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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유희

靑竹2008.01.13 22:24조회 수 1134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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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설날에 식구들이 다 모여서
'도' '개' '걸' '윷' '모'  윷놀이를 하는데
아버님은 네 명의 아들팀으로,
어머니는 네 명의 며느리팀에 합류하셔서
공방전이 벌어졌는데

아버님이 윷을 놓으시기만 하면
공교롭게도 시종일관 '개'가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예닐곱 번인가 계속 개가 나오자
장남인 저의 둘째 제수씨께서 하는 말이

"아버님은 보나마나 개예요"

"엉? 아니 아가야..시애비한테 너무 심한 말 아니냐?"

"까르르르르...푸하하하하하"

집안이 홀딱 뒤집어졌습니다.

다음 판부터 일부러 의기소침해지신 척하시는 아버님께서
걸작의 멘트를 날리셨습니다.

"얘!  나 다음 누구냐..얼렁 던져라"

"어머머? 아버님 차례이신데요?"

"아녀..난 그냥 개로 쳐"

저의 아버님은 유머 감각이 실로 대단하신 분이십니다.
그러나 어깨가 너무 왜소해지시고
강력한 카리스마를 자랑하시던 눈초리도
이제는 세상을 그저 힘없이 바라보십니다.
팔순의 아버님.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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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 접속끊고 이만 자러 갈라고 했는데 청죽님께서 글을 올리시니...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지나간다는 식으로 또 들어왔습니다요. 특히, 어렸을때의 언어유희는 지능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이런 것을 말장난이라고 싫어하는 집안도 있을텐데 순간 들으면 놀랄 정도로 재치와 순발력이 번뜩이는 그런 말장난, 언어유희를 구사하는 어린아이들이 많이 있는데 지능이 높다고 보면 됩니다. 저는 머리가 나빠서인지 사촌과 말장난하면(때로 말싸움으로 번집니다) 주로 당하고만 살았습지요. 저도 아버님 생각하면서 이만 잠자리에 들겠습니다. 좋은 꿈 꾸세요. 꾸벅~
  • 아버님께서 4남 무녀를 두셨군요.
    그러니 그 구박을 받으셨지요 ㅋㅋ
    성격 까칠한 시누 하나 있었다면 감히 그런 심한 말을...
  • 靑竹글쓴이
    2008.1.13 22:52 댓글추천 0비추천 0
    ㅎㅎㅎㅎㅎ
    mskd21님. 제 위로 누님이 두 분 계십니다.
    누님들이야 명절에 시댁으로 가셨으니 당연 안 계셨지요.

    franthro님. 언어 습관은 어느 정도 대물림되는 게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어떤 이유에선지 저도 잘 모르겠지만 저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맘마라던가, 우루루 까꿍, 얼렐레..류의 불확실한 단어들을 사용한 말을
    아이들에게 거의 한 기억이 없습니다.ㅋㅋㅋ

    그냥 평범한 대화체 말을 했죠.
    그런데 웃기는 건 그렇게 하다 보면
    제가 이야기할 때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알았니?"
    하면 겨우 앉아 있던 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는 겁니다. ㅍㅍㅍ
  • 청죽님 아버님께서 오래도록 건강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릴적에 아버님을 하늘에 모신 1인입니다.ㅡ.ㅡ;;
  • 청죽님의 해학이 대물림 된 것이군요^^;;
  • 잼있는 가족입니다~~~~~^^ 완죤히 삐지셨군요 ㅎㅎㅎㅎ
  • 제 키가 185 아버님 키가 179입니다...
    저야 고등학교때 이미 180대에 진입했지만...

    요즘들어 아버님이 자꾸 외소해 지시는것 같아 마음이 그렇습니다...
  • 언제나 청죽님의 글귀는 참으로 인간적이에요^^
  • 로그인 해서 답글을 써야만 할거같은 글~ ^^ 따뜻합니다. ^^
    아버님께서 하이(high) 유머를 진정 아시는 분 같으세요~ 오래도록 건강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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