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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 꽃이 피면...

탑돌이2008.04.13 22:10조회 수 808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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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이맘때다
그 병이 도지는 때가
어질 어질 한게 마치 결핵 걸린놈 같았지
해마다 찾아 오는 몸쓸병
배고픈 사슴처럼 산야를 누벼야 낫는 병.......

토담아래 핀 제비 꽃--시집간 누님 저고리 색깔이어서 슬프다
논두렁을 기어가며 영그는 빠알간 뱀 딸기--꽃 뱀을 닮아 징그럽다
산너머 뻐꾸기는 한밤중에 나를 불러내는 뒷집 순이의 목소리로 운다
이제, 진달래 꽃은 아이들 입술에 자두색 흔적을 남긴 채 스러져 갔다

할머니 묘지로 향하는 고갯길 너머에는
간밤에 향기나는 무덤이 또하나 피어났다
하이얀 찔레 꽃 더미
할머니가  손자가 보고싶어 소복하고 내려오다 숨이 차 쉬고 계시다

할머니의 치마보다 더 하얀 꽃입은
아찔한 향기를 머금은 채
소년을 부른다...........

노래꾼 장사익이가 "질레꽃"을 부르기 오래전부터
나는 찔레꽃을 좋아 했다

그 수수하다 못해 슬픈 하얀 꽃잎
그 하얌은 물감색이 아니다
할머니께서 동백기름을 발라 곱게 빚은 머리카락 색깔이다

찔레 꽃 덤불에는 꽃만 있는게 아니다
밑둥을 보라
아기 엄지손가락보다 굵게 솟아 나는 새순은
배고픔에 쪼들린 소년에게 만난 먹거리가 되었다

그러나
소년이 싫어 하는 꽃뱀은
그중 가장 맛있어 보이는 새순에다
손톱만하게 침을 발라 놓았다

소년은 다짐을 한다
여름에
햇살 따가운 여름에
쇠파리 날리는 강변에서
그 꽃뱀을 만나면
반드시 쇠똥을 그놈의 눈에 잔뜩 발라
비치광이 처럼 발광하는 꼴을 꼭 보고 말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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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 달밤에 보던 조팝나무 꽃,
    그리고 조금 있으면 필 질레꽃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특히 그 향기는 멀리서도 느낄 수 있었죠.

    며칠 후
    이제 팔이 온전해 지면 질레꽃 향기를 맡으러
    들로 산으로 내달리고 있을 겁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 도로변에서 보는 봄꽃과 산속을 누비며 보는 봄꽃은
    다채로움에서 비교가 되지 않지요.
    주말에 싱글을 달리면서 몇 번이나 탄성을 질렀는지 모릅니다.
    소담한 꽃들도 있고 군락을 이루며 장관을 연출하는 꽃들도 있고.

    참으로 소중한 봄입니다.

    시 같으면서도 시 같지 않은 글.. 멋집니다. 잘 읽었습니다. ^^
  • 푸른색은,
    잠이 않와 뒤척이는 나를 불러 내는
    이슬양을 닮아 잠을 꼴딱 새우게 만들어 좋다....으이구...수카이 뭔.소리래...^^

    어제는,
    서울대공원엘 갔었습니다.
    수많은 인파들이 벚꽃을 구경 하려고 많이들 나왔더군요.
    이러한 모습들을 보면서 느낀게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도 역시...사람꽃이 최고로 아름답더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잔차만 주구장창 타다가 모처럼
    여유로히 사람들속에서 바라보는 그 하루의 시간이 제겐 너무
    의미있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글...감사히 잘 읽었습니다...ㅣ^^/~*
  • 산꼴소년에게 찔래꽃은 천수답 마냥모내기의 마지막시기임을 알려줍니자.
    배고팟던 그 시절 산꼴짝천수답 논2마지기가 소년에겐 전부였습니다.
  • 글 좋네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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