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인가 장흥임도에서 사모께 내몰리던 불쌍한 청죽
(멀어서 다행이다. 가까이 잡았으면 힘들어 오만상을 다 찌푸린 청죽 모습이......ㅋㅋㅋ)
일찌기 두 번째 사부로 점찍은 사부께
여걸과도 같은 마나님이 계시는데
속초건 강화도건 유명산이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번개처럼 다니는 실력자다.
특히 그 무지막지한 업힐 실력이란..
한동안 뺀질거리는 통에 근력이 많이 줄어
평소 잘 올라가던 곳에 오르자니 호흡이 가쁘긴 했지만
그래도 좀 회복이 되어 자신감이 붙기 시작한 어느날
그냥반 샵에서 어물거리다 예의 사모께 잡혔다.
"청죽님! 오랜만에 빡빡산에나 함 가실래요?"
"엉? 그럽시다 뭐"
강한 맞바람을 맞으며 산아래 도착했는데
업힐을 시작하기 직전 사모 왈,
"저 요즘 허리가 아파서 통 못 타서 힘들 거예요"
속으로 '휴~다행이다' 생각하고는
앞서서 천천히 올라가다가 중반 무렵쯤
아파서 통 못 탔단 말에 용기백배한 단순한 인간이
발칙하고 무엄하게도 사모를 떨굴 요량으로
힘껏 페달질을 시작했는데....
에효효...아파서 통 못 탔단 사모께서
고무신 뒷축에 낀 지푸라기라도 되는지
안간힘을 쓰던 나의 뒤에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결국 젖먹던 힘까지 다 쏟아붓고 나서
정상의 군부대 철문앞까지 도착해서 잔차에서 내리니
세상이 노랗고 호흡도 불규칙했지만
비루먹은 내공이나마 쥐어짜서 짐짓 고른 호흡인양
위장하고 있자니 죽을맛이었다.
그러나 더 삶에 회의를 느끼게 만들었던 건,
잔차에서 내리자마자 들려온 사모의 말소리였다.
"곧바로 턴을 안 하시고 쉬다 가시게요?"
"(깨갱...) 오늘 점심을 짜게 먹었나...물이나 마시고 갑시다"
적당히 둘러대며 추운 날씨 탓에
별로 내키지도 않는 찬물질을 하고 있었는데
아기 정수리의 맥놀이 만큼 남은
청죽의 기를 마저 죽이는 그녀의 연타가 터졌다.
"다른 사람들 따라오면 인정사정 없이 달려서 힘들었을 텐데
청죽님은 역시 봐 주시면서 살살 올라오시니
따라오는 제가 아주 편했어요..호호호"
'어쨌거나 겨울이 가면 별 수 없이 봄이 오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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