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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렁설렁 모드 - 난 과연 전성기가 지났을까?

靑竹2008.08.01 01:58조회 수 930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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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연 전성기가 지난 것일까?'

실제로 체력이 떨어졌는지
아니면 마음가짐이 흐트러졌는지
가끔 자신을 돌아보며 스스로 질문을 던지곤 한다.

종내엔 올마 한 대, 하드테일 한 대를 굴릴 요량이지만
우선 당장 여력이 없어 하드테일을 작년부터 접어 두고
부품을 이식하고 난 하드테일 프레임은 벽에다 걸어 두었다.

조랑말을 타고 산천을 유람하듯
풀샥을 끌고 지근 거리에 있는 산들을
설렁설렁 돌아다니는 요즈음인데
주로 혼자다.

이런저런 속박에서 더할 수 없이 자유로운
홀로라이딩을 선호하는 위인이기도 하지만
항상 무언가에 좇기듯 경쟁적으로 달리는
하드테일이 주류인 지인들의 단체 라이딩이
선뜻 내키지 않는 것도 작지 않은 이유로 작용한다.

라이딩에 관한 추억은 늘 감미롭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 감미로운 추억 속에
'설렁설렁 라이딩'은 눈을 씻고 찾아도 없다.

커피 한 잔 마시자고 초저녁에 지인을 만나
갑자기 의기투합하여 장거리 여행을 떠나
잠도 안 자고 200여 km를 라이딩한 일이나
'내일은 사촌 동생이나 보러 대전이나 다녀와야지'
하는 생각이 뜬금없이 들어 훌쩍 다녀온 일이나
이른 봄 차가운 비를 맞으며 남해안 도로를 일주했던 일이나
기타 저질렀던 장거리 라이딩이 대부분 8월의 폭염 아래였거나
추위가 아직 덜 가신 진눈깨비 내리는 날씨였거나 해서
당시엔 상당히 고통스러웠다고 생각되는데
그 고통스러웠던 순간들이 몇 년이 흐르면서
서서히 변신, '감미로운 추억'이란 무대를
온통 독차지하고 앉은 것이다.

필시 그것은 각인 때문이었을 테지만
어쩌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시간 속의
고통이기에 애써 그 기억들을 순화시켜
감미로운 빛깔로 은근히 빚어냈을지도 모른다.

'나는 과연 전성기가 지난 것일까?'

어제 출렁거리는 풀샥으로 모처럼 호암사를 올랐는데
중간에 세 번 정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게 들었다.
마흔 살에 시작한 잔차질.
힘과 요령과 지구력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던
적어도 내게는 전성기였다고 생각되는 마흔 중반 무렵엔
더블 크라운을 장착한 프리차로 몰라갔던 호암사가
아~ 이토록 힘들 줄이야!

두어 달 잔차질을 쉰 탓도 크겠지만
무엇보다도 꽤 오랜 동안 예전의 치열함을 잊은
설렁설렁라이딩 쪽에 더 혐의를 두고 있다.

그렇다고 요즘 주무기로 삼는
설렁설렁 모드를 단죄할 생각은 없고
더구나 무가치하게 생각하여 기피하지도 않을 것이다.

또다시 시간이 흐른 훗날에
오늘의 이 설렁설렁 라이딩을
감미롭게 추억하지 못할지라도
이미 그것은 애써 추억하지 않아도 될 만큼
나의 삶 속에 지극히 순도 높게 녹아 있을 것이므로....

장거리 여행을 훌쩍 떠나는 증상이
언제 또 도질지 모르겠지만 우선 당장은
무한 자유를 찾아 설렁설렁 모드로
유람이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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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
  • 우선 당장은
    무한 자유를 찾아 설렁설렁 모드로
    유람이나 할 것이다.


    곰감히는 마지막 문구입니다. 내일 걱정 미리해서 뭐하겠습니까?

    늘 푸근한 그린필체 늘 유지하소서...

    근데...
    전성기가 있긴 하셨었남요? ㅋㅋㅋ 저의 전성기는 2001년 1회 광덕산 대회때입니다. 순위 안엔 못들었지만... 베떼랑에서 20위권이었습니다. ㅋㅋㅋ

    그리고 2006년 280 완주. ㅋㅋㅋ

    지금은 완전 쇠락...
  • 靑竹글쓴이
    2008.8.1 07:23 댓글추천 0비추천 0
    커피 마시자고 만나 달린 밤마실 라이딩 거리를 착각했군요.
    수정했습니다.

    십자수님.
    저야 일천하지만 십자수님께서야 유명한 고수셨으니..ㅎㅎ
    그나저나 요즘은 건강이 많이 회복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엊그제 전화를 한 번 드려 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답니다.
    (십자수님 근무지가 여의도 맞긴 맞나?)

    요즘 무척 심란했답니다.
    제가 네 형제 중 맏이인데
    셋째 아우가 지방의 한 병원에서
    혈액암 판정을 받고 오진이 의심된다며
    여의도 성모병원에 가서 정확한 검진을 받았는데
    다행하게도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라는 연락을
    어젯저녁 받았습니다. 근 한 달을 어찌나 노심초사했던지..

    어릴 때 형제 중 가장 아둔하다며
    아버님께 구박 깨나 받은 동생인데
    저는 그 아우의 뛰어난 감성을 알아 보았었죠.
    결국 성장하여 문학평론가가 되고 국문학 교수가 된 동생인데
    그 사랑하는 동생을 잃는 건 아닌가 하여
    정말 혼쭐이 난 요즘이었습니다.

    십자수님도 건강을 챙기는 일을 절대로 게을리하지 마십시오.
    건강을 잃는 건 빠른데 다시 회복하는 건 너무 더디고 힘들잖우?
  • 어느정도 기간이 지나면............
    유유자적이 생활활하 됩니다
    진정한 고수가 되셨군요
    시간은 자전거로도 낚을수 있답니다
  • 여우가 높은 곳에 있는 포도를 먹지 못하자
    "그건 신 포도야...."라고 말했다죠 ^^
    저도 그런 부류입니다. 이제 체력은 딸리고 속도와 경쟁에서 밀리고
    그러다보니
    이제 "나는 프리야~~~~"라고 선언할 수 밖에는 ㅋㅋㅋㅋㅋ
  • 靑竹글쓴이
    2008.8.1 08:56 댓글추천 0비추천 0
    (드..드..들켰다!)
  • 저랑 비슷하시군요.. 처음부터 거의 혼자였고 지금도 여전히 혼자 설렁설렁 다닙니다. ㅎㅎ
    중간에 잠시 동호회 정모 따라다니곤 했지만 역시 여유롭게 타는게 체질에 맞아서..
    혼자타면 코스도 중간에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고..
    쉬는것도 마음대로.. 속도도 마음대로.. ㅋㅋ

    사람들 잘 안가는 빡센 싱글길 찾아 다니거나 라이딩중 인적 드문 산속에서
    낮잠 때리는 즐거움이 쏠쏠하죠. ^^
  • 어느날....홀연히(??) 그 누구와 대전에 간다고....
    그리고 다음날 안개 속 국도를 뚫고 올라 왔노라고......무릎은 깨져서리.....쯧쯧...

    또 다른 어느 날....누군 승용차로 춘천가는 길을...역시 잔차 타고 따라 갔노라고...
    결국 그 속도를 못이겨..한쪽 무릎이 절단나서....
    돌아 오는 길은 깽깽이(??) 발로 페달링을 했노라고...

    배불뚝이..중년의 초보가...커피 사준다고(???) 부르면...
    의정부에서....반포까지 겨우 그 커피 한잔 얻어 먹으려고(??)....와서는....
    잔차를 타는 예절과...마음을 한껏 설법(??)을 펼치고서......

    자정이 훌쩍 지난 시간을.....다시 설렁 설렁 돌아가다...
    중랑천 낚시꾼들의 고기도 살펴 보고..
    졸리면..잔차 위에서 졸고....

    그렇게 수년 동안.....본 듯 못 본듯....지내왔네요....

    예전에..조금이라도 그 스타일을 닮아 보자(??) 하던 것이....
    오히려 이젠.. 설렁설렁..마실 모드 외의 다른 모드 전환이 아예 안되는
    모양 빠지게....마실 전용모드의 잔차 스타일이 되어 버렸네요...

    그 쌔까만 콩(???) 과 같은 체구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겠지요....
    총알로 나다니시던..그 모습 또한 다시 볼 수 있겠지요....

    한번도 그 장거리 여행에 동참을 하지 못한 나로서는 아쉽기는 하지만....
    그때의 전설(????) 같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또 기다려야 겠네요..
  • 청죽님의 본문에 필적할만한 정말 어울리는 풀민님의 댓글...

    마치 두 분이서 한여름 산깊고 물맑은 폭포가 내리 쏟는 정자에서 한수에 십분짜리 장기를 두시는듯 합니다. 본문도 댓글도 참 수필입니다. 전 왜 그런 재주가 없죠?ㅎㅎㅎ

    쌀집님 댓글도 참 공감갑니다. 프리를 선언할 수밖에 없는...

    청죽님 제 건강까지 챙겨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고맙습니다.
  • 입신 하셨습니다.
    신선이 되신것을 감축드립니다.
  • 전성기라는것 자체가 참 정의내리기가 어렵네요. 활화산같은 열정이 식은 것을 어떤 의미로는 뭐 달관했다고도 볼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론 슬럼프다 정체기다... 이렇게 볼수도 있는거라서요.

    예를 들어 어떤 웨이트 트레이닝 같은 것도 열정이 있을때엔 힘이 들어도 뿌듯한 기분이 들지만 열정이 없을때엔 설렁설렁하면서 그냥 건강관리로 만족하는 느낌...

    아무튼 자신의 최고기량만큼은 꾸준히 유지할수 있는 노력이 되고 있는 편이 아닌편보다는 나을것 같네요. 왕년에 내가 저만큼 했었는데... 라는 말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서글픈 현상태를 나타내는게 아닌가 하는... ^^;;
  • 그 두어달을,
    가슴 졸이시며 보내셨겠군요.

    형으로써,
    어느 날 동생이 아프다는 소식을 접할 때는 참으로 마음이.....

    전성기가 지나시긴 뭘 지나셨다구 그러신데유...
    두 어달 못타셨어도
    의정부 거시기 일대 가믄 아직도 "청죽"님...이름만 대면,

    "아~따~그 분.....정말 디단혀유~!!!" 이렇게 말들 허시드만유 뭘.....^^ㅎ

    동생분의 건강 회복과 쾌차를 기원 드리며,
    다시금 활동하시는 청죽님의 모습 너무 좋네유...^^
  • 전환기가 다가 오리라...생각합니다.
    아프다는 얘기에 또 다른 마음이 저려서....

    초록 글만 기다립니다.^^*
  • 청죽님의 문학적 감성이 집안 내력이었군요.
  • 쉰이 다되어 시작한 잔차질이라 아쉬움이 큽니다.
    한 10년만 일찍 알았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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