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면서 겪은 일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과연 행복할까.
캘리포니아에 사는 42세 여성 AJ에게 망각이란 꿈에서만 이룰 수 있는 사치다. 그는 10대 이후에 겪은 일을 시시콜콜하게 모두 기억해낸다. 그가 자신의 기억력이 유별나다고 깨달은 것은 1978년. 1980년 이후의 어느 날을 지적하면 금방 타임머신을 타고 그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고 당시 화제가 된 뉴스가 무엇이었는지 기억해 낸다. 지난 수십년간 이같은 ‘초능력’때문에 가족과 친구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처음에는 주변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지만 그도 잠시뿐. 그만큼 고통이 뒤따랐다.
AJ는 기억의 회로 속에 갇혀 살아왔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끊임없이 돌아가는 영화’가 평생 머리속을 빙빙 맴돌았다. 잊고 싶어도 잊혀지지 않았다.
AJ 같은 증세를 지닌 사람은 전세계적으로 몇 안된다. 최근 들어 신경과학자들이 그 원인을 캐려고 연구 중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중요한 사실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고 해서 정상적인 건강한 기억력의 소유자라고 말할 수 없다는 점이다. 더 중요한 것은 나머지를 잊어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AJ의 특출한 재능이 알려지게 된 것은 7년전부터다. 그는 뒤늦게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캠퍼스의 제임스 맥고흐 교수(신경심리학)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썼다. 그는 끊임없이 치칠 정도로 계속 옛날 일이 생각나서 자신에게 무거운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맥고흐와 그의 동료들은 AJ의 기억력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첫 테스트에서 AJ는 최근 24년간 매년 바뀌는 부활절 날짜를 정확하게 알아 맞혔다. 게다가 그때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도 정확히 말했다(나중에 그의 일기장과 대조해 보았다). 뿐만 아니다. AJ는 1980년 이후 몇년 몇월 몇일이 무슨 요일이었는지도 금방 알아맞췄다. 가령 TV 연속극 ‘댈러스’에서 ‘누가 J.R.을 쏘았는가?’의 에피소드가 방영된 날짜까지 알아맞혔다.
연구팀은 ‘과대기억증’(Hyperthymetic syndrome)’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다. 시메시스(thymesis)란 ‘기억’이라는 뜻의 그리스어다.
연구팀은 이때부터 이와 비슷한 증세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몇몇 사람을 만나게됐다. 그렇다면 ‘과대기억증’은 보통 사람의 기억과는 어떻게 다른가.
기억은 크게 부호화, 저장, 재생 등 세 단계로 형성된다. AJ 같은 과대기억증 소유자는 이들 세 가지 과업을 보통 사람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수행해낸다.
하지만 흥미를 끄는 가능성이 하나 더 있다. AJ의 놀라운 기억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을 잊어버리도록 도와주는 우리 대뇌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새로운 기억은 신경세포(뉴런)의 네트웍의 시냅스(연결부)의 순간적 흥분 상태로 태어난다. 기억을 떠올리면 같은 신경 회로가 다시 활성화된다. 이같은 작용이 자주 일어날수록 대뇌가 그 기억을 중요하게 취급하고 결국에 가서는 뉴런 사이에 지속적인 연결관계를 형성해장기 기억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들 연계는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강화되어 쉽게 재생할 수 있다. 대뇌는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수많은 잠재적인 시냅스의 연결고리를 갖고 있어서 아무리 많은 장기 기억이라도 대뇌가 충분히 저장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모든 것을 기억하지 않는가.
하버드대 댄 삭터 교수는“시시콜콜한 기록을 무질서하게 기록해 놓아 그때그때 정보를 찾도록 하는 시스템은 결국 엄청난 혼란을 가져온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잊어버리는 이유는 별로 중요하지 않거나 한물간 정보는 삭제하는 전략을 개발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효율적인 망각 때문에 기억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용한 정보를 잊어버릴 경우 이같은 가지치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기억하기 위해 잊어라
삭터 교수는 2001년에 출간된 ‘기억의 7가지 죄악’에서 우리가 어떻게 기억을 지우는지를 설명한다. 그중 하나가 ‘일시성’(transience)이다. 가령 잘 사용하지 않고 오래된 전화번호나 지난 주말에 뭘 먹었는지를 잊어버리는 것이다. 정보를 다시 꺼내어 사용하는 것은 기억을 강화하기 때문에, 우리의 심리는 자주 꺼내 쓰지 않는 정보는 삭제해도 안전하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또 하나는 ‘방심 상태’(absent-mindedness). 열쇠를 어디 두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부호화할 수 없는 것은 우리의 관심사가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방해’(blocking)다. 대뇌가 어떤 기억을 저장할 때 대립하는 기억을 살리는 방향으로 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단어가 두 가지 다른 의미로 쓰이더라도 당황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가끔 우리는 원하지 않는 기억을 재생한 뒤에 다른 기억을 떠올리려고 애쓴다.
삭터 교수는 이같은 대뇌 전략에 의해 흔하거나 황당하거나 한물간 기억을 지워나간다고 말한다. 옛날 전화번호보다 지금 자주 쓰는 전화번호를 기억하려고 한다. 오늘 주차를 어디에 해두었는지는 기억하려고 애쓰지만 지난 주말에 어디에 차를 뒀었는지는 까먹는다.
AJ의 기억은 이와 같은 방식과는 다르다. 왜 그런가. 지금까지는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한 가지 단서는 AJ나 그와 비슷한 증상을 나타내는 브래드 윌리엄스는 모두 집착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AJ와 윌리엄스는 둘 다 자폐증은 아니지만, 자폐증세를 보이는 ‘학자백치(austic savants)’처럼 비정상적으로 날짜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이다. 둘 다 달력을 훤하게 꿰고 있다는 얘기다. AJ는 실제로 머리 속에 한달치 또는 일년치 달력을 저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AJ는 32년간 매일같이 써온 일기장을 보관하고 있다. AJ와 윌리엄스는 몇년 전에 나온 TV 가이드도 소장하고 있다. 이같은 강박적인 전략이 기억력을 체계화하고 강화하는데 도움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AJ의 기억력은 놀랍기는 하지만 무차별적인 기억도 아니고 사진으로 찍은 듯 생생한 것도 아니다. 맥고흐가 이끄는 연구팀은 AJ에게 눈을 감고 연구팀이 지금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말해보라고 했다. 하지만 대답을 못했다. 또한 연구팀이 AJ를 처음 만나 인터뷰한 날짜도 기억해내지 못했다. 맥고흐 교수는 “AJ의 자전적 기억력은 놀랍긴 하지만, 취사선택을 거친 것이고 어떤 점에서는 평범하기까지 하다”고 말한다. 단어 목록을 기억해내고 얼굴을 알아보는 테스트를 실시했을 때는 AJ는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AJ는 학교 다닐 때 우등생이 아니라 평범한 학생이었다. 천재적인 기억력을 공부에 활용하지 못했다.
윌리엄스의 기억력도 한계가 있었다. 그는 그가 출연하는 연극 작품에서 동선(動線)을 익히느라 계속 연습해야 했다. 스크래블(어구의 철자 바꾸기 놀이와 크로스워드 퍼즐을 혼합한 놀이)는 능숙하게 했지만, 알파벳 2개 이상으로 된 단어 목록은 기억해내지 못했다.
Sachter와 미국 세인트 앤드루스 대학교의 마이클 앤더슨 교수는 천부적 기억력은 과거의 일을 떠올리는 집요한 연습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뛰어난 기억력을 보이는 경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식당에서 수많은 손님들이 주문한 메뉴를 다 기억하는 웨이터, 현재 진행 중인 바둑을 한번만 봐도 복기(復棋)가 가능한 기사도 있다. 셰익스피어 연극 한편을 달달 외우는 연극 배우, 악보를 다 외워버리는 바이올리니스트는 또 어떤가. 기억력은 선천적인 차이라기보다 후천적으로 개발한 기술이다.
하지만 맥고흐 교수는 과대기억증을 쉽게 설명할 수 있다는 생각에는 반대한다. 강박증세가 탁월한 기억력을 설명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과대기억증이 기억의 입력뿐만 아니라 재생과정과도 관계가 있을 수 있다. 잊혀진 기억이 정말로 사라졌는지, 아니면 그냥 단순히 재생능력을 상실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AJ와 윌리엄스도 보통 사람보다 재생 능력이 탁월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관련된 기억이 대뇌에서 강하게 연결돼 있어서 하나의 기억이 다음 기억으로 매끄럽게 연결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특히 AJ는 기억을 하는 과정에서 완전히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하나의 기억이 다음 기억을 계속 유발하기 때문에 도저히 중단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AJ는 “분할된 TV 화면 같아요. 어떤 사람에게 말하는 가운데도 다른 것이 보여요”라고 맥고흐에게 말했다.
앤더슨은 AJ가 원치 않는 기억이 솟아나는 것을 막아주는 무의식적인 통제 메카니즘이 손상된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이같은 무의식적인 과정을 테스트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앤더슨은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기억을 억누르는 게 가능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는 단어 연상을 기억하도록 한 다음 단어 연상의 절반을 잊어버리라고 말했다. 뇌단층촬영(fMRI)으로 대뇌 상태를 파악한 결과 사람들은 잊어버리라고 한 것보다 더 많이 잊어버렸다.
AJ의 말을 종합해 보면 그는 원치 않는 기억을 억누르는 능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쉴새없이 떠오르는 기억 때문에 지칠 대로 지쳤고 부정적인 기억이 자꾸 떠올라 괴롭다고 말했다. 따라서 AJ의 통제 시스템은 약화된 것 같다. 그는 의사결정과 쓸모없는 반응을 막아주는 데 필요한 기술인 수행 기능과 추리 능력이 부족했다.
AJ와 윌리엄스의 경우처럼 기억과잉이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으니 건망증은 분명히 행복하다. 하지만 필요한 것은 기억해야 한다. 다음은 기억력 회복에 도움이 되는 방법 4가지.
1. 주의를 기울여라
영국 세인트 앤드루스 대학 마이클 앤더슨 교수는 “기억력의 바위처럼 단단한 특성은 주의력에 의해 증가된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들어올 때 열쇠를 어디에 두었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여라. ‘열쇠를 탁자 위에 두고 있다’고 큰 소리로 말하는 방법도 좋다.
2. 정리정돈을 잘 하라
기억은 우편물과 같다. 편지 봉투를 열어 내용물을 책상 위에 던져 놓는 것은 그리 많은 노력을 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시 찾으려면 쉽지가 않다. 서로 연관된 편지를 함께 정리해 놓는다면 매우 쉽다. 그러므로 어떤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면, 기존의 탄탄한 기억과 연결하도록 노력하라. 프랑스어 ‘fumer’가 ‘담배를 피우다(smoke)’라는 뜻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싶다면 영어 단어 ‘fumes’(연기)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기억술도 여러가지 개념을 함께 묶어서 쉽게 다시 꺼내어 쓸 수 있게 해준다.
3. 감정이입에 충실하라
정서적 환기는 기억을 도와준다. 기억 자체가 감정과는 전혀 상관 없어도 그렇다. 캐나다 토론토대 애덤 앤더슨은 밋밋한 집과 사람 얼굴을 보여준 다음 감정이 듬뿍 들어있는 그림을 보여줬다. 감정을 일으키는 그림을 이어서 보여준 결과 중립적인 그림에 대한 기억력이 향상되었다.
4. 회상하라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 것은 향후 기억력에도 도움을 주며 새로운 기억의 등장으로 예전 기억이 사라지는 것도 막아준다. 따라서 처음 만난 사람의 이름을 30초 이내에 다시 떠올려보라. 연습 사이의 간격을 점점 늘려가면서 한 두 번만 더 연습하라. 마이클 앤더슨은 “사람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대부분 게으른 사람”이라고 말한다.
덜렁이꽈인 청죽님이나 저는 오래 살 것 같군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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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님 사진 찾아 가세요...
날씨가 너무 좋아도 사진이 잘 않나온다는 說을 지대루 증명한 사진 입니다.
(찍사의 내공 부족이 더 크지만요...^^::)
이 사진은 제가 찍은 것 보단 월등히 잘 나왔군요..
버디님의 실력이 월~뜽~해요~!!!^^
(블로그에도 몇 컷 있는데 워낙 제대로 나온게 없어서 가져 가시라고 말씀 드리기가
어렵지만 보시고 가져가실 사진 있으시면 가져 가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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