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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아이를 입양했습니다.

靑竹2008.05.03 00:37조회 수 1476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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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도 이제 다 성장하고
조금 있으면 다 제갈길로 갈 게 뻔해서
조그만 사내아이를 하나 입양했습니다.
마누라의 동의를 얻는 게 가장 어려웠습니다.

사내아이는 다름 아닌
3년생 까만색 숫놈 푸들이랍니다.

갑장께서 키우던 푸들이
두 해 전에 새끼 두 마리를 낳았을 당시,
아주 도도한 갈색 털을 가진 앙증맞은 강아지를
키워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았었는데
저와 딸아이는 뛸듯이 기뻐했으나
마누라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좌절한 적이 있는데
결국 강아지 두 마리 중 요 까만 푸들이 이웃집에 입양되어 갔다가
2년을 넘게 키우던 그 집에서 키우지 못할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반품(헉) 아니, 원 주인인 갑장님 댁으로
되돌리게 되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답니다.
그동안 갑장께서 키워오던 어미와 누이가
분양됐다 돌아온 녀석이 제 새끼와 형제인 줄 모르는지
횡포와 구박이 극심하더랍니다.
그 안스러움을 보다 못한 갑장께서는
외출할 때 녀석을 차에 싣고 데리고 다니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워낙 귀엽게 생긴 녀석인지라
지나가는 행인들이 다가와 귀여워서 쓰다듬기라도 하면
갑장께서는

"키우고 싶으면 데리고 가세요"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며칠에 한 번은 녀석을 보면서
가랑비에 옷이 젖듯 녀석과 정이 깊어가던 중이라
그런 갑장의 말을 들을 때마다
주인에게 이렇듯 버림받은 경험이 있는
이 불쌍한 녀석이 요즘 얼굴을 익혔다고
나를 이렇게 따르는데 다른 곳으로 떠나갈 거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막막하고 답답해오더군요.

며칠 전에 무작정 키우겠다고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불안한 마음으로 외출 중인 마누라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강아지 데려왔어"

"그래요?"

"응..오다가 사료 좀 사와"

"알았어요"

저만 나이를 먹는 게 아니었나 봅니다.
마누라가 선뜻 사료를 사오겠다고 대답하는 게
어디가 꼭 아파서 실언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에 굶주렸는지
요놈이 잘 때는 꼭 제 팔을 베고 자는데
사람처럼 배를 하늘로 향하게 하고는
네 활개를 펴고 자는 모습이 실로 가관입니다.
개껌을 주었더니 가지고 노는데
제가 "어디보자...요거 내가 가져가야지" 하면서
개껌을 손으로 집는 시늉을 하면서 슬슬 다가가면
번개같이 달려들어 턱으로 개껌을 덮어 누르면서
저의 손을 제 머리로 밀어냅니다.

가끔 야심한 밤에 잔차를 끌고 나가
아파트 주변을 30여 분 정도 산책하듯 라이딩하는데
요녀석 탓에 요즘은 그런 일상에 변화가 왔습니다.
잔차 대신 녀석을 끌고 산책을 나가는 일이 그것입니다.

다른 견공들의 정보가 있음직한 곳에 가면
여지없이 한 쪽 다리를 척 들고 영역 표시를 하더군요.
그 후로 녀석이 영역 표시를 해 놓은 나와바,,,아니,
구역을 녀석과 함께 매일 일정한 시각에
정기적으로 점검 순찰하고 있습니다.
일곱 군데인데 저도 그 코스를 외우기 때문에
서로 죽이 잘 맞는 산책입니다.
저도 영역 표시를 같이 할까도 생각했지만
아파트에서 주민들이 보기라도 하면
쫓겨날 것 같아 삼가하고 있습...(으이구~)

푸들은 달리기를 참 좋아하더군요.
녀석의 달리기를 위해 같이 뛰었더니 너무 숨이 찹니다.
잔차질을 하는 것과 뛰는 건 전혀 사정이 다르더군요.

제가 고글만 써도 외출하는 걸 아는지
안아 달라고 제 발로 저의 다리를 긁어 당기고
난리를 치고 떼를 씁니다.
아마 갑장께서 몇 달 동안 키우면서
괴롭히는 어미개와 누이개의 횡포 속에
제놈을 떼어놓고 외출하던 때의 갑장의 모습을
정확히 기억하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어 애처롭더군요.

처음 며칠 현관 쪽에서 볼일을 보는 통에
애를 먹었지만 이젠 지정해 준 화장실(신문지)을 이용할 줄 아네요.

외출했다가 돌아왔을 때
녀석의 극적인 환대는 실로 감동입니다.
어찌나 좋아하는지 모로 뛰고 세로 뛰고
이 방으로 저 방으로 번개같이 뛰어다니고
소파위로 아래로 베란다로 날아다니며 부산을 떱니다.
주는 사랑에 비해 지나치게 과분한 환영인 셈이죠.


견공을 무척 싫어했던 마누라의 변심(?) 탓에
실로 오랜만에 견공을 키우게 됐습니다.
무척 귀엽네요.

조지 부시와는 하등의 관련이 없는 푸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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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5
  • 청죽님 말씀중에 "주는 사랑에 비해 지나치게 과분한 환영" 에 괜시리 미안한 맘이 들어가네요~
    예전에는 하루한번은 남산에 꼭 다녀왔는데 요즘은 주에 2번정도 밖에 못가게 되는군요....
    워낙에 노는걸 좋아하는놈이라 그런지 넓은 베란다를 다 주었는데도 마음이 편치를
    않습니다. 이 댓글후에 잠시 밖에서 놀아주어야 겠습니다.
    새로 입양한 푸들 녀석과 좋은시간 보내시고 좋은 꿈꾸세요~ ^^
  • 靑竹글쓴이
    2008.5.3 01:08 댓글추천 0비추천 0
    반갑습니다 에어울프님
    별고 없으셨는지요?

    애견인지 아니면 단지 저의 위안을 위함인지 좀 더 성찰이 필요하겠지만
    견공들은 이제 유전적으로 인간과 함께하는 일에 익숙해져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에어울프님은 어떤 종류의 견공을 키우십니까?
  • 주인이 바뀌면 잘 적응을 못하는 게 강아지들인데
    청죽님의 인품을 보고 강아지가 더 잘 따르는가 봅니다.^^
    저희집도 강아지를 키우지만 개들은 분명 사람을 알아보는 그런 본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많이 귀여워해주시고 사랑해주세요.
    아마 사람과는 다른 그 어떤 정을 느끼실 수가 있을 겁니다.


  • 설마 했습니다. 강아지가 아니라 아이 인줄 알구요...ㅎㅎㅎ 뽀은이 친구 만들려고 저도 사내아이?를 입양할까 했었는데...아파트라서...걱정이 되네요. 고슴도치를 입양할까 생각도 해봤는데...ㅎㅎㅎ
  • 에고~~~
    아파트에서 개 키우면 무진장 정듭니다.

    정뗄려고 힘들었던 기억 때문인지 걱정이 앞섭니다.

    암튼 입양하셨다니 잘키우시고....
    어떻게 생긴 놈(!)인지 한번 봐야겠네요 ^^
  • 개 만큼 주인에게 충성하는 동물도 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어린 주인이라도 주인을 배반하는 경우는 없죠.
    그러나 아파트에서 개를 키우면서 발생하는 문제가 무서워
    생각도 못하고 있습니다.

    개 말고 작으면서 주인을 알아보는 동물이 있으면 키워보겠습니다.
  • 많이 예뻐해 주세요.
    정서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었습니다.
    지금은 키우지 못하지만....
  • 정말 사내아이를 입양한지 알고 눈이 번쩍였습니다
    자신이 강아지에게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친구가 한마리 키워보라고 권했던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보는것은 좋은데 다 내손이 가야하므로 안키웠지요
  • 아~ 제가 키우고있는 녀석은 말라뮤트라는 썰매견종 입니다. 사역견이라 매일 운동을
    시켜주어야 하는데 요즘 제가 게으러져서요... ^^;;
    청죽님 말씀따나 제가 더 위안을 받고있는 느낌이 들때가 많습니다 ㅎㅎ
    서로에게 즐거움을 주면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오랫만에 뵙는 청죽님 녹색글에서 표현하지못하고 생각만하고 있던 제 마음을 읽고 갑니다.
    즐거우신 주말 되세요~ ^^

  • 오랫만에 글을 쓰셨군요..반갑습니다...^^
    그런데,
    글을 읽으면서 예전의 평소 청죽님의 글과 같은 기운이 사라진듯 합니다.
    저만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느끼기엔 요번글에선 해학이나 윗트가 거은 없어보이니
    개인적으로 걱정이나 무슨 일이 있으신 모양 입니다.

    새로히,
    입양하신 사내 아이와 사람들에게서 느끼지 못하는
    정서와 사랑을 느껴 보시길 바랍니다...^^
  • 조지 부시가 영국산 푸들은 쓸모가 없어져 내다 버리고
    한국산을 입양하였답니다 ㅋㅋ

    저도 깔끔떠는 마누라 성화에 한놈 키우지는 못하지만
    청죽님 사례를 보고 강한 힌트를 얻었습니다

    밖에서 사고치고 한놈 데리고 들여오면 되는군요 ㅎ퀠퀠....

  • 강쥐를 많이 길러 보았습니다.
    숫놈은 중성화 수술을 하는것이
    개를 위해서나,주인을 위해서나 좋습니다.

    어떻게 그런 짖을 하느냐고 하지만...
    제가 강쥐를 몇번 길러 본결과 중성화 수술을 꼭 해주시기 바랍니다.

    절대로 같이 자지 마세요.
    귀여워는 해주되,주인에 영역에는 절대로 들어 오지 못하게 하세요.

    잘못 길들인 강쥐는, 버릇없는 아이 빰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눌,남편하고 바꾸지않는다는 강쥐 입양을 축하 드립니다.
  • 윗글은 접대용 입니다.

    드디어 청죽님 께서 신변에 위협을 느끼기 시작 하셨습니다.
    요사이 이사갈때에 남편 버리고 가는것이 유행 인지라....

    그래도 애완견은 절대로 버리고 가지 않는다는것을
    청죽님 께서 어떻게 아셨는지?????

    청죽님!!
    외출할때에는 꼭 강쥐를 데리고(모시고) 다니시기 바랍니다.
    행여, 자장구 탈때에도
    배낭에다 꼭 넣어서 다니시기 바랍니다.

    행여 있을지 모르는 불상사에 대비 해서.ㅋㅋㅋ

    33,,어험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
  • 靑竹글쓴이
    2008.5.4 00:34 댓글추천 0비추천 0
    으라차님/ 알러지만 없다면야, 애완동물을 키우는 게 아이들에게도 정서적으로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하더군요.

    성재아범님/ ㅋㅋ 언제 한 번 엠티비 핸들바에 장바구니 한 번 장착하고 데리고 나가야겠네요.

    구름선비님/ 요즘 조심스럽게나마 잔차질을 다시 시작하셨다니 반가운 마음입니다.

    KANGHO1001님/ 사실 여태 살아오면서 애완견을 키운 날이 안 키운 날보다는 더 많답니다. 사람이 요놈들처럼 지조 있고 충성스러우면 얼마나 좋을까요?

    줌마님/ 요즘 새 자전거에 많이 빠지셨죠? 늘 즐거운 나날이 되시길 빕니다.

    에어울프님/ 잔차도 다운힐, 애견도 말라뮤트...부럽습니다. (음...한 달 식비가...)

    스카이님/ 보잘것 없는 해학과 위트 쪼가리들이 줄에 걸려 넘어지면서 고쪽 땅에 다 쏟아졌나봐유..어흐흑..

    mskd21님/ 강아지를 낳으면 한 마리 드릴께요...(푸헬헬...장구한 세월 기다리셔 봐야 숫놈이라..아무래도 부도...)

    산아지랑이님/ 어떤 일이 있어도 거세는 시키지 않을 겁니다.ㅎㅎ 글구 이사할 때 버림받아도 벽새개안님께서 받아 주신다고 작년에 약속하셨습니다. 켈켈켈...아지랭이님은 쫓겨나시면 노숙...저는 기식...헷헷헷) =3=333=3333=33333



  • 기르시는 강아지에 대한 애정에 대해선 반론이 없습니다.(저도 개 좋아합니다.)
    애완동물의 의인화는 좀처럼 이해할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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