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개꿈?

구름선비2008.02.10 02:06조회 수 729댓글 13

    • 글자 크기



조금 전에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어제 오후에 짧은 싱글을 타고 와서
샤워하고 빨래하고, 잡일을 하다가
적당한 시간(23:00)에 잠들었었는데
잠이 잘 오지 않더군요.

운동량이 적어서 그런건지
체력이 좋아져서 그런지

전에는 운동을 하고 나서
샤워하고 나면 졸리워서 못 참고
바로 잠을 잘 수 있었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저런 공상을 하다가 잠이 들었는데

꿈 속에 어느 분의 시체를 어느 강변인지
해변인지 물가의 건물에 옮겨다 놓았습니다.

친분이 많지는 않은 분이나
꽤 유명한 사람의 시체였습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몰라도 어떤 꿍꿍이(?)가 있어서 옮겨 놓은건데
그 일로 인해서 걱정이 생겼습니다.

어딘가 떳떳지 못한 생각으로 인한 고민이었지요.

아!
그 건물이 뒷간이었군요.

보신 분들이 있는지 모르지만
경기도, 그것도 산골인 저의 고향의 그것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원형이나 정사각형의 구조에
돌담이나 흙담을 쌓아서 만들었고
지붕에는 이엉을 얹은 그런 모습입니다.

문은 이엉을 사용하였거나
아니면 거적, '풍년표'비료 포대로 만들었습니다.

그런 뒷간에
큰 돌을 두개 놓아 둡니다.

돌 앞에는 불을 때고 남겨진 재를 놓아두고
그 재로 볼일을 보고 난 물건에 덮고
삽이나 너까래로 밀어서 뒤 쪽에 쌓아 놓는….

그런  뒤쪽에는 엉성한 선반이 있어서
농사에 필요한 것들을 얹어 놓곤 하는데

그 곳에 시체를 얹어 놓았습니다.

고민을 하면서 귀가한 저에게

그 곳에 있던 아는 녀석이
시체를 가리키면서 그러는 겁니다.

"나는 000이 제일 좋아"
평소 조금 주제넘고 간사하다는 생각을 하는 녀석인데

무언가 고민스런 생각으로 들어 간 뒷간에서 싫지 않았습니다.

시체가 말을 시켜오더군요.
저는 꽤 유창한 언변으로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곧 매장을 하겠노라고 변명을 하다 깨었습니다.

이 곱지 않은 꿈을 꾸고 잠결에 몇 가지
생각이 나서 컴퓨터를 켠 것입니다.

============================================
첫째로,
저의 요즘 심사를 반영한 꿈이라는 것입니다.

집에 고민거리가 한 가지 있고
직장에서도 웃음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사람을 만나기 싫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긴다는 것입니다.

이룩해 놓은 것도 없고, 장래에 대한
두려움도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지요.

부모형제, 처자식에 대한 미안함
직장에서의 상관과 부하에 대한 미안함 등
여러가지 미안한 마음들이 그렇게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둘째는,
뒷간에 옮겨 놓은 시체가
'지름신'이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다른 여러가지 사회적인 일에는 문을 걸어 닫아 놓고
오로지 나의 취미나 개인적인 것에만 신경을 쓰고 있어서
무언지 모를 존재에 대한 희망이나 연민이 있는 것이 아닌지


셋째로는,

지난 여름 이후로 발길을 끊었다가
이제 다시 나가기 시작한 교회나 절대자에 대한
죄책감이 아닐까 합니다.

한마디로 '내 마음속의 우상'이라는 거지요.

아직 털어버리지 못한 찝찝함.

그로 인한 마음의 부담이 꿈으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

어찌 되었든, 무엇이든간에
마음속의 부담이 꿈 속에 이런 것으로 나타나
자신을 괴롭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가끔은 내가 '정신병의 초기 증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사람을 많이
그것도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싫다보니 생긴 현상일 수도 있지만
이제는 친근한 사람도 귀찮아지더군요.

어떤 때는 인간이 지닐 수 밖의 없는
'한계상황'이라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아무리 많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개인적으로는 '고독할 수 밖에 없는 존재'가 사람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인생에 대한 번민이 오고
나이가 들어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 한 밤중에 꿈에서 깨어나서
이러고 있는 것이 정상은 아니죠?


    • 글자 크기
사전 선거 운동? (by 뻘건달) 물을 어떻게 먹어야 될까? (by 토마토)

댓글 달기

댓글 13
  • '군중 속의 고독'이란 말도 있듯 사람은 결국 혼자로 남게 마련입니다.
    타자의 심중을 헤아려 그 고통을 이해한다고 해 봤자 피상적일 뿐이듯
    타자가 내 심중을 헤아리는 것 또한 마찬가지일 터, 아마 그 모자란
    부분 만큼의 갈증이 결국 혼자라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게 아닌가 합니다.

    어쩌면 자아의 성찰 과정이신지도..ㅎㅎ
    깊은 자아의 성찰은 대체로 번민을 수반하기 쉽잖습니까?
    신심이 깊은 사람들처럼 절대자에 대한 믿음은 없지만
    이웃의 행성들간에 끊임없이 작용하는 인력처럼
    늘 저도 마음 한구석에 선비님과 같은 생각이 자리합니다.

    그래도 좀 주무셔야죠?
  • 무언가 심적으로 부담을 느끼시는 일이 있으신것 같습니다.
    그럴수록 좋은분들과 더 많이 어울리셔야 합니다.
    아직 선비님 보다 한참 어리지만
    저또한 선비님께서 느끼셨던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상태로 시간이 오래 지나면 몇년 혹은 더 오랜 시간을 고생 하실수도 있습니다.
    혼자가 아니라는걸 항상 잊지 마시고
    마음 다잡으시고 화이팅 하시길 바랍니다.
  • 구름선비글쓴이
    2008.2.10 02:48 댓글추천 0비추천 0
    아직 주무시지 않는 분들도 계시군요.
    더구나 친근함을 느끼는 분들이라
    일종의 편가름이 생각이 납니다.

    아직 중증은 아닌 듯 한데
    따스한 마음이 점점 없어져서 걱정입니다.

    정서가 메말랐다고 할까?

    편안한 밤 되세요.
    두 분~~
  • 좋은 아침입니다. 새해 복 많이받으세요....
  • 저도 요즘들어 느끼는건데... 예전의 그 왕성함과 부지런함은 어디 갔는지 참 궁금합니다.
    연배 있으신 분께는 건방일지도 모르겠지만...
    나이 먹을수록 여러가지를 다 하는것 보다는 일부 극히 제한된 것에만 관심과 열정이 있는것 같습니다.
    옛날에 밤근무 할때는 정말 출근 할 때마다 진공 청소기 들고 걸래 들고 날뛰었는데... 요즘엔 정말 거의 가뭄에 콩나듯 하니 원...
    후배 직원들은 말할 것도 없구요...

    자전거 관련해서는 그 수많은 DIY 작품들과 라이트 맨든다고 납땜기 들고 뗏다 지졌다 하는 일을 참도 많이 했는데...
    이젠 프레임에 먼지 닦는 것도 귀찮으니 원...타이어 바꿔 끼우는 것도 10분이면 될건데 안하고 있고...

    제가 봐도 심하진 않지만 매너리즘인건 맞는것 같습니다. 에휴...

    올해부터는 다시 좀 부지런을 떨어 볼까 합니다.

    선비님, 청죽님,ralfu님, 충무로님 모두 건강하시고 복된 새해 맞으세요^^

    선비님 오늘은 이브닝 근무이신가보다... 아무튼 전 이제 근무 끝나갑니다.

    에휴 연휴 전날 근무, 설 당일날 근무, 마무리로 연휴가 끝나는 주말 근무
    아~~! 빡씹니다...
    오늘 밤 근무자들 죽었다... ㅋㅋㅋ 설 때문에 퇴원했던 환우님들 죄다 입원할텐데...
  • 잔차도 마찬가지겠지만 격한 운동을 하는 분들 중에 내성적인 분들이 의외로 많더군요
    살아가면서 쌓이는 스트레스를 풀어내기 위함이겠지요

    꿈속의 정황 묘사가 섬득할 정도로 섬세하고 사실적이네요
    선비님의 직업이 무엇인지 유추할수 있는 대목입니다 ㅋㅋ
    마치 변사사건 현장 기록을 보는듯 합니다 ㅎㅎ

    쉽게쉽게 사세요
    은퇴 후 즐거운 나날을 생각하면서

    직장에서의 진퇴
    가정
    질병
    자녀............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표준남들의 표준 고민거리가 아닐까요??
  • 세상사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시체꿈이 재산증식 에 꿈이라 하더군요.
    이십년전 생활이 궁핍할때에, 애엄마가 시체 꿈을 꾸고나서
    진짜로 불같이 일어났습니다.
    3년도 안돼서 강남 논현동에 아파트를 장만 했엇습니다.

    그것도 정초에 끄런 꿈을 꾸셨습니다.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축하드립니다.

    저렴한 가격에 그 꿈을 저한테 파시죠......

    세상사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 구름선비님....여러가지 마음의 부담(???)이 꿈속에서조차 가만 두지 않는가 봅니다

    무엇보다도 말할 상대가 없어서 그런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해결할수 없는 일이라해도 누군가에게 털어 놓고 이야기라도 한다면 ....마음이 조금은 편한데

    당나귀귀라는 말을 못해서 병들었다는 동화 아시죠?

    해결이 안된다해도 고민을 털놓는것 만으로도 많은 위안이 된답니다

    선비님......절대자에게 작은것 하나까지도 조용히 이야기하세요

    절대 모른척 하시지 않으실겁니다

  • 정초에 시체 꿈은 천만금을 줘도
    안 파는 꿈입니다.

    무신 말씀들을 하시는 지 모르겠습니다.
    올해에 선비님은 만사 형통 하시겟습니다.

    다시한번 축하 드립니다.
  • 구름선비님.................산아지랑이님 해몽을 보니~~~로또 사세요 ^^
  • 제 개인적으로 싫어 하는 사람의 유형이 간사하고
    간괴를 일삼는 사람인데 선비형님께서도 그런 사람을 싫어 하시는군요.

    짧지않은 인생 생각이 많아지면 괴롭더군요.
    그저 좋은 생각,
    편안하게 생각 하고
    채우려는 것 보다는 떨굴 수 있는,
    비울 수 있는 것....그게 참으로 마음을 편하게 해주더군요.
    지극히 어려운 부분이지만 저는 그렇게 보내려고 또 그렇게 하고 있습지요.

    마음 편하시게 가지세요...^^
  • 구름선비글쓴이
    2008.2.10 10:44 댓글추천 0비추천 0
    다들 감사합니다.
    그 중에서도 산아지랑이님의 꿈 해몽과
    스탐님의 당나귀귀 ←이야기 공감이 가네요.
    같이 얘기 할 사람, 내 말을 들어 줄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 남양주로 이사가야하는데~~~
    현실적으로 좀 그렇네요
    아시죠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드디어 복구했습니다. 와일드바이크 심폐소생의 변!40 Bikeholic 2019.10.27 3110
177064 담배빵...9 산아지랑이 2008.02.10 1106
177063 농촌진흥청을 아십니까?15 동강래프팅 2008.02.10 1163
177062 미용실 와 있습니다5 rocki 2008.02.10 845
177061 평안 감사와 적토마5 뫼비우스 2008.02.10 839
177060 고향에 잘 다녀 왔습니다..^^26 eyeinthesky7 2008.02.10 855
177059 사전 선거 운동?3 뻘건달 2008.02.10 802
개꿈?13 구름선비 2008.02.10 729
177057 물을 어떻게 먹어야 될까?11 토마토 2008.02.10 995
177056 카본 디그리서로 아스콘을 제거하다.2 십자수 2008.02.09 813
177055 두 가지의 얼음물이... 이상하네...12 십자수 2008.02.09 1052
177054 얼음위...6 STOM(스탐) 2008.02.09 664
177053 이노무스키!5 탑돌이 2008.02.09 926
177052 대전 폭설~15 토마토 2008.02.09 1134
177051 잘 쉬시면서7 STOM(스탐) 2008.02.09 642
177050 오디오, 셋톱박스 무료분양합니다5 탑돌이 2008.02.09 958
177049 드디어 LCD 티비 샀습니다..3 pslee333 2008.02.09 990
177048 경남 진주지역....자전거 샾....정비가격....5 jirisan77 2008.02.08 1241
177047 아~~ 이거 부끄러워서..2 벽새개안 2008.02.08 1047
177046 아...정말 택시기사님들은....ㅡㅡ..9 pistoler 2008.02.08 1239
177045 회원님들 ~~3 speedmax 2008.02.08 653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