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파도를 치듯, 갈지字를 그리며

구름선비2008.01.18 19:24조회 수 669댓글 6

    • 글자 크기


재작년 말
제일 추웠던 날에 만난 친구가 있습니다.
30대 중반인 이 친구를 만나던 날
저절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산을 탈꺼라는 저의 번개에 참석하였는데
머리에는 풀페이스를 썼는데
타고 온 자전거는 미제 C 社의 하드테일이었죠.

위에는 풍성한 등산복에 바지는 C 社에서 나온
넉넉한 딴힐 바지 차림이었습니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상황이었죠.

그렇게 시작한 라이딩에서
얼마 가지 않아서 잔차에서 내리더니
끌바를 하더군요.

이 알 수 없는 친구와
작년 한 해 많이도 자전거를 탔습니다.

그렇게 우스운 모습처럼
실력이 허접하였습니다.

아주 사소한 내리막에서도
웨이백을 제대로 하고 내려갔고
아주 작은 업힐도 포기하면서….

그러면서 봄을 거쳐 여름이 되었을 때에는
잔차를 두 번이나 바꿔치기 하더니
괴물로 변하였습니다.

머리에 디카를 달고 쫓아가도
항상 여유롭던 딴힐이 갑자기 험악해 지는 것이었습니다.

결국은 지난 9월부터는 두 손을 들고
이제는 놓아 보낼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장비로 보나 담력으로 보나
(아니 체력으로도 안되겠군요.)
같이 갈 수 없는 길을 가는 겁니다.

얼마 전에는 다른 C 社의 미니딴힐차로 바꾸더니
이제는 저에게있어 '지나 간 사람'이 되고 말았구요.
----------------------------------------------------------------------

오늘은 저녁에 돈을 벌러 나온 날입니다.

라이딩 코스가 출근길인 저에게
같이 타는 친구들의 라이딩 모습은 흔한 일인데

오늘 출근길에 본 사람은
그 큰 헬멧에 하드테일 타던 그 친구였습니다.

약간 오르막인 지방도로를 달리는데
상체와 하체가 따로 놀고
라이딩 방향은 한 3초마다 바뀌는
'갈지字 걸음'이더군요.

마치 파도를 타는 듯
출렁이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자전거는 두 대'여야 된다는 생각,

한 가지가 좋으면 다른 한 쪽은 좋지 않은
한 쪽은 포기하면서 사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케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

군대에 간 아들 녀석은
이제 훈련 받을 사단이 정해졌군요.

참 좋아진 세상입니다.




    • 글자 크기
안부전화.. (by k1337548) bright eyes- art garfunkel (by 십자수)

댓글 달기

댓글 6
  • 맹수는 오래 못 키웁니다. ㅋㅋㅋ
    다 때가 되면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야지요.흡흡흡...
    누군지 대강 알 것 같습니다.ㅎㅎㅎ

    자전거가 두 대면 딱 족하죠.
    제 경우 제 능력의 최대폭이 하드텔과 올마라고 생각합니다.
    중간에 더 끼워넣는 건 중복이지만 그 이전에 능력 밖의 문제고
    프리나 다운힐은 막연한 동경일 뿐입니다..흑흑흑.
  • 겉으로 비친 모습은 그냥 레드불 출전해도 될 모양새인디... ㅋㅋㅋ
  • 청죽님.....제가 가르쳐 드린다니까요 ^^
    오세요~~~~~이쪽으로
  • 구름선비님이 말하는 사람이 누군인지 알겠읍니다
    길에서 가끔 만나는 그분 ㅎ
  • 구름선비글쓴이
    2008.1.19 02:12 댓글추천 0비추천 0
    ㅎㅎ
    그 사람이 맞습니다.

    설마 靑竹님 불러다가
    진흙탕에 빠뜨리려는 심사는 아니시죠?

    靑竹님은 쉬셔야 작품이 나오고
    그래야 왈바가 편안할 거인디~~
  • 진흙탕에 빠드리고 싶어도~~~~이곳은 진흙탕이 없읍니다

    혹여 그런일이 있다면 나중에 구름선비님에게 종아리 맞으려구요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드디어 복구했습니다. 와일드바이크 심폐소생의 변!40 Bikeholic 2019.10.27 3098
11263 안부전화..2 k1337548 2008.01.18 395
파도를 치듯, 갈지字를 그리며 6 구름선비 2008.01.18 669
11261 bright eyes- art garfunkel5 십자수 2008.01.18 510
11260 I'm in The Mood For Dancing - Nolans 십자수 2008.01.18 517
11259 십자수님의 쾌차를 바라며7 키노 2008.01.18 1053
11258 SKIMBLE THANKS- CAT'S중에서... 십자수 2008.01.18 461
11257 FUNKY TWON3 십자수 2008.01.18 651
11256 허탕............5 STOM(스탐) 2008.01.19 553
11255 고생했다.6 STOM(스탐) 2008.01.19 654
11254 Jimmy Cliff - I Can See Clearly Now 3 mtbiker 2008.01.19 475
11253 Journey-Don't stop believin' 2 mtbiker 2008.01.19 512
11252 옛날이 그리워 눈물 납니다16 탑돌이 2008.01.19 1150
11251 BONEY-M & MONTEZUMA-CUSCO5 십자수 2008.01.19 528
11250 이거 개꿈인가요?16 靑竹 2008.01.19 1096
11249 자전거도 그린프라이스 적용이 안되나요 거부기닌자 2008.01.19 638
11248 왜 부자되기가 힘든지에 관한 짧은 개똥철학2 franthro 2008.01.19 794
11247 왜 부자되기가 힘든지에 관한 짧은 개똥철학 210 franthro 2008.01.19 1077
11246 머,머,머리 좋았으면...ㅋㅋㅋㅋ5 uabia 2008.01.19 770
11245 와일드바이크만 들어오면....7 olive 2008.01.19 1209
11244 교통사고 합의후에 계속 아프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7 chrisking 2008.01.19 2015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