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한가한 극장에서 생긴 일...

탑돌이2008.01.11 23:59조회 수 1208댓글 8

    • 글자 크기


지방으로 전근되어 주말부부 생활이 한해 반이 되어갑니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것이 유쾌하지는 않지만
이미 국내외에서 몇차례 경험도 있고 하여 어떤 환경에서나
기죽지 않고 나름 보람되게 사는 법을 터득하였습니다.

더구나 제게는 자전거가 있기에 출퇴근길이 여간 즐거운게 아닙니다
퇴근시 날이 좋을 때면 자정너머 까지 산야에서 라이딩 하고
후즐건하게 안개에 젖어 소굴로 들어오곤 하지요

날이 궂으면 영화보기
짝이 맞으면 당구치기
동창들과 저녁 먹기 등등

그렇지만 성격이 내성적이라 당연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습니다.

엊그제는 날씨도 춥고 하여 잔차타기를 포기하고
혼자 "황금 나침판"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시간에 맞추어 입장하니 1,000석은 족히 될성싶은 상영관 중간쯤에
여학생 2명이 앉아 있더군요

뒤쪽에 앉으면 학생들이 신경쓸까봐
너댓둘 앞 정 중앙 자리를 차지 하였죠

휘휘 사주를 둘러 봐도 관객은 딱 3명 입니다

처음엔 약간 추운 느낌이 들었으나
영화와 함께 난방도 시작될 것으로 기대했죠

그런데 아뿔싸.. 점점 더 추워지더군요
전 터틀넥에 양복을 걸치고 있었지요

그래서 폭신한 등받이에 등을 바짝 들이 댔습니다
좀 포근해 지더군요.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공기가 점점 더 차가워 지는 것이 코끝으로 느껴지더군요

이번에는 양복 단추를 채웠습니다
그러나 효과라곤 "죽은 놈 콧구멍 훈짐" 쬐는것 만도 못하죠 ㅠㅠ

어깨는 고슴도치처럼 웅크러 들고
두 손은 바지 주머니 속을 파고 들고
목은 이미 자라목이 되어 어깨속에 묻혀버리고
두 다리는 체온을 지키기 위해 11자로 붙어 있고...........

영화가 끝난 뒤 극장 입구에 있는
난로에서 몸을 녹이고 있으려니
마침 극장 직원도 추웠는지 같이 몸을 목이더군요

"관객이 적다고 난방을 꺼버리면 어떡케요. 얼어죽을 뻔 했습니다"
"상영관이 어디였죠"
"2층 나 관요"
"아니예요, 그럴리가 없어요 절대"
"......., 그럼 함께 가 보죠"
"안돼요 전 여기 지키고 있어야 해요"

저는 아무말 하지 않고 극장문을 나섰죠
극장 주인 입장에서 보면, 관객 3명을 위해 그 큰 상영관을 난방하기가
무척이나 부담스러웠겠다고 생각하면서.....

+++++++++

지금은 서울 집에서 이 글을 쓰고 있네요
가족들이 있는 집이 더욱 포근하게 느껴집니다..




    • 글자 크기
친구 따라 강남? 회원 따라 업글? (by 뫼비우스) 추억의 60~70년대 사진 #5 (by sura)

댓글 달기

댓글 8
  • ㅎㅎㅎ
    그 심정 이해합니다.
    영화 한 편 보시려다 고생이 많으셨군요.

    예전에 저도 이런 경험을 했습니다.
    낮시간이긴 했지만 손님이 단 한 명도 없는 대형식당에 들어가니
    홀 써빙을 하는 직원이 세 명, "어서옵쇼~~!!!"하는 세 명의 합창부터
    부담이 가기 시작, 쭈뼛거리며 홀 한 귀퉁이에 어정쩡하게 앉자니
    꼭 무인도 같다는 생각이 들고...

    밥상을 받아 먹기 시작하지만
    무인도에서 나무꼬챙이로 물괴기 겨우 꿰어잡아
    소금도 없이 양념도 없이 꺼멓게 태워 어그적거리며 먹는 기분..

    대충 그랬습니다..

    ㅋㅋㅋㅋㅋ

  • 저는 영화관에 마지막으로 가봤던게 언제인지 생각도 잘 안나네요. 비디오나 dvd를 대여점에서 빌려다 보는게 그저 제일 속편합니다. 편한 대신에 큰 화면과 웅장한 사운드는 당연히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요새는 집에다 영화관처럼 차려놓으신 분들도 많은 것 같던데 저의 집은 옹색한지라... ㅠㅠ
  • 아구구구...감기나 안걸리셨는지 모르겠네요....
    저도,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본지가 꽤 오래 되었군요.
    10년 전 띠동갑녀와 봤던 원주시내의 조그만 영화관에서 본 "링"이란 영화가
    마지막으로 본 영화관에서 본 것이니...

    저도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집에서 봅니다.
    덕분에 누워서 보다 보니 제대로 본 영화가 단 1편도 없다는거...>.<ㅎ
    건강하신 주말과 휴일 보내세요..^^
  • 탑돌이글쓴이
    2008.1.12 11:02 댓글추천 0비추천 0
    청죽님, 홀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이 밥사먹는 것이죠

    프란쓰로님, 스카이님 중년의 남자가 홀로 극장 찾는 것이 범사롭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객석에 앉아 영화시작되기를 기다리는 맛이 참 좋습니다.
  • 빨랑 가족이랑 붙어지내셔야 되는디... 참고로 저두 주말부부, 만기 3년이 되네요.
    운동열심히 하시고 혼자라도 잘 챙겨드세용....
  • 소규모 관객을 위한 개별난방에 대해 제안을 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따뜻한 주말 되세요^^
  • 너무 한가해도 안좋은것이구나^^;;
    영화 보려다 감기 걸리면 손해인데~~~
  • 글을 읽어가면서 무슨 공포영화로 마무리될 것 같았는데...아니었군요..^^; 알고보니 혼자 영화를 본거라든가....극장 관계자랑 다시 가보니 난방은 이상없었다든가....ㅎㄷㄷ.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드디어 복구했습니다. 와일드바이크 심폐소생의 변!41 Bikeholic 2019.10.27 3241
176794 <b>와일드바이크 팀스티커 공모 이벤트</b>11 Bikeholic 2008.01.14 1740
176793 추억의 60~70년대 사진 #58 sura 2008.01.14 1425
176792 너무 노골적으로 보는 변태 당나귀?7 aha77 2008.01.13 1777
176791 언어의 유희9 靑竹 2008.01.13 1134
176790 오늘 밥값 했습니다.^^11 날으는돈까스 2008.01.13 1143
176789 안전운전 하세요13 [L] 파마보이 2008.01.13 1472
176788 엿 많이 드세요?...10 우현 2008.01.13 1211
176787 사기꾼 주의 하세요!2 bycaad 2008.01.13 1119
176786 Good Shepherd3 Overpace 2008.01.13 819
176785 가입인사입니다~5 bachoo 2008.01.12 622
176784 행복은 때를 밀면서~~~13 으라차!!! 2008.01.12 886
176783 안장 높이 조절에 관한 잡담23 靑竹 2008.01.12 2041
176782 황당....5 STOM(스탐) 2008.01.12 900
176781 마음의 소리6 뻘건달 2008.01.12 818
176780 이게 왜 욕이되었는지요?15 k1337548 2008.01.12 1738
176779 플라잉 스코츠맨8 마루 2008.01.12 1766
176778 토요일 아침에 무거운 주제4 탑돌이 2008.01.12 969
176777 이솝우화와 이심전심9 franthro 2008.01.12 905
176776 친구 따라 강남? 회원 따라 업글?11 뫼비우스 2008.01.12 1081
한가한 극장에서 생긴 일...8 탑돌이 2008.01.11 1208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