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鐵人(철인)

靑竹2008.01.10 21:50조회 수 1285댓글 11

  • 1
    • 글자 크기




▲마라톤 풀코스를 무려 50여 회나 완주하셨다는 철인이신 권혁인 님의 당당한 모습


한 달여 잔차를 안 타고 농땡이를 부린 게
모조리 화근으로 되돌아오는 요즘입니다.

며칠 전, 천보산 줄기를 안내한답시고
전날밤을 꼬박 새고 비몽사몽 올랐다가
잔차질 십여 년 만에 처음으로 허벅지에 쥐가 났었고.

좀 쉬겠다며 라이딩 제의를 단호하게 거절한 이틑날은
그냥 드라이브나 하게 나오십사 하는 갑장의 감언이설(ㅡ,.ㅡ)에
속아 나갔다가 드라이브는 코딱지 만큼 하고
남양주에 있는 어느 야산 밑에 주차를 하더니
대뜸 차에서 잔차를 끌어내립니다.

"에이 씨~ 어제도 잠이 안 와서 한 시간이나 잤나 모르겠소"

"피곤하시죠? 이럴수록 바짝 고삐를 조여야 합니다"

"내가 소요? 고삐를 조이게? 궁시렁궁시렁"

그 다음날도 또 부용산이며 의정부 외곽의 야산의
개척코스를 돌아다니고 다음날은 또 남양주 야산,
그러다가 그제는 백봉산이란 곳에 갔는데
예전에 구름선비님께서 올려 주진 지도를 보아서
확실히 코스를 안다고 큰소리 치기에 따라갔는데
막상 오르다 보니 처음엔 입에서 단내가 나더니
단내가 곧 술 냄새 비스무리하게 바뀌고
급기야 피비린내가 나도록 끌바를 했습니다. 흑흑.
역시 엉터리 코스였답니다.
빡신 등산로로 올라갔다는 선비님의 진단이 내려졌습니다.엉엉.

오늘 또 기별이 왔습니다.
몇 달 전에 의정부에 돼지띠 한 마리..아니, 한 분이
새롭게 출몰하셨는데 마라톤 풀코스를 50회 이상 완주한
철인이시랍니다.

돼지 세 마리가 모여서 동반 라이딩을 하자는 제의에
귀가 솔깃한데다가  예전에 한 번 그 철인 돼지와
라이딩을 해 본 결과 별 경사도 아닌 길에서
그냥반이 잭나이프를 하면서  구르는 모습을 보았기로

"음훼훼..지가 철인이면 철인이지.. 잔차질은 초보 아니겠어?"

하는 초경박스런 생각이 들면서
날다람쥐 같은 갑장에 시달리는 요즘의 시스템에
한시바삐 어떤 변화를 주지 않으면 제가 제명에 못 살겠다 싶어서
중간에 완충장치 하나쯤은 만들어야겠다는 계산이 팍 서더군요.

철인께서  아무래도 잔차질에 미숙하니 나와 함께 뒤처질 것이고
난 그 뒤처진 사람 뒤에 다소곳이 따라갈 생각인데
갑장이 설마 뒤처진 사람을 둘이나 다  떼어놓고
혼자 날아갈 일은 없을 거란 판단이 서더군요.

이윽고 도정산에 오르기 시작했는데
초장의 업힐이 꽤 힘든 곳입니다.
그런데 갑장이 저만치 앞서서 올라가는 건 이해하겠는데
슉슉하는 호흡소리와 함께 철인님 잔차의 트레드가
푸석한 흙덩이들을 뒤에 따라가는 내 쪽으로 마구 밀어내면서
바람같은 무서운 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하는 겁니다.

결국 두 날다람...아니 두 도야지띠들이
서로 상승작용인지 화학반응인지를 일으키는지
저를 팽개치고 둘 다 금방 제 시야에서 사라지더군요.

예전에 갑장께서 축령산에 육상 선수 출신의 마나님을
모시고 나온 걸 깔보다가  멸문지화를 당했던 청죽이기에
마라톤 풀코스 50회 이상 완주한 철인님이
타고난 비실비실 국민약골인 청죽과는 달리
엄청난 폐활량과 무지막지한 근지구력이 갖춰진 때문에
조금만 잔차질을 하다 보면 무서운 실력이 붙을 거란 사실을
차분하고도 냉정하게 예측했어야 했는데 그걸 생각 못했습니다.


헥헥헥....훌쩍


  • 1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11
  • 오늘 저녁, 다른 어떤 사이트에서 청죽님의 이 글과 비슷한 주제의 글을 읽고(고수와 함께 라이딩 나갔다가 엄청나게 고생했다는) 저도 이렇게 키보드질만 할게 아니라 진짜 산악자전거의 참맛을 느낄 수 있도록 본격적으로 뛰어들어봐야 되는거 아닌가하고 생각했었습니다만... 결국 제 분수를 지키기로 했습니다. 저는 저 스스로를 아니까요. 제가 즐길 수 있는만큼만 타려합니다. 산악자전거 동호회 왈바 회원으로서는 사뭇 자격이 의심스러운 1인 댓글올리고 갑니다. 편안한 밤시간 되시길...
  • 오늘 띠동갑 형님과 라이딩을 했는데
    그 분 따라 가기도 힘들어서
    은퇴할까 생각중입니다. ㅎㅎ

    청죽님꼐서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한 가지 묘책이 있는데
    그건 구름선비와 라이딩을 하시는 겁니다.
  • 靑竹글쓴이
    2008.1.10 23:13 댓글추천 0비추천 0
    아무래도 선비님께서 '전국 마이너라이더 연합회'를 한 번 구성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제가 총무를 맡던지 하겠습니다.아무래도 '전국 패잔병라이더 연합회'보다는 마이너가 낫겠죠?ㅡ,.ㅡ
  • 아니 왜 사람이 짐승들과 놀면서 그런 수모를 당하십니까? ㅋㅋㅋ==3=3====3
  • 두분이서 라이딩 하시는날이 오기를~~~~깍두기로 제가 ㅎㅎㅎㅎ
  • ㅎㅎㅎ ... 마라톤 하시는 분들 자전거 들고 띠시던데요 대회에서 ㅡㅡ;;
  • 마라톤 풀코스 50여회이시면
    온 몸이 근지구력과 체력이 머신화 되어 있으셨을 겁니다.
    100만 스물 둘이나 되시는 분과 라이딩 하시면 하실 수록...힘드실틴디유...^^
    담엔 로드 타이어 1.75 추천 드립니다...>.<::
  • 라이딩보단 저처럼 잔차꾸미기에 취미를 붙여 보시면 어떠실런지....ㅡ,.ㅡ;;;;;;;
  • 제 잔차 썩는 소잰지 아닌지 시험중에 있습니다.....ㅠ.ㅠ.
  • 靑竹글쓴이
    2008.1.11 19:44 댓글추천 0비추천 0
    제 후배가 티탄을 무려 5년여 실험한 결과가 나왔는데 녹에는 강하지만
    거미줄에 상당히 취약한 결과가 나왔다는군요. 벽에 걸어놓았다가
    거미줄을 꽤 오래 걷어내야 했다고 합니다.
  • 청죽님 너무 하시네요. "신기록 56km" 댓글이 조용히 증언하고 있습니다.
    저같은 허접때기는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 고수시라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드디어 복구했습니다. 와일드바이크 심폐소생의 변!39 Bikeholic 2019.10.27 3058
188096 李대통령, 올해 ‘꿰매고 싶은 입’ 1위28 바보이반 2009.12.22 1362
188095 李대통령 “물값 싸서 물 낭비 심한 것 같다” (펌)14 mtbiker 2011.03.22 1563
188094 龍顔이 맞나요? (무) 십자수 2004.07.14 379
188093 女難(여난) 2題26 靑竹 2007.11.21 1718
188092 女難(여난) - 310 靑竹 2008.01.18 1392
188091 女福(여복)19 靑竹 2008.02.12 1768
188090 不滅의 帝王 國岡上廣開土境平安好太王 날초~ 2004.09.05 639
188089 不 狂 不 及 훈이아빠 2004.09.07 550
188088 힝~~ 빋고는 싶은데/... 시간이 영 안맞네요...ㅠㅠ 십자수 2004.05.08 217
188087 힝.... bbong 2004.08.16 412
188086 힝.. 역시 로드용 타이어로 바꿔 갈걸. ........ 2000.08.15 242
188085 힛트작입니다.... vkmbjs 2005.09.03 326
188084 힙합이나 댄스곡 잘 아시는분 아래 방금 스타킹에 나온 노래 제목이?1 dynan 2007.01.27 870
188083 힙쌕을 사용해 볼려고 합니다23 gcmemory 2006.05.27 1384
188082 힘찬 출발 되시리라 믿습니다. zzart 2002.10.16 241
188081 힘찬 응원을..... kwakids 2004.07.28 308
188080 힘찬 업힐( up-hill)을 !! bullskan 2005.04.02 265
188079 힘줄 늘어나 고생 해 보신분들~ trek4u 2004.07.28 642
188078 힘좀 써주세요... ........ 2001.01.26 260
188077 힘이 많이 드는 나사를 풀 때는 *^^* Kona 2004.10.29 617
첨부 (1)
dodo_145.jpg
323.6KB / Download 3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