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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야벙팀 왈바랠리를 가다! (2)

웃는돌2008.07.14 21:58조회 수 896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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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령...죽을 수도 있었던.

해발 1236m의 선달산에서 고도 1000m 정도되는 박달령까지는 도상으로 대략
5Km였다. 선달산에서 지도를 꼼꼼하게 살폈을 때 탈출구는 없었다.
빨리 판단을 내려야 한다. 찾아나설 것인지. 기다릴 것인지. 아니면...
아무리 뒤를 살펴도 아무런 불빛도 소리도 들을 수 없다. 요란한 빗소리와
산아래에서 밀고오는 거센 바람소리 그리고 암흑만 보일뿐.

고민하는 사이에 옷은 흠뻑 젖는다. 얼굴에 흐르던 땀은 이젠 빗물이 대신한다.
능선에 몰아치는 칼바람에 체온은 점점 식어간다.

군대시절과 등산학교에서 수없이 들었던 하이포서미아(저체온증이라고도 함)가
머리를 스친다.

뒤에 있는 4명의 얼굴이 오버랩된다. 재수없게도 불길한 상황이 머리를 짓누른다.
사고가 난 것인지??? 비를 피해서 잠시 쉬고 있는지??? 저체온증을 막으려면
움직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방수자켓을 입고 보온이 될만한 옷들을 안에
껴입어야 한다. 남은 분들은 그걸 알까? 저체온증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결론을 내렸다. 카스님과 먼저 박달령으로 움직이기로. 만일 우리가 도착한 후에도
도착하지 않는다면 그대있음에님과 공익님을 졸라서 구조대로 보낸던지 아니면
119에 구조를 요청할 생각이었다.

안개가 점점 심해온다. 온통 까만데 라이트에 비치는 1200고지의 깊은 산은
극심한 공포를 안겨준다. 내리막은 비로 인해 더욱 미끄럽다. 바위나 나무계단은
당연하고 비교적 푹신하던 흙길은 잘못 밟으면 주욱 미끄러진다. 다리에 힘이
더욱 들어가야만 한다.
뒤사람들에 대한 걱정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두려움을 카스님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애를 써본다.

이렇게 위기상황인데 길은 더욱 암울하다. 끝이 없는 오르락 내리락.
과연 박달령에 도착이나 할까! 한참을 끌다보니 이정표에 박달령이 1kM도 안남은
것으로 보인다. 힘이 빠진다. 아직도 1km야? 100이 넘는 고지에서 1Km가 어느정도
거리인지 이젠 안다.

너무 춥다. 반팔,반바지에 비를 막지 못하는 방풍자켓...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힘을 내야만 한다. 배낭에 있던 긴바지와 긴팔저지를 꺼내 입는다. 이미 젖어 있다.
긴박한 상황에서 동료들과 먹으려던 숨겨둔 파워젤을 꺼내서 카스님과 나눠먹는다.
힘을 내야만 한다. 우리가 걱정이 아니라 뒷사람들이 걱정이다.

능선 오른편으로 올라오는 바람을 피하면서 살펴보니 간간이 불빛이 보인다.
인가로 보인다. 하지만 안심시키기에는 너무 먼 곳이다. 박달령 외에는 다른
코스가 없음을 잘알고 있기에 앞만 보기로 한다.
가파른 언덕을 오르고 내리고 어느 순간 그리 멀지 않은 불빛이 보인다.
이젠 안심이다. 알고보니 홀릭님의 유도등이다. 또 다른 한무리의 불빛은 앞서간
참길님팀의 라이트였고.

드디어 박달령. 홀릭님.타자군님. 횡성에서 오신 고향까마귀 정병호님이 반겨준다.
아직은 긴장을 풀 수 없다.


핫팩과 동료의 정성으로 살아나다.

홀릭님의 얼굴이 반갑다. 유도라이트를 들고 시선은 능선에 고정된 긴장된 얼굴.
어지러운 심사가 한눈에 읽힌다. 모두들 무사해야 할텐데 하는.
함께 시선을 고정시킨다. 모두가 하산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마음도 어두워져 간다. 아~어찌하나~~~
기분으로는 한시간도 더 지난것 같다. 그제야 산쪽에서 불빛이 내려온다.
우리 일행이 틀림 없다. 네개의 불빛. 휴우~한숨이 절로 나온다.

내려오는 모습이 의외로 씩씩하다. 내려오는 중에 옷들을 갈아입느라 지체되었단다.
맥이 빠진다. 공연히 걱정했잖아! 타자군님이 정성으로 타주는 뜨거운 커피를
마신다. 몸이 풀린다. 함께 내려온 징검다리님은 올해 280을 완주한 분이다.
280은 껌이라고 한다. 아마 그렇겠지. 마음 속으로 동의한다.

그제서야 온통 젖은 자신이 보인다. 여분의 옷은 없다. 겡끼님이 주신 긴팔저지로
상의만 갈아 입는다. 두겹의 바지는 물이 흐른다. 겡끼님이 여분의 바지를 다시
꺼낸다. 바지를 갈아입으러 한켠으로 물러선 순간 한줄기 바람이 몸을 감싸더니
온몸이 순식간에 떨려 온다. 오들오들이 아니라 와들와들이다.
고작 내뱉은 말이 '너무 춥다' '너무 춥다'가 전부다. 그리고는 아무런 행동도
못취하고 바보처럼 서있었다. 아무생각이 없다.

이상한 느낌을 눈치챈 겡끼님과 들개님이 달려 온다. 말도 못하고 덜덜덜 떨기만
하는 나를 물을 끓이던 가스버너가 있는 쪽으로 데려간다. 징검다리님이 쓰시던
핫팩을 안기고 자신들의 옷을 벗어서 몸을 감싸준다. 그래도 춥고 몸은 떨린다.
짧은 순간이지만 가슴이 오그라들 때는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맛보는 경험이다. 겡끼님과 들개님이 몸을 주무른다. 한참을 지나자 가슴이
조금 열린다. 홀릭님이 피워준 고체연료로 온기를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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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 앞에 1탄을 읽고 너무 궁금해서 중간 글은 기냥 건너뛰어온 1인.
  • 너무 더워서 방안에서 기진맥진 하고 있던 저의 주말을 생각하면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이네요..대단합니다.
  • 1탄을 읽고 1탄에 달린 댓글도 안 보고 2탄을 다 읽었습니다.
    너무 감동적이고, 죄송하지만 글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제 1탄 댓글 읽으러 갑니다.
  • 내년에는 안가실거죠 ^^;;
  • 웃는돌글쓴이
    2008.7.15 09:01 댓글추천 0비추천 0
    재미있게 읽어주시니 고맙습니다^^

    스탐님! 안가게 되리라고 보세요??? 어떤 도전이 기다릴지 벌써 기대됩니다~~~
  • 걱정했는데 말끔히 원위치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저는 몸에 열이 원체 많아서 그 비를 다 맞고 다녔는데..
    280랠리때 일행 한분도 저체온증으로 라이딩을 접었습니다.
    너무 허탈하고 아쉬워서 이번 왈바랠리에 다시 나오셔서 결국은 완주 하셨습니다.
    이번엔 가방속에 옷이 반이더군요.ㅎ
    저체온증.. 소리 소문없이 갑자기 찾아와서 황소도 쓰러트리는 무서운 넘으로 알고 있습니다.
    장거리 랠리에서 항상 염두에 두고 준비하는게 좋을듯 합니다.
  • 전 다행히 지긋지긋한 달산을 빠져나와 박달령에 도착해 잠시 쉬는 사이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뒤에 오시는 분들이 걱정 되더군요. 다들 별고 없으셨다니 다행이군요.
  • 글만 읽어도 지긋지긋한 느낌이 팍 옵니다. ㅋㅋㅋ
    수고하셨습니다.
    저도 내년엔 몸 만들어서 꼭 갈랍니다. 올해는 근무를 못바꿔서리...흥~~!
  • 나는 380인줄 알고 갔는데. 180킬로밖에 안됐어요...내년에는 2박3일 380을 만들어주셨으면 어떠할지? 하악하악..280도 두번 완주하고 나니 재미가 없네요. 내년에 부탁해요 ㅋㅋㅋㅋ(좀 거만합니다. 에헴)
  • 헤르메스님과 함께 동행한 1인... 전 서식처가 태백이라서 왠만한 추위엔 잘 순응합니다...만 그래도 추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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