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우리집 큰 아이....

10simi2008.05.19 15:51조회 수 1177댓글 15

    • 글자 크기


스무살이 넘어서 아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번도 아버지랑 같이 살아본 적이 없다.
고등학교 졸업후 외지의 대학으로 진학하면서 이것이 아버지와 나와의 단절이 될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한거다...

그후 어째 울 아부지랑은 만나서 3시간 이상 있으면 언성이 높아지고 싸우는 일이 다반사...

내가 결혼할때도 이유없는 반대로 난 청첩장을 찍어서 아부지 한테 드렸다.
"아부지 나 이날 결혼해요..!!!"
"니 맘대루 해라.."
"그냥 참석만 해주세요."
그후엔 또 언쟁....

그후 역쉬 만나면 싸우고 난 맨날 아부지 원망하고 이런 세월이 14년간 반복이 되었다.

어느새 늙어서 이젠 날 때리지도 못한다.
언쟁이라도 있을시엔 승질을 못이겨서 내가 30이 훌적 넘을때까지 몽둥이로 날 팰려던 아부지.. ㅎㅎㅎ
지금생각하면 왜 그리 충돌만 했었던지...

2008년 4월 중순 어느날....
이사를 했다.
이사는 이틀에 걸쳐서 해야 했다.
하루는 우리 이삿짐 옮기는 날 ....
그다음날은 아부지 이삿짐 옮기는 날....

20년 하고도 2~3년 만에 아부지랑 한지붕 밑에서 산다.
대학을 가느냐구 이불보따리에 옷보따리에 바리바리 싸서 직행버스에 싣고 떠난후
잠시 아부지랑 살았다기 보다 며칠 한집에서 잔거 빼구 거의 밥도 같이 먹어본적 없이 산 20년이 넘는 세월....

내 형제자매들도 만류하던 아부지와 나의 동거.. ㅎㅎㅎ
형제자매들도 아부지랑 같이 살면 니네 부부가 못산다며 말렸다.
개와 고양이같은 우리 사이를 알기에...

그러나 난 아부지를 모시고 왔다..
우리 마눌을 갖은 감언이설로 꼬셔서.. ㅎㅎㅎ

첫 저녁식사!!!
울 가족과 울아부지와 특별한 때가 아닌 평상의 저녁상을 놓고 밥을 먹긴 울 가족전체대 울 아부지는 난생처음이다.
딸아이 한테 할아버지는 찬물을 못드시니 이제부터 니가 할아버지 식사하실때마다 물 챙겨드리라고 했다.
아들 녀석은 식사때마다 할아버시 식사하시라고 부르는 당번이다.
할아버지 수저 챙겨드리고 할아버지 식탁에 앉으신 다음 옆에 앉혔다.
별로 대화도 없고 서먹하기만 할거 같았는데 의외로 화목하게 잘 맛있게 먹었다.
울 아부지 식사 옆에서 챙기는 마눌이 너무 고맙다.
다 드시고 일어서시는데 이젠 앉았다 일어나기도 벌떡 일어나기엔 버겁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식탁을 사야겠네...'

첫날밤
마눌이랑 처음 한방에서 잘때보다 더 긴장된다. ㅎㅎㅎ
막내녀석이 사서보낸 옥매트를 침대에 깔아드리고 이불 챙기고 안녕히 주무시라하고 나왔다.
잠이 안온다. 계속 아부지 계시는 작은 방에 신경이 쓰인다.

..........................


아부지 모시고 와야 겠다고 생각했을때 이런 생각을 했다.
아들이 아부지랑 사는데 모가 이상할까?
두려워 하는 내가 더 오히려 못된놈이지...
그래도 내 아부진데...
그냥 아들하나 더키운다고 생각하자..
거동도 불편하고 기억력도 예전만 훨씬 못하고 판단력도 떨어지고...
그냥 아들 하나 더 키운다고 생각하자....

이런 마음을 이해해주고 결혼후 14년 만에 울아부지랑 한집에서 첨 살아주는  
마눌이 고맙다.

우리 집엔 큰아이가 하나 있다.
밥도 챙겨줘야 하고 신고 다니는 운동화도 내가 빨아줘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청소기로 방도 청소해 줘야 하고 침대도 정리를 해줘야 한다.
가끔은 맛있는 것도 사다 줘야 좋아 한다.
한번도 같이 살아본적이 없는 며느리와 손자 손녀녀석들 한테 까지 불편을 안주려고
생활습관을 맞추려고 애쓰는 그런 큰 아이다.
참 착하다..
투정도 가끔 부린다.
완전히 애들 하고 똑같은 나이먹은 아이다.

사랑해야지 잘 모셔야지 가시는 날까지.....이렇게 생각하니 이쁜 구석도 있는 아이다...

새삼 이 아이와 좋은 추억을 쌓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우리 곁을 떠나는 날까지
좋은 기억과 행복을 가득 담아 보내야 겠다....

사랑합니다. 아부지... ^^
그리고 미안합니다. 지난 세월..


    • 글자 크기
왈까페 내부수리중 내일 방문... (by 십자수) 똑똑한 오른손 (by 靑竹)

댓글 달기

댓글 15
  • 잘 읽고 갑니다.....
    아버지에게 전화한통 드려봐야겠네요,.... 요 몇일 본가에 가보질 못했네요....
  • 참 아름다운 분이시군요. 힘들더라도 잘 이겨내시고 함께 해가시기 바랍니다.

    저도 이상하게 아버지와 따뜻하게 지내지질 않더군요. 늘 절 못마땅해 하고 싫어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요. 그래서 섭섭하고 원망스러울 때가 많았지요. 그런데 세월이 가서 아버지도 늙어 가시고 저도 중년이 되니 점점 뭔가 아쉽고 짠한 느낌이 자꾸만 생겨납니다.
  • 잘 생각하신 결정인거 같습니다. 부모님 살아계실제 잘 모셔야지요. 그리고 아무리 잘 모셔도
    돌아가시고 나면 후회가 됩니다.

    저도 자식 여덟중 막내인데 82년 군제대 후 84~5년 쯤인가부터 제가 어머니를 모셔와서 지금
    까지 모셨는데 지난 4월 4일에 뇌경색이 발병하여 16일간 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계시다가 20일에 저세상으로 떠나셨지요. 다행히도 제 어머니는 99년과 작년에 심근경색으로 두차례에 거쳐
    스텐트 삽입시술을 하였는데 4월이 쓰러지기 전까지는 치매나 뇌졸중같은 병이 없이 정신이
    말짱하게 계시다가 쓰러지셨거든요.

    우리 어머니는 우리가 어머니를 모신게 아니라 어머니가 자식인 저와 손자, 손녀를 돌보아
    주셨습니다. 제 어머니의 덕분에 집사람이 결혼하고 3~4년 후부터는 계속 직장생활을 하고
    있구요. 그 덕으로 분당에 집이나마 장만하여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오는데 도움을 주신거지요.

    그런 어머니가 금년 들어서는 정신을 놓는 일이 잦아지더니만 결국은 세상을 등지시더라구요.
    우리 어머니는 건강하게 살다가 돌아가신 분에 비하면 99년 심근경색 이후의 삶은 덤으로
    살아주신거나 다름없지요. 그만큼 자식인 저에게 만큼은 아주 큰 배려와 도움이었구요...

    그러나 이젠 더 이상 그런 어머니가 곁에 게시지 않다는게... 마음이라도 편하게 잘 모셨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게 어머니 가신 뒤에는 더 죄송하구요. 그래도 집사람이 나름대로 어머니
    를 잘 모셔서 고향에 가면 효부소리를 듣는다는게 떠나가신 어머니나 집사람한테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이제 부친께서 사셔야 얼마나 사시겠습니까? 계시는 동안에라도 마음 편하게 잘 모시고
    얼굴이라도 환하게 걱정하지 않으시도록 잘 모시길 부탁드립니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있어 거울이나 다름없습니다. 제가 부모님한테 하는 모습을 아이들은
    그대로 배울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부모님한테 하는 만큼 아이들한테 되돌려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부모님을 잘 모셔야 제 마음도 편해지는법 아니겠습니까?

    아버님 살아계시는 동안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
  • 작년에...모 단체에서 운영하는 아버지 학교라는 곳을 수료했었습니다....

    그곳에서....의외로(??) 아들과..아버지와의 관계(?)가 참으로 불편(??)한 가정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물론..저 역시..제 큰 아들과의 불편한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갔었지만...

    근데..모두들..공통된 것은...
    마음으로는 모두 서로 사랑하면서도,,,
    표현이나...순간적인 홧김에 서로 상처를 주는 말들을 함으로서 관계를 악화 시키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그 이후..전.가급적..큰 아들과는 말을 아낌니니다...
    어차피 내말..듣지도 알을 터.....삐뚤어지지만 안는다면..만족하기로 했습니다...
    (물론..틈틈이..속에서 울화가 치밉니다만...)
  • 혈육이지만 따로 사시다가 같이 지내시려면 사실 힘든 점이 많을겁니다.
    아버님을 모신 님도 님이지만, 남편과도 서먹한 시아버님을 모시는 사모님께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동네 방네 다니시며 사모님 자랑을 하셔도 될 듯합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아버님께서 아들과 며느리를 참 잘 두셨습니다. 자식복이 있으신 분이시군요^^*
  • 가슴이 뭉클함을 느끼는 대목이 있어서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살아계실때 조금이라도 살갑게 하지못하면 한이 되는 때가 돌아가시고 오더라고요.
    참~ 님의 행동에 박수를 보냅니다.
  • 2008.5.19 21:25 댓글추천 0비추천 0
    2008년 5월19일 인간극장 보고 참...눈물나더군요... 휴...^^ 있을떄 잘해야됩니다!
  • 지금 이 순간에 이 글을 보게되었는지...
    제 상황이랑 여러모로 틀리기는 하지만 참...
    같이 산 날보다 떨어져 산 날이 5년이 더 되어가는 이 시점에...
    한 통의 전화로 심란합니다
  • 20여년 전 군대를 다녀와서....
    어느 날 문득 아버님의 뒷모습이 좀 처량해보이던 생각이 나는군요.

    3년전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아버님 생각이 많이 나는군요.

    홀로 계신 어머님께 전화라도 드려야겠네요.
  • 열씨미 사시는 것 같아 보기 좋습니다~~~~^^
  • 엄니를 먼 곳으로 보내 드리고...
    .
    .
    .
    모든 일에 열심이셨던 아부지께서 근 1년 여를
    방 3개 딸린 시골집에서 당신 혼자 보내게 했던 그 시간이 저에겐
    가장 큰 죄이자 불효였습니다.

    .
    .
    .
    주말 마다 시골집에 가면
    이무 것도 안하시고 마당 한 켠이나
    거실에 쪼그리고 우두커니 앉자
    홀로 술을 드시고 계셨고
    .
    .
    서울에 올라오면,
    늘...전화로 취하신 목소리로 매번 이해도 못할 말씀들을 하시곤 했지요.
    .
    .
    그러던 어느 주말에 또 내려 갔습니다.
    .
    당신이 계실 줄 알았던 거실과 마당엔 계시지 안아
    시골집 주변을 찾아 다녀도 봬시지 안아

    어머님이 뭍혀 계신 묘지엘 갔습니다.

    가는 실비가 내리고 바람이 제법 차가운 늦가을에
    엄니 묘에 당신의 잠바로 덮어 놓으시고
    흐느껴 우시고 계시더군요.....
    .
    .
    감히,
    그러한 모습을 보고 아버지께 선뜻 다가가 앉을 수도 없던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수년 전에,
    선배가 한 말이 생각 납니다.


    "이 세상의 아버지들은 떨어지는 고독한 별들을 술 잔에 담아 마시는 존재"라고요.
    .
    어머니에 대한 생각과 생각 할 기회는 많은데
    정작,
    아버지에 대한 존재와 생각 할 시간이 많지 안은게 요즘인 것 같습니다.

    정말 이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존재가 이 세상의 아버지들 일 겁니다.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행복하신 가정 되시길 빕니다....아버님께서도 건강 하시길 빌구요...^^
  • 괜시리 아침부터 콧등이 찡하네요.
    아버님은 제가 어린시절 돌아가셔서 별 큰 기억이 없습니다.
    팔순넘기긴 엄니를 모시고 사는데 이젠 건강이 조금씩 안좋아지시네요.

    둘째가 아들인데 올해 대학에 들어 갔습니다.
    저하고는 대화가 많이 부족합니다.
    저도 작전을 바꿔서 용건만 간단히 쪽으로 돌아섰습니다.

    엊그제 집사람이 갑자기 수술을 해서 병원에 누웠는데 뭐 심각한건 아니고
    몇일 누워 있으면 퇴원하고 치료가능한 병이지만 일부러 심각한척 해서
    심야우등버스로 불러 내렸습니다.

    내심 속으로는 이놈이 지엄마 아프다는데 그냥 놔두면 지에비 아프다 해도
    콧배기도 안보일까봐 노심초사 해서죠.
    님글 읽어보면 별 걱정 안해도 마음 속에는 항상 있는 건데 괜시리 훈련시켰다 싶네요.

    이쁜 부인께 잘 해드리세요~~
    아버님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
  • 님의글과 댓글을 읽으면서 살짝 눈물이 ...
    저도 아들만 셋이다 보니 모든분들 말씀에 동감.
    풀민이님 과 똑같은 맘입니다.
    보상으로 늦동이 막내만은 딸이었음 했는데 .
  • 10simi글쓴이
    2008.5.20 17:35 댓글추천 0비추천 0
    제가 그냥 울아부지 생각하면서 살짝 감성에 젖어 적은 글인데 민폐나 끼치지 않은건가 모르겠습니다. 저나 댓글쓰신 님들의 마음이 모두 같은 마음인가 봅니다. 댓글 다신 분들의 따뜻한 마음에 저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감사합니다.
    이런글 그냥 이런곳에다 올려도 되는군요... ^^

    이곳이 왈바 이기에 같은 취미를 가지신 분들이기에 제글을 더욱 좋게 봐주시는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세상의 아버지들은 떨어지는 고독한 별들을 술 잔에 담아 마시는 존재"... 정말 찡한 말이네요..

    늘 행복하시고 좋은 일들만 함께 하시길... ^^
  • 제 자신을 둘러보게 하는 글입니다
    십..아니 열시미님^^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드디어 복구했습니다. 와일드바이크 심폐소생의 변!40 Bikeholic 2019.10.27 3108
10024 무주 갔다오니 비가 마구 쏟아지는군요. 2 뻘건달 2008.05.18 670
10023 갑자기 궁금해서요~^^1 운짱 2008.05.18 484
10022 쌀국수 좋아 하십니까?9 THE IRONMAN 2008.05.18 769
10021 십자수님과 키큐라님의 대전원정....11 뻘건달 2008.05.18 996
10020 k1337548#9 k1337548 2008.05.18 712
10019 키큐라 아저씨 십자수 아저씨 고맙습니다. ( 뽀은드림... )13 으라차!!! 2008.05.18 1085
10018 할로겐전구는 어디서 구하나요?ㅠㅠ3 ssaulabipol 2008.05.18 691
10017 세상에 이런일이에서나 볼 듯한...그런 영상입니다. 21 우량아 2008.05.18 1777
10016 <b>드디어 완성하였습니다. 자전거인을 위해 태어난 "와일드팩"(Wild Pack)</b>33 Bikeholic 2008.05.18 1961
10015 포기 하지 않은(?) 결과물....9 뻘건달 2008.05.18 1514
10014 포기하지 않은 결과물26 구름선비 2008.05.19 1348
10013 왈바 마스코트 뽀은이4 낭만페달 2008.05.19 992
10012 조립자전거 공임비 얼마나 드나요?44 kmj2357 2008.05.19 2756
10011 어제 49번 문제...3 십자수 2008.05.19 835
10010 왈까페 내부수리중 내일 방문...7 십자수 2008.05.19 804
우리집 큰 아이....15 10simi 2008.05.19 1177
10008 똑똑한 오른손9 靑竹 2008.05.19 967
10007 계획15 부루수리 2008.05.19 946
10006 부루수리님~~~9 뻘건달 2008.05.19 1048
10005 두 달 만에 산에 가 봤습니다.14 구름선비 2008.05.19 1062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