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이맘때다
그 병이 도지는 때가
어질 어질 한게 마치 결핵 걸린놈 같았지
해마다 찾아 오는 몸쓸병
배고픈 사슴처럼 산야를 누벼야 낫는 병.......
토담아래 핀 제비 꽃--시집간 누님 저고리 색깔이어서 슬프다
논두렁을 기어가며 영그는 빠알간 뱀 딸기--꽃 뱀을 닮아 징그럽다
산너머 뻐꾸기는 한밤중에 나를 불러내는 뒷집 순이의 목소리로 운다
이제, 진달래 꽃은 아이들 입술에 자두색 흔적을 남긴 채 스러져 갔다
할머니 묘지로 향하는 고갯길 너머에는
간밤에 향기나는 무덤이 또하나 피어났다
하이얀 찔레 꽃 더미
할머니가 손자가 보고싶어 소복하고 내려오다 숨이 차 쉬고 계시다
할머니의 치마보다 더 하얀 꽃입은
아찔한 향기를 머금은 채
소년을 부른다...........
노래꾼 장사익이가 "질레꽃"을 부르기 오래전부터
나는 찔레꽃을 좋아 했다
그 수수하다 못해 슬픈 하얀 꽃잎
그 하얌은 물감색이 아니다
할머니께서 동백기름을 발라 곱게 빚은 머리카락 색깔이다
찔레 꽃 덤불에는 꽃만 있는게 아니다
밑둥을 보라
아기 엄지손가락보다 굵게 솟아 나는 새순은
배고픔에 쪼들린 소년에게 만난 먹거리가 되었다
그러나
소년이 싫어 하는 꽃뱀은
그중 가장 맛있어 보이는 새순에다
손톱만하게 침을 발라 놓았다
소년은 다짐을 한다
여름에
햇살 따가운 여름에
쇠파리 날리는 강변에서
그 꽃뱀을 만나면
반드시 쇠똥을 그놈의 눈에 잔뜩 발라
비치광이 처럼 발광하는 꼴을 꼭 보고 말겠노라고
그 병이 도지는 때가
어질 어질 한게 마치 결핵 걸린놈 같았지
해마다 찾아 오는 몸쓸병
배고픈 사슴처럼 산야를 누벼야 낫는 병.......
토담아래 핀 제비 꽃--시집간 누님 저고리 색깔이어서 슬프다
논두렁을 기어가며 영그는 빠알간 뱀 딸기--꽃 뱀을 닮아 징그럽다
산너머 뻐꾸기는 한밤중에 나를 불러내는 뒷집 순이의 목소리로 운다
이제, 진달래 꽃은 아이들 입술에 자두색 흔적을 남긴 채 스러져 갔다
할머니 묘지로 향하는 고갯길 너머에는
간밤에 향기나는 무덤이 또하나 피어났다
하이얀 찔레 꽃 더미
할머니가 손자가 보고싶어 소복하고 내려오다 숨이 차 쉬고 계시다
할머니의 치마보다 더 하얀 꽃입은
아찔한 향기를 머금은 채
소년을 부른다...........
노래꾼 장사익이가 "질레꽃"을 부르기 오래전부터
나는 찔레꽃을 좋아 했다
그 수수하다 못해 슬픈 하얀 꽃잎
그 하얌은 물감색이 아니다
할머니께서 동백기름을 발라 곱게 빚은 머리카락 색깔이다
찔레 꽃 덤불에는 꽃만 있는게 아니다
밑둥을 보라
아기 엄지손가락보다 굵게 솟아 나는 새순은
배고픔에 쪼들린 소년에게 만난 먹거리가 되었다
그러나
소년이 싫어 하는 꽃뱀은
그중 가장 맛있어 보이는 새순에다
손톱만하게 침을 발라 놓았다
소년은 다짐을 한다
여름에
햇살 따가운 여름에
쇠파리 날리는 강변에서
그 꽃뱀을 만나면
반드시 쇠똥을 그놈의 눈에 잔뜩 발라
비치광이 처럼 발광하는 꼴을 꼭 보고 말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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