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풀코스를 무려 50여 회나 완주하셨다는 철인이신 권혁인 님의 당당한 모습
한 달여 잔차를 안 타고 농땡이를 부린 게
모조리 화근으로 되돌아오는 요즘입니다.
며칠 전, 천보산 줄기를 안내한답시고
전날밤을 꼬박 새고 비몽사몽 올랐다가
잔차질 십여 년 만에 처음으로 허벅지에 쥐가 났었고.
좀 쉬겠다며 라이딩 제의를 단호하게 거절한 이틑날은
그냥 드라이브나 하게 나오십사 하는 갑장의 감언이설(ㅡ,.ㅡ)에
속아 나갔다가 드라이브는 코딱지 만큼 하고
남양주에 있는 어느 야산 밑에 주차를 하더니
대뜸 차에서 잔차를 끌어내립니다.
"에이 씨~ 어제도 잠이 안 와서 한 시간이나 잤나 모르겠소"
"피곤하시죠? 이럴수록 바짝 고삐를 조여야 합니다"
"내가 소요? 고삐를 조이게? 궁시렁궁시렁"
그 다음날도 또 부용산이며 의정부 외곽의 야산의
개척코스를 돌아다니고 다음날은 또 남양주 야산,
그러다가 그제는 백봉산이란 곳에 갔는데
예전에 구름선비님께서 올려 주진 지도를 보아서
확실히 코스를 안다고 큰소리 치기에 따라갔는데
막상 오르다 보니 처음엔 입에서 단내가 나더니
단내가 곧 술 냄새 비스무리하게 바뀌고
급기야 피비린내가 나도록 끌바를 했습니다. 흑흑.
역시 엉터리 코스였답니다.
빡신 등산로로 올라갔다는 선비님의 진단이 내려졌습니다.엉엉.
오늘 또 기별이 왔습니다.
몇 달 전에 의정부에 돼지띠 한 마리..아니, 한 분이
새롭게 출몰하셨는데 마라톤 풀코스를 50회 이상 완주한
철인이시랍니다.
돼지 세 마리가 모여서 동반 라이딩을 하자는 제의에
귀가 솔깃한데다가 예전에 한 번 그 철인 돼지와
라이딩을 해 본 결과 별 경사도 아닌 길에서
그냥반이 잭나이프를 하면서 구르는 모습을 보았기로
"음훼훼..지가 철인이면 철인이지.. 잔차질은 초보 아니겠어?"
하는 초경박스런 생각이 들면서
날다람쥐 같은 갑장에 시달리는 요즘의 시스템에
한시바삐 어떤 변화를 주지 않으면 제가 제명에 못 살겠다 싶어서
중간에 완충장치 하나쯤은 만들어야겠다는 계산이 팍 서더군요.
철인께서 아무래도 잔차질에 미숙하니 나와 함께 뒤처질 것이고
난 그 뒤처진 사람 뒤에 다소곳이 따라갈 생각인데
갑장이 설마 뒤처진 사람을 둘이나 다 떼어놓고
혼자 날아갈 일은 없을 거란 판단이 서더군요.
이윽고 도정산에 오르기 시작했는데
초장의 업힐이 꽤 힘든 곳입니다.
그런데 갑장이 저만치 앞서서 올라가는 건 이해하겠는데
슉슉하는 호흡소리와 함께 철인님 잔차의 트레드가
푸석한 흙덩이들을 뒤에 따라가는 내 쪽으로 마구 밀어내면서
바람같은 무서운 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하는 겁니다.
결국 두 날다람...아니 두 도야지띠들이
서로 상승작용인지 화학반응인지를 일으키는지
저를 팽개치고 둘 다 금방 제 시야에서 사라지더군요.
예전에 갑장께서 축령산에 육상 선수 출신의 마나님을
모시고 나온 걸 깔보다가 멸문지화를 당했던 청죽이기에
마라톤 풀코스 50회 이상 완주한 철인님이
타고난 비실비실 국민약골인 청죽과는 달리
엄청난 폐활량과 무지막지한 근지구력이 갖춰진 때문에
조금만 잔차질을 하다 보면 무서운 실력이 붙을 거란 사실을
차분하고도 냉정하게 예측했어야 했는데 그걸 생각 못했습니다.
헥헥헥....훌쩍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