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이도 있어 아무리 좋은 장비가 내게 주어진다 한들
필경은 XC의 범위를 넘어가지 못할 것이지만
그래도 마음은 늘 젊어 이런 사진이라도 보면서 허공을 날아다닌다.^^
예전에 업힐을 유난히도 좋아해서
'업힐의 유형'이란 장난기 섞인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다운힐이란 것도 자주 하다 보니 없는 실력이지만
무척 재미가 있네요.
여기서 말하는 다운힐의 의미는
장르의 구분이 없이 단지 잔차를 타고
언덕을 내려간다는 의미의 통칭입니다.
벼멸구 낀 눈이지만
보이는대로 관찰한 내용입니다.
보시고 얼렁들 잊으십..횡설수설..
■다운힐의 유형■
◆장수만세형
사실은 겁이 나서 못 타면서
논리적으로 험한 다운힐의 비논리성을 역설,
자신의 끌바를 합리화시키는 유형.
그런데 이런 유형들의 말을 자주 듣다 보면
'정말 그런가 보다' 하면서 세뇌되기 쉽다.
"쓰잘데없이 그런 덴 뭐하러 타고 내려가?"
"그저 안전하게 오래오래 타는 게 제일여"
"거길 타면 쌀이 나와, 돈이 나와?"
하는 등등의 이런저런 이유들을 들어
끌고 내려가는 유형이다. 심지어,
"광활한 우주 공간에서 이 정도의 언덕은
그 존재조차 없는 거나 마찬가지일 터,
타고 내려가는 것과 끌고 내려가는 것의 차이는
도토리 키재기도 못 되는 하찮은 차이일 뿐인데
타고 내려가는 게 무슨 큰 의미가 있겠나?"
라며 유사 철학적 수사까지 동원하기도 한다.
◆저돌형(들이대형)
난이도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무조건 다운힐을 시도하고 보는 유형.
아는 분 하나가 이런 유형인데,
연세도 많은 분이 그처럼 대범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ㅋㅋ
'우당탕'하면서 한 바퀴 대차게 구른 뒤,
뒤를 따르던 전국대회 우승 경험이 있는
더 젊고 강한 후배에게 이렇게 조언을 한다.
"야~ OO아! 너는 요쪽으로 말야.
이렇게저렇게 내려오면 될 것 같다야!
이쪽으로 한 번 내려와 봐라"
그러나 그 조언은 간단히 일축당한다.
"에이~ 형님 내가 미쳤수? 거길 타게?"
애초부터 시도가 무모했다는 반증이다.ㅋㅋ
◆조루형
어떤 코스던 간에 잔차에 올라
금방이라도 타고 내려갈 것처럼 대시하는 유형.
그러나 달리던 도중 별로 넓지도 않은 도랑을 만난
겁 많은 조랑말이 앞발굽을 땅에 박고 서듯,
내려가기 직전에 거의 대부분 급제동 후 내린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내세울 만한 비장의 기술은 있다.
언제나 급경사의 바로 턱 앞에 아슬아슬하게 세우는
'찰나의 기술'이 그것이다.ㅡ,.ㅡ
◆팔자소관형
평소 겁이 좀 많아 어지간하면 끌고 내려가는 사람이
어느날 부지불식간에 뜬금없이 타고 내려갈 때가 있다.
"어? 거길 어떻게 타고 내려왔어요?"
하고 놀라서 물으면,
"휴~ 앞사람 따라오다 보니 어쩌다가.."
"안 무서웠어요?"
"생각할 틈이 없었지 뭐.
상황을 알아챘을 땐 이미 늦어서
그냥 팔자소관에 맡기고 내려왔어"
나중에 거길 다시 타보라고 권하면
"에이..미쳤남? 거길 또 타게?'
하면서 번번이 끌고 내려간다.
그런데 팔자소관형의 보이지 않는 강점은
향후 이보다 더 어려운 코스를 만날지라도
팔자소관에 맡기고 타고 내려갈 개연성이
다분하다는 사실이다.
◆코알라형
내려가다가 뒷바퀴가 들리면서
'아..저친구 넘어졌구나'하고 느끼려는 찰나,
이런 유형의 라이더는 길옆의 나무 둥치를
신기에 가까운 기술로 덥썩 안고 매달린다.
자전거는 우당탕 구르지만 주인은 나무에 찰싹 붙으니
그 모습이 코알라의 모습과 가깝다.ㅋㅋㅋ
내가 직접 목격한 경우도 꽤 된다.
뭐 지금도 물에 빠지는 사람보다야
잔차를 타는 인구가 많긴 하지만서도
머잖아 전국민이 잔차를 타게 되는 날,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듯'
이란 속담 대신에
'다운힐하다 넘어지는 사람 싸리나뭇가지라도 잡듯'
요따우 속담이 등장하는 건 아닐까? ㅡ.ㅡ
◆마루타이용형
미지의 다운힐 코스가 나오면 두렵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 사전에 마루타를 하나 내려보내서
다운힐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직접 눈으로 보고 관찰하면서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다운힐 가능성 여부를 타진하는 사뭇 냉정한 유형이다.ㅋㅋㅋ
그러나 아무나 선뜻 마루타 역할을 맡을 리 만무라
이런 유형들은 사전에 주도면밀하게도 마루타를 육성한다.
예를 들어,
평소 성격이 조금 대범한 편인
A라는 친구가 주위에 있다 하자.
A를 내심 마루타 감으로 점찍어 두고는
평소 A의 옆에서 제삼자와 A에 관한 말들을
흡사 남의 이야기나 지나가는 말처럼 흘린다.
물론 A가 들으라고 흘리는 것이다.
"저 친구는 성격이 대범해"
"누가 아니래? 남자답다니까?"
"맞아! 우리 같은 새가슴이랑 차원이 달라요"
"들이대기로는 감히 따를 사람이 없다구"
"깡다구로 치자면 확실한 전국구 아니겠어?"
이렇듯 평소 A가 듣는 앞에서 세뇌를 시키면
굳이 시키지 않아도 필요시 마루타 역할을 자청한다.
여럿이 협력하여 마루타를 육성하면
훨씬 빠른 시일에 효과를 볼 수 있다.
토마토님께서 스스로 그러하시다는데
대전의 마루타는 대관절 누구실까 궁금하네요?
ㅋㅋㅋㅋ
◆카이스트형
학자형.
까다로운 코스를 이따금씩 답사해
꼼꼼하게 노면 상태나 경사도, 토질이나
돌이나 나무뿌리 등의 장애물의 형상,
코스의 커브 각도 등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며
최적의 다운힐 궤적을 찾아내려 애쓰는 유형.
지질 뿐만 아니라 습도나 온도, 라이더의 체중,
타이어의 트레드 모양, 날씨, 심지어 라이더의 컨디션까지
다운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치밀하게 분석하지만 어디까지나 연구일 뿐,
연구 성과를 실행에 옮기는 일은 드물다.
◆기우형(엄살형)
일신상의 안전을 걱정하는 기본은
'만약 다운힐하다 다치면 아플 텐데'
정도일 텐데 기우형은 이 정도를 넘는다.
'내가 다치면 나의 가족은 어쩌나'
하는 걱정은 약과인 편이고,
'내가 다치면 조국과 민족의 앞날은 어찌될 것인가'
하는 말도 안되는 걱정을 쓸데없이 하면서
끌고 내려가는 것이 시대적 과업이라도 되는양
보무도 당당하게 끌고 내려간다.
청죽과 성X파파님(이히히)이
이 유형의 대표적 인물이다.
◆홍길동형
주야장천 나홀로 산천을 횡행하는 유형으로써
누가 묻기라도 하면,
"아! 거기? 체면이 있지 어떻게 거길 걸어서 내려가?"
하면서 자신이 다운힐 본좌임을 강조하지만
실제로 그가 어디어디를 타는 걸 목격한 사람은 없다.
홍길동처럼 스스로의 입으로 전설을 쌓아가는 형이다.
주위에 꼭 한 사람씩 이런 유형이 있다.
주위 사람들이 확인차 증인을 파견하려고 시도하면
그날은 바쁘다거나 약속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증인과의 스케줄을 맞추어 주지 않는다.ㅋㅋ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