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사진이 밤고구마 잎이랍니다. 아래는 호박고구마인데 커가는 두 고구마의 줄기가 자라는 양상이 사뭇 다르죠? 호박고구마는 두 줄기가 자라면서 길게도 자라더니 결국 천정이 낮다며 옆으로 길이 없나 고개를 숙이고 있는 반면에 밤고구마는 여나므 개의 싹이 돋더니 저렇게 무성하게 자라고 있네요. 호박고구마가 한 달 정도 빠르게 싹을 틔웠답니다.
보름 전쯤에
중랑천변 둑방으로 나 있는 계단 앞에서 같이 자주 라이딩을 하는
동갑내기가 아닌 성격이 좀 괄괄하신 동갑내기를 만났습니다.
둘이 만나 반갑게 인사한 건 좋은데 눈앞에 펼쳐진 계단을
당연히 끌고 내려간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 괄괄한 동갑내기가 갑자기 타고 내려가는 겁니다.
"얼씨구리? 원래 계단을 타셨던가?"
"아녀...나도 츰(처음)내려오는 건디..생각보다 괜찮네?"
십 년 경력의 날라리 고수(경력으로만 고수이기 때문에 ㅡ,.ㅡ)인
청죽은 계단은 절대로 타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이 머릿속에 박혀 있던 터라,
"젠장~ 세월 좋아졌다. 예전엔 고수 앞에서 하수가 이렇게 설치면
뼈도 못 추렸는디.."
"아 세상이 바뀐 걸 아니께 내가 타잖여.ㅋㅋㅋㅋㅋ"
"근디 쩨끔(조금) 미안하긴 하구만..?"
하수의 만행에 분통이 터진 그 일이 있은 다음날,
저도 고정관념을 깨고 계단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계단을 타는 게 재미 있네요.ㅡ.ㅡ
다른 갑장님 한 분은 제게 늘 이렇게 충고합니다.
"청죽님은 기술이나 조정력은 뛰어나신데
너무 몸을 사리시는 것 같습니다.ㅋㅋㅋㅋ"
조금만 불안하게 보이면 무조건 잔차에서 내리는 습성이 있는데
사실, 잔차를 타고 쏘다니면서 새깽이들에게 눈치가 좀 보이는지라
무리하게 타다가 다쳐서 병원에 눕기라도 한다면
'아이들 보기가 얼마나 망신스러운 일인가'
하는 생각에 늘 소심하게 라이딩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일종의 '필요새가슴'이라고 생각한 것이죠.
그런데, 괄괄한 갑장님 덕에 오기가 생겨
계단을 타고 나서 평소 싱글코스를 타면서
어렵게 생각했던 코스중 상당히 많은 부분을 정복했습니다.
예전엔 싱글코스에 있는 보통의 나무계단은 탔지만
양쪽으로 철근이 삐죽삐죽 솟은 나무계단은
무서워서 못 탔는데 지금은 못 본 척하고 그냥 탑니다.
마흔 살에 잔차를 타기 시작해서 햇수로 이제 십 년,
산으로 가기 시작한 건 이제 4년차인데
'이제 나이도 있고 하니 저런 곳은 결국 못 타보겠지'
하고 포기하다시피 했던 곳들을 이제 잘 탑니다.
나이가 더 들수록 더 어려운 코스들을 차츰 공략해 나가는 게
저로선 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만,
아마도 자주 접하다 보니 그런 환경이 눈에 먼저 익고
그러다 보니 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급기야 엊그제는 의정부에서 그 유명한 '떡바위' 위에서
'어디로 공략하면 내려갈 수 있을까' 하고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타 보지는 못하고 그냥 왔습니다.
앞뒷바퀴가 다 미끄러지는 급경사인데다가
돌을 파서 계단까지 만들어 놓은 곳이다 보니 겁이 나더군요.
이제 두 번째 눈으로 보았는데 자꾸 가서 눈에 익히다 보면
또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겠습니다.
참을 忍(인) 자가 필요한 격동기 같습니다.ㅋㅋㅋㅋ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