자니

몸도 군실 마음도 군실 황구로 변해가나 보다.



그래도 외로움에 숨넘어가지 않는 이유가 있다.

물쟁반 정한수 침대 위에 눕혀 놓은 고구마가

손톱날보다 작은 싹을 틔운 지 일 주일이 되자

여리지만 꼴에 제법 잎사귀 모양을 갖추어간다.



이놈과 친구먹기로 했다.



도통 말이 없는 편이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한다.

침대보 원단이 허공중으로 흩어지는  정한수라

시간 맞춰 갈아 주지 않으면 축처진 표정으로 노려본다.



귀마개를 준비해야겠다.

얼마 안 있으면 제법 무성한 잎들을 자랑하며

시끌벅적해질 것이므로^^







잔차를 탈 줄만 알았지 만지는 일엔 젬병인데

찾아와 고생을 사서 마다하지 않으니 갑장은 바보다.

점심 무렵에  집에 들러 잔차를 분해했다 조립했다

수리비 땡전 한 푼 건지지 못할 헛수고를 했다.


적당한 공구가 없어 샵에 빌리러 다니길 서너 차례

옹색한 위인은 겨우 차 한 잔으로 감히 보답을 시도하다.

그가 저지른 수고에 견주며 쥐구멍을 찾고 있는데

차를 마시는 그의 표정이 지나치게 만족스러워 보인다.


'내가 밑졌나?'  



(청죽은 결코 철들지 않는다ㅡ,.ㅡ)


=3=33=3333=333333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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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차라도......... (by STOM(스탐)) 오늘의 날씨 ^^ (by speedm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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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7
  • 감칠맛 그자체입니다
  • 고구마 사진 참 잘 찍으셨네요
    그냥 딱 보고 단순하게 떠오르는 생각이
    '그놈 장차 크게 될 놈이네'
  • 靑竹님의 여유를 한 수 배웁니다. 꾸벅^^
  • 글에 어울리는 먼가 재치 있는 댓글을 달려고 했으나 '철들면 무거운데...' 이런거만 맴도는 토마토. 급좌절... -_);;;
  • 저런 바보 친구 좀 있으면 ㅎㅎ
    남는 바보 있으면 메일로 좀~~
  • 청죽님 밑지신거 맞는거 같습니다....ㅎㅎ
    올 한해도 그 담백한 여유 내내 누리시기 빕니다.
  • 마음에 여유가 잇어야 겟어요 ^-^;
  • 집안에 있는 군자란이 두어개 있습니다.
    어떤 땐 마음의 교감을 할 수 있는 친구가 되기도 하고
    무료한 이를 위로도 해주는 여친 같은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나저나,
    청죽님 앞으론
    고구마 튀김이나 삶은건 쳐다도 안보실 것 같으신듀...^^
  • 절대 그벗에게는 감사 해 하시면 안됩니다.

    오히려 청죽님이 감사를 받아야 됩니다.
    그벗은 그것이 대단한 즐거움이기 때문에
    그것을 제공한 청죽님이 대접 받아야 됩니다.
  • 더분에 오늘 계시판에 또한편에 녹색 글을 읽을수있어서 좋읍니다 ^^*

    청죽님 새해복 많이 받으새요 ^^
  • 지천명이 되시더니 점점더 시인이 되가시는 것 같습니다...
    식물과 교감하실수 있는 경지에 오르심을 축하드립니다...
  • diffsoe, 오흥,,,,,,,킁 멍멍 월월 컹!
    (흥..고구마 싹과도 대화하시는 분이 길잃은 강아지 말을 못알아 드실라구 ㅡ,.ㅡ)
  • 참, 아름다운 이야기 입니다
    (혹 모르니 확실히 해두자 =33===333333)
  • 저두 대화를 시도하려 합니다...잘 알아듣고 대답할수 있을지.....
  • 아주 작은 일에 대한 스케치가 정말 대단하십니다
    표현력 그리고 무언가를 대하는 마음등....
    아~~~청죽님 영원한 팬이고 싶어라 ^^
  • 청죽님 킹왕짱이십니다.

    사실인즉슨, MTB Q&A란에서 직진성이란 단어의 의미에 관해서 길고긴 댓글이 이어지는 것을 넋놓고 구경하다가 문득 힘전달+속도유지+가속력이 좋은 것을 뭉뚱그려 표현하는 적절한 말이 없다면 직진성이 좋다하지 말고 킹왕짱이다 그렇게 부르면 좋지 않을까요라는 장난성 댓글을 달려다 말았는데 그 말을 결국 여기 청죽님 댓글에 와서야 써먹어 봅니다요.

    그럼 결국 이 댓글도 장난이라는 결론이...? 장난이 결코 아니지만 일단 튑니닷 3=3=3=3=3=3
  • 靑竹글쓴이
    2008.1.4 19:42 댓글추천 0비추천 0
    kdblaw님/ ksc4758님/ 잔차나라님/ 토마토님/ 구름선비님/ speedmax님/ 스카이님/ 이모님/ 인자요산님/ 으라잔차님/ 스탐님/ 고맙습니다.^^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onbike님의 조선산 유람이 요즘 뜸하지신 거 같습니다. 언제 재개하시는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아닙니다 산아지랑이님. 저는 그분처럼 사람을 지극정성으로 대하지 못합니다.^^

    mskd21님 도망 안 가셔도 돼유..ㅋㅋㅋ

    franthro님 ㅋㅋㅋ 제 나이치고는 요즘 아이들이 쓰는 외계 언어에 비교적 통달한 편입니다. 수없이 생성됐다가 대부분 소멸하는 유행어지만 요즘은 사전에 올라가는 경우도 꽤 되더군요. 제 아들놈과 딸애가 대화하는 걸 옆에서 듣자니 무슨 암호를 주고받는 것처럼 보이더군요. 귀에 걸리는대로 하나 하나 그 의미를 물었더니 아무 뜻도 없이 그냥 소리나는 대로 나오는 거라는데 요즘 애들 참..ㅋㅋ 어안이 벙벙한 제게 딸아이가 그러더군요.

    "내 친구 아빠들 보면 아빠처럼 첨단(ㅡ,.ㅡ)인 사람 하나도 없어. 아빠 보다가 내 친구들 아빠 보면 할아버지 같어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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