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난 해 가을 무렵 서해안을 거쳐 제주도까지 자전거 여행을 했던
사진과 기록을 정리하여 여행기랍시고....
나름 글을 썼다....제법...분량이 되는 양이었다.
여행기를 작성하다가 문득..제주도 어느 곳 영화박물관에서 본 한 포스터에
소위 '삘'이 박혀 버렸다....
그곳의 포스터는 속편 영화이었던 것이었지만....
별들의 고향이라는 제목만으로도 충분히..가슴이 저려올 만한 영화였다.....
별들의 고향....그 영화는 사실 나의 영화에 대한 추억의 고향이 아니었을까....
1974년 한창 사춘기때인 중학교 시절...
당시에는 학교에서 영화관 출입을 금지하였고....
지도선생님(지도부 소속)에게 잡히면..최소 정학이었다..
그러나 그 두려움을 뚫고....
선생님 눈을 피해...영화관을 몰래 드나 들었었다.......
소심하던 나에게 어떻게 그런 용기(???)가 있었는지...
암튼 그 당시...가슴을 뛰게 하는 영화가 상영되었다....
'별들의 고향'.... 당시 한창 인기 급상승이었던 여배우였던 안인숙, 신성일 주연....
(최인호라는 작가는 훨씬 나중..겨울여자를 읽게 됨으로서 알게 되었다)....
난 그때 처음으로 호스티스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었다....
그 영화를 꼭 보고 싶었다....
사실은 가슴 뛰게 하는(??) 야한 장면(??)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금의 시각으로는 TV 드라마에서도 식상한 장면이었는데...쩝!!!....)
헌데...문제는 어떻게 선생님 눈을 피해
학생출입금지를 하는 영화관에 들어가는냐가 관건이었다.
그래서 당시 혼자서...버스를 타고 1시간 이상이나 가야 하는 먼~~길
(성남, 안양, 의정부 등지의 시 외곽...)인 성남까지 버스를 타고 갔다...
극장 앞에 가서는 교복의 호구를 열고 앞단추를 한 두개 풀고.....
운동화를 꺽어 신었다....
그리고 영화관 옆 가게에서 껌 한통을 샀다..
그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앞이빨 사이로 침을 찍~~찍.....뱉으며
껄렁껄렁 매표소로 갔다...
매표소안에서 표를 파는 아가씨가....한참(??) 나를 쳐다 보았다...
시선을 맞추지는 못하고....고개를 숙인 채...
"(쓰~~벌)....빨리 표 줘!!!~~~~요..."
잠시 망서리는 듯한 그 아가씨는 창구 사이로 표 한장을 내밀었다...
그 표를 움켜쥐듯..받아들고..혹여 다른 누가 볼까봐....
후다닥..극장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이윽고..영화는 시작되었고....
영화는 내가 바라는(??) 장면은 나오지 않고....자꾸 슬퍼만 졌다....
그리고 나오는 음악....
'나는 열아홉살이예요..'
여주인공의 아픈 삶을 노래하듯..부르는..그 노래....
당시는 녹화 후 대사를 덧입히는 식의 더빙 작업을 하였었다...
(동시녹음은 아주 나중에 도입된 시스템...)
그러다 보니 영화 배경으로 나오는 음악은 음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욱 애뜻한 느낌을 주는 노래는.......
한참 감수성이 풍부했을 그 나이의 한 소년의 콧등을 시리게 만들었다....
그러던 중...그 유명한 대사...."경아...오랜 만에 같이 누워보는군....."
헉??...드..드디어 나오는가 보다....하고 마른 침을 삼키는 그 순간...꼴까닥....
다음 장면..시작....
'엥?...이건 뭐래???.....'
그렇게 바라던 장면은 ...그렇게 허무(??)하고 어이없게 지나갔다......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다시 기대(??)하며 보는 마음은..다시 몰입하게 되고....
마지막..여주인공 경아는 산속의 눈속을 헤치고....
수면제를 먹으며 그녀의 고향(???)으로 가다가 죽어가는 장면에서....
결국은 혼자 통곡하듯 울었다는.....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조차....
계속 콧잔등의 시려움이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영화가 슬플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여준
나의 진정한 첫 영화....별들의 고향.....
소설이라는 것이 교과서에서 나오는 소나기와.. 감자, 벙어리 삼룡이 같은
고전적 작품만 있는 것이 아니고 이런 사회 고발적 작품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하여 줌으로서 또 다른 세상을 보여준 계기가 되었다.
자전거 여행길에서 필연인 듯 만난 그 영화..'별들의 고향'
어린 시절의 추억에 한동안 그 포스터 앞을 떠나질 못하고....회상에 잠겨 서 있었다...
'나는 열아홉살이예요'...별들의 고향 中에서....
난 그런 거 몰라요 아무 것도 몰라요.
괜히 겁이 나네요. 그런 말 하지 말아요.
난 정말 몰라요. 들어보긴 했어요.
가슴이 떨려 오네요. 그런 말 하지 말아요.
난 지금 어려요. 열아홉살인 걸요. 화장도 할 줄 몰라요.
사랑이란 처음이어요.
웬 일인지 몰라요.
가까이 오지 말아요. 떨어져 얘기해요. 얼굴이 뜨거워져요.
엄마가 화낼 거예요.
하지만 듣고 싶네요. 사랑이란 그 말이 싫지만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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