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감명 깊게 읽었던 "아버지와 아들" 중 자전거가 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요즘 사람들이 본받아야 할 마음일 터인데.. 정말 저렇게 실행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죠!
여름휴가철 한 권쯤 사들고 어딘가에서 읽기에도 전혀 아깝지 않은 책입니다. ^^)
- 열네 살의 초상
열네 살 무렵 피난지 대구에서 중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동네에서
학교까지는 먼 거리라서 걸어서 한 시간 넘게 가야 했다. 아이들은 자
전거를 타고 학교에 오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나는 자전거를 사
달라고 할 형편이 못 되었다. 우리 가족은 방 두 개를 세 들어 살고 있
었다.
어느 날 주인집 아저씨가 은빛 찬란한 자전거를 사서 마당에 세워
두었다. 한밤 마당에 나가보면 달빛에 젖은 자전거는 마치 은가루를
뿌려놓은 듯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버릇처럼
마당을 기웃거렸고 자전거가 있으면 만져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였다. 마당에 놓인 자전거로 다가갔다. 갑자기
타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아무도 보는 이가 없
었다. 자전거를 끌고 길로 나왔다. 탈 줄을 몰랐다. 핸들을 잡고 그냥
끌고 다녔다. 한 친구가 오더니 나에게 타는 법을 가르쳐준다고 했다.
동네 옆 형무소 담장 옆에 넓은 길이 있어서 그곳으로 갔다. 친구는 뒤
에서 자전거를 붙잡고 나는 핸들을 잡고 페달을 밟았다. 몇 번 이렇게
하다가 페달을 밟고 있는데 허전했다. 친구가 손을 놓은 것이었다. 당
황해서 비틀거리기 시작하였고 얼마 가지 않아 넓은 길에서 벗어나 어
느 가게 안으로 들어가 박혀버렸다. 자전거 앞바퀴가 가게 안 벽에 부
딪쳐 휘어버렸고 가게 안의 물건들은 산산이 흩어졌다. 가게 주인 아
저씨는 내 멱살을 잡고 집을 물었다. 친구는 이미 도망가고 없었다.
가게 주인에게 끌려 집으로 왔다. 집에 들어서자 낮인데 아버지가
와 있었다. 아버지는 가게 주인에게 사과를 하고 가게 주인과 밖에 나
가 무어라고 이야기를 하더니 돌아왔다. 아버지는 자전거를 둘러메고
나갔다. 한참 후에 집주인이 왔고 "자전거를 도둑맞았다"고 소리를 쳤
다. 나는 방 안에 숨어 가만히 있었다. 얼마 후 아버지가 돌아와 주인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버지는 방에 들어왔지만 나에게 꾸중
도 하지 않았다. 사건은 이것으로 종결이 났다.
다음날 오후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나는 큰길가 자전거포
앞을 지나는데 아버지의 뒷모습이 보였다. 나는 놀라 가게 옆 문 뒤에
숨어서 안을 보았다. 아버지는 자전거 고치는 값이 없어서 며칠 후에
드린다고 통사정했고 주인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아버지니까 봐 드린
다고 했다. 아버지는 고친 자전거를 끌고 나와서 집으로 향했고 나는
전봇대 뒤에 몸을 숨겨가며 따라왔다. 그날 밤도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견딜 수 없어 “아버지, 잘못했어요” 하고 빌었다.
아버지는 내 손을 잡고 “괜찮다. 얼마나 타고 싶었겠니” 하였다.
나의 잘못을 용서해준 아버지의 마음은 내가 사람과의 교섭에서 참
다운 관계가 어디에서 싹이 트는가를 알게 한 첫 출발이 되었다.
2007, 대산출판사: 박목월, 박동규 저 <아버지와 아들> p187~189
본문은 출판사와 연락하여 사전동의를 구하고 올렸습니다. "책 이름과
출판사를 밝히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책'이라는
매체로 나머지 부분도 여유있게 읽어보심을 권합니다.
요즘 쪼금 다쳐서 책 읽을 시간이 많습니다~ ㅜㅜ
요즘 사람들이 본받아야 할 마음일 터인데.. 정말 저렇게 실행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죠!
여름휴가철 한 권쯤 사들고 어딘가에서 읽기에도 전혀 아깝지 않은 책입니다. ^^)
- 열네 살의 초상
열네 살 무렵 피난지 대구에서 중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동네에서
학교까지는 먼 거리라서 걸어서 한 시간 넘게 가야 했다. 아이들은 자
전거를 타고 학교에 오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나는 자전거를 사
달라고 할 형편이 못 되었다. 우리 가족은 방 두 개를 세 들어 살고 있
었다.
어느 날 주인집 아저씨가 은빛 찬란한 자전거를 사서 마당에 세워
두었다. 한밤 마당에 나가보면 달빛에 젖은 자전거는 마치 은가루를
뿌려놓은 듯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버릇처럼
마당을 기웃거렸고 자전거가 있으면 만져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였다. 마당에 놓인 자전거로 다가갔다. 갑자기
타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아무도 보는 이가 없
었다. 자전거를 끌고 길로 나왔다. 탈 줄을 몰랐다. 핸들을 잡고 그냥
끌고 다녔다. 한 친구가 오더니 나에게 타는 법을 가르쳐준다고 했다.
동네 옆 형무소 담장 옆에 넓은 길이 있어서 그곳으로 갔다. 친구는 뒤
에서 자전거를 붙잡고 나는 핸들을 잡고 페달을 밟았다. 몇 번 이렇게
하다가 페달을 밟고 있는데 허전했다. 친구가 손을 놓은 것이었다. 당
황해서 비틀거리기 시작하였고 얼마 가지 않아 넓은 길에서 벗어나 어
느 가게 안으로 들어가 박혀버렸다. 자전거 앞바퀴가 가게 안 벽에 부
딪쳐 휘어버렸고 가게 안의 물건들은 산산이 흩어졌다. 가게 주인 아
저씨는 내 멱살을 잡고 집을 물었다. 친구는 이미 도망가고 없었다.
가게 주인에게 끌려 집으로 왔다. 집에 들어서자 낮인데 아버지가
와 있었다. 아버지는 가게 주인에게 사과를 하고 가게 주인과 밖에 나
가 무어라고 이야기를 하더니 돌아왔다. 아버지는 자전거를 둘러메고
나갔다. 한참 후에 집주인이 왔고 "자전거를 도둑맞았다"고 소리를 쳤
다. 나는 방 안에 숨어 가만히 있었다. 얼마 후 아버지가 돌아와 주인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버지는 방에 들어왔지만 나에게 꾸중
도 하지 않았다. 사건은 이것으로 종결이 났다.
다음날 오후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나는 큰길가 자전거포
앞을 지나는데 아버지의 뒷모습이 보였다. 나는 놀라 가게 옆 문 뒤에
숨어서 안을 보았다. 아버지는 자전거 고치는 값이 없어서 며칠 후에
드린다고 통사정했고 주인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아버지니까 봐 드린
다고 했다. 아버지는 고친 자전거를 끌고 나와서 집으로 향했고 나는
전봇대 뒤에 몸을 숨겨가며 따라왔다. 그날 밤도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견딜 수 없어 “아버지, 잘못했어요” 하고 빌었다.
아버지는 내 손을 잡고 “괜찮다. 얼마나 타고 싶었겠니” 하였다.
나의 잘못을 용서해준 아버지의 마음은 내가 사람과의 교섭에서 참
다운 관계가 어디에서 싹이 트는가를 알게 한 첫 출발이 되었다.
2007, 대산출판사: 박목월, 박동규 저 <아버지와 아들> p187~189
본문은 출판사와 연락하여 사전동의를 구하고 올렸습니다. "책 이름과
출판사를 밝히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책'이라는
매체로 나머지 부분도 여유있게 읽어보심을 권합니다.
요즘 쪼금 다쳐서 책 읽을 시간이 많습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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