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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게끔 되어있는 원어민과의 대화

franthro2008.01.08 12:34조회 수 1122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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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외국어 학습에 관한 글을 읽으니 생각나는게 있어서 적어봅니다.

어찌어찌하다 보니 외국인들을 거느리고  supervisor까지 하다가 말았습니다만, 직책과는 별개로 아무리 노력해도 해당 언어능력이 원어민보다 딸리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무슨 무슨 지시나 공지사항을 열심히 영어로 얘기하면 꼭 그 내용이 아니라 영어 자체를 갖고 트집을 잡고 훈수를 하듯 가르치려고 하면서 저의 기를 꺾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그럴때 화를 내거나 맞서서 싸우려고 하면 더 안됩니다.  일단은, 가르쳐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지요.  그리고 그걸 약점잡아서 계속 어깃장을 놓으려고 하는 기색이 있으면 말보다는 조금 더 자신있는 글로, 게다가 증거도 남으니 일석이조인 이메일로 하나하나 잘못을 짚어가면서 조목조목 추궁하면 찍소리 못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런걸 느꼈더랬습니다.
외국인과 1대 1로 중요한 대화를 하는데 주변에는 여러 사람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기싸움이라는게 굉장히 중요하지요.   제가 무슨 말을 하면 상대가 저한테 되묻기를  Excuse me?  그럽니다.  마치 제가 발음이 나빠서 못알아들었다는 듯이 말이지요.  눈은 똥그랗게 뜨고, 미간에 인상을 살짝 쓰면서,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면서 귀를 기울여 더 집중해서 듣겠다는 듯이 상대가 그런 포즈를 취하면 어쩔 수 없이 사람이 더 주눅이 들고 기분도 나빠지고 그렇게 됩니다.  마치 옛날에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라는 영화에서 킹스필드 교수가 학생들 다그치면서 질문하는 그런 모습을 연상하시면 됩니다.  웬걸... 나중에 보니까 못알아듣기는 커녕 다 알아들었더구만요.  기선제압을 위해서 일부러 그랬던 것이지요.

그런데 만일에 제가 Excuse me? 하고 상대방에게 다시 한번 말할 것을 요청한다면 주변에 둘러보고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아니 저것도 못알아듣나?   Hearing이 형편없군.  이렇게 생각할겁니다.  결국 이러나 저러나 지게 되어 있는 불리한 게임이라는 생각이 나중에 들더군요.

외국인 상대가  의도적으로 excuse me하고 물어보면 제가 발음이 나쁜게 되어버리고...
제가 excuse me하고 물어보면 이때는 반대로 제가 듣기 능력이 부족한게 되어버리고...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시지요?

외국어 학습을 아무리 해도 native speaker 수준으로 한다는건 참 힘든 일입니다.

p.s. 이렇게 힘든 외국어인데 어디 구청에서 영어로 회의를 한다는건 더 웃기는 얘기인듯 싶습니다.  우리 말도 제대로 정확히 하려면 힘든데 말씀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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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 구청에서 영어로 회의하는 장면..참으로 코미디더군요..전시 행정의 베스트 케이스..
  • 전날밤에 리허설 하고 진행되는건 아닌지 쓴웃음이 나네요..
  • 상대방이 ecuse me 라고 하면, 수퍼바이저로서 한마디 따끔하게 날려 주시죠. " 자네는 내 이야기에 귀를 잘 기울이지 않는 경향이 있구만. 업무에 방해를 초래할만한 집중력장애가 있는가? "
  • franthro글쓴이
    2008.1.8 15:46 댓글추천 0비추천 0
    제 위에는 또 manager가 있었겠지요...? 상급자가 그런 수법을 쓸때는 호통을 칠 수가 없지요... 그렇다고 바로 제 위에 manager가 그랬다는 뜻은 아니고요. 암튼 말로 설명하기 힘듭니다요.
  • 저에 있어서도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이란 단어를 만들고 선진국이 되야겠다는
    바램에 미디어의 영향으로 서양인은 일반적으로 합리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고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깨는 사람들 많더군요.
    그런 상황이라도 주눅들지 않고 호통은 아니더라도 조용히 주의를 주는 것도 좋지 않을지
    X개도 지네 동내에선 50%는 먹고 가는데... ^^
  • xc
    2008.1.9 07:48 댓글추천 0비추천 0
    저는 외국에 살고 있습니다만, 업무상 현지인들과 전화통화를 많이 합니다.
    허나, 더러 윗 경우처럼 상대방의 발음이 아시안인것같고 자신이 뭔가 업무적으로 불리한 상황이거나 할때는 Excuse me 를 연발하며 상대방 영어 발음때문에 못알아 듣는척하고 반문하는 현지인들에게 ...... 저는 이렇게 소리 지릅니다.

    "너! 내가 보기에 너의 Hearing에 문제가 있는것 같다, 너의 상관에게 지금 이 전화를 돌려라,
    너희상관도 너처럼 내말을 못알아 듣는지 한번 확인해 봐야겠다"

    거의 이러면 상대방이 꼬리 내립니다.

    내 speaking이 문제가 아니라 니 hearing이 문제라는거죠....
  • franthro글쓴이
    2008.1.9 17:44 댓글추천 0비추천 0
    사람사는 곳은 어디건 텃세나 차별이 있기 마련이라고 봅니다. 그것이... 뉴스에 종종 나오듯이 무슨 외국인 노동자들을 향한 것뿐만이 아니라 엄밀히 보면 우리끼리도 또는 그들끼리도(외국에서 자기네들끼리도) 그렇지요.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제 눈앞에 있는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실체를 갖고 있는 어떤 한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그 배후에 있는 인적 연결망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특히, 제 경험상 customer service같은 경우 눈앞에 한 사람이 트러블을 일으키고 있다면 그 뒤에는 반드시 다수의 인적집단이 뒤에서 backup을 해주면서 포진해 있다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면 결국 사람들을 움직이는 것은 눈에 안보이는 관념, 생각들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맘에 안들면 어떻게 해볼 수나 있지만, 눈에 안보이는 관념을 상대로 싸운다는 것은 마치 허공에 주먹질하는 기분이랄까요... xc님께서 외국에 거주하신다니 외국에 한번 나가본적 없는 제가 속된 말로 뻔데기앞에서 주름잡은 꼴이 되었는데... 중간관리자의 입장이라는 것은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제 밑에 사람들을 보호해주기도 해야하고(이것은 아이러니칼하게도 xc님께서 위에 댓글로 적으신 경우처럼 니 위가 누구냐 바꿔달라고 했을때 전부 제가 나서서 뒷수습을 해야 했다는 말씀 ㅜㅜ) 위로부터의 지시나 요구를 강제하기도 해야하기 때문에 양쪽에 껴서 가랭이가 찢어지기 쉽상이지요. 어쨌거나 말이 나온김에 노골적으로 제 자랑 하나 더 하자면, 얼마전에 미국인 한사람이 이메일을 보냈더군요. 저같은 supervisor하고 일해서 행복했었답니다. 입에 발린 인사치레였을지는 몰라도, 그거면 된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xc님 부디 외국에서 건강하시고 즐거운 자전거 생활 하시기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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