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와 딸아이가 일 주일여 여정으로 가출하고
혼자서 늙은 개처럼 무료하게 집을 지키자니
몸도 군실 마음도 군실 황구로 변해가나 보다.
그래도 외로움에 숨넘어가지 않는 이유가 있다.
물쟁반 정한수 침대 위에 눕혀 놓은 고구마가
손톱날보다 작은 싹을 틔운 지 일 주일이 되자
여리지만 꼴에 제법 잎사귀 모양을 갖추어간다.
이놈과 친구먹기로 했다.
도통 말이 없는 편이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한다.
침대보 원단이 허공중으로 흩어지는 정한수라
시간 맞춰 갈아 주지 않으면 축처진 표정으로 노려본다.
귀마개를 준비해야겠다.
얼마 안 있으면 제법 무성한 잎들을 자랑하며
시끌벅적해질 것이므로^^
잔차를 탈 줄만 알았지 만지는 일엔 젬병인데
찾아와 고생을 사서 마다하지 않으니 갑장은 바보다.
점심 무렵에 집에 들러 잔차를 분해했다 조립했다
수리비 땡전 한 푼 건지지 못할 헛수고를 했다.
적당한 공구가 없어 샵에 빌리러 다니길 서너 차례
옹색한 위인은 겨우 차 한 잔으로 감히 보답을 시도하다.
그가 저지른 수고에 견주며 쥐구멍을 찾고 있는데
차를 마시는 그의 표정이 지나치게 만족스러워 보인다.
'내가 밑졌나?'
(청죽은 결코 철들지 않는다ㅡ,.ㅡ)
=3=33=3333=333333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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