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은 가급적이면 기를 살리고 용기를 북돋아 주어서 키워야 한다.
사진의 이 분들처럼 아예 커가는 젊은이들 기를 죽여서는 조국의 통일은..횡설수설..
"아이고 허리가 왜 이런다냐
통 움직일 수가 없네 그랴...
이러다 마누라에게 쫓겨나는 거 아냐?"
"아이고 난 어깨를 다쳐서 말야..쩝
팔이 안 올라가서 화투패 한 장도 못 드니
고스톱도 못 칠 지경여.. 병원에 가 봐야지"
"저런저런..
그나저나 난 무르팍의 기름기가 다 빠졌나봐.
바람부는 날 흉가 대문짝처럼
걸을 때마다 삐걱소리 요란햐"
인정하기 싫지만 아무래도 나이가 들면
라이딩 중 맞닥뜨리는 돌발상황에 대한
신체의 반응 속도도 느려지는 것 같고
유연성 또한 많이 저하되는 느낌이 감지된다.
독립군답게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이런저런 동호회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어느 동호회의 원로(ㅋㅋ)들 중 누구 하나 나서서
위에서처럼 앓는 소리를 내기라도 하면
짓궂은 후배가 하나 있어 그냥 넘기지 않는다.
"아이고 형님!
내 그럴 줄 알고 주로 중랑천을 설렁설렁 댕기는
아지매들 클럽에 형님 자리를 주선해 놓았는데
거기나 가 보슈...제 이름만 대면 바로 받아 줄 거유.
그 연세에 무슨 산을 타신다고 쯧쯧"
"예끼 이사람아!
아예 고려장을 시켜라 고려장을..
어디 자네는 천년만년 청춘인가 두고 보세 ㅋㅋ"
그러나 말이 그렇다 뿐이지
사실은 산전수전 다 겪은
그 노병들의 실력이 훨씬 더 낫다
나이가 제법 든 축에서는
예전에 싱글을 즐겨 탔다던 분들이
도로로 전향한 뒤로 산에 가는 일을
금기처럼 삼는 이들이 주위에 몇 분 계신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젊은이들을 따라
다운힐을 하다가 큰 부상을 입은 게
계기가 됐다든가,
아니면 체력이 달린다든가
하는 등의 여러 이유로 싱글코스 라이딩을
포기하게 된 거라고 하던데 가끔은
'과연 싱글 라이딩에 정년이 있는 것일까'
'있다면 그게 몇 살쯤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곤 했다.
엊그제는 다른 샵에 놀러갔더니
요즘 한창 독이 오른 50대 중반들과 마주쳤다.
16kg나 나가는 올마, 프리 잔차를 끌고
철마산으로 연인산으로,
등산로를 이용하여 연이어 정상을 정복하던데
정복하는 과정이 가관이었다.
암벽등반에 로프를 타시질 않나,
자전거 어깨에 메고 수직 철사다리를 오르내리시질 않나
그것도 하루는 차가운 봄비가 내리는 속에 다녀서
옷이 흙탕과 범벅이 된 게 꼭 무장공비 행색 같았다.ㅋㅋ
아무리 그들이 오랜 기간
산악회에서 잔뼈가 굵었다고는 하나
대단한 사나이들인 건 틀림없어 보였다.
나보다 너댓 살 연상인 그들의 행패(엥?)를 보며
'아 나는 아직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젊은이구나'
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으며
그간 미루어 짐작했던 싱글코스 정년을
마음 속으로 대폭 연장시키는 건 물론이고
내심 기분이 좋아져 장밋빛 미래에 젖고 있었는데
노인네 한 분의 우렁찬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청죽님"
"네?"
"내일 천보산 세 코스 왕방산까지 종주해서
왕방산 임도 세코스까지 마저 종주할 예정인데
같이 가시죠?"
"(깨갱..)"
"왜 대답이 없으슈?"
"엥? 아.네..그게..거시기.."
요즘 황사니 뭐니 핑계삼아
지독한 잔차질을 한 기억이 아득한 터라
천보산 한 코스만 타도 기력이 고갈될 판에
세 코스 종주에 왕방산 임도까지라니..
그래도 도중에 빠져서 도망칠 도주로는
모조리 꿰고 있으니 못 갈 것도 없다는 생각도 들어
저으기 망설이고 있자니
내 생각을 꿰뚫었는지 기어코 비수를 꽂는다.
"우리가 가끔 젊은 친구들 데리고 다니다 보면
예정된 라이딩 도중에 자꾸 탈영하던데
내 내일은 기필코 장총을 하나 어깨에 메고 따라가면서
탈영병들을 모조리 잡을 생각유..크핫"
"(깨개개개개개갱...)"
"가실라우? 청죽님?"
"아..내일 중요한 약속이..."
훌쩍...
해가 갈수록 심해지는 황사가
매일이다시피 시계를 가로막아
먼산 바라보며 느끼는
봄의 정취를 앗아가니 애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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