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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샥이냐 하드테일이냐

靑竹2008.08.13 02:47조회 수 1692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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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면을 시킬 것인가 아니면 짬뽕을 시킬 것인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이 선택의 기로에서의 고뇌는
꼬이고 꼬인 난맥상의 국정 앞에 선 위정자라도 되듯
나에겐 언제나 심각한 결단이 요구되는 난제 중의 난제다.
(잘났다)

고뇌 끝의 선택은 언제나 후회를 동반한다.
자장면을 선택하면 여지없이 옆사람이 시킨
짬뽕의 국물에서 풍겨나오는 얼큰하고 구수한 냄새가
폐부를 엄습한다.

'아..자장면이 아니었어..짬뽕을 시켰어야 하는데'

그러나 이 뼈저린(얼씨구)경험으로 훗날 짬뽕을 선택하게 되지만
'선택에 대한 후회'란 놈은 이 경우에도 결코 비켜가는 법이 없다.
자장면만이 가진 특유의 향을 풍기는 옆사람의 자장면을
물끄러미 바라보자면 입안 가득 침이 고이면서
애꿎은 짬뽕의 면발을 들었다 놓았다 헛젓가락질을
일삼기 때문이다


'아..왜 짬뽕을 선택했단 말인가. 결국 자장면이었나?"

이 모든 게 탐욕이렷다?
한 가지 맛을 진지하게 음미할 줄 모르고
모두 다 한 번에 맛보고 싶은 탐욕스런 인간이여...

각설하고,
풀샥이냐 하드테일이냐의 선택의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난 풀샥의 느낌을 무척 좋아한다.
그것도 리어샥이 스프링으로 된 풀샥이 더 좋다.
기능적인 측면을 꼼꼼하게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에어샥보다 스프링샥을 더 좋아하는
독특한 취향을 설명하자면 길다.


언젠가 풀샥에 대한 지식이 전무할 때
프리차를 몇 달간 얻어탄 적이 있는데
하드테일을 타면서 불규칙한 노면을 달릴 때
'탕'하면서 강하게 전해져 오던 충격이
단지 '출렁'하는 느낌으로 부드럽게 변환되어
전해질 때의 느낌이란...


아직 싱글에서의 두려움이 무척 많던 시절,
(그렇다고 지금도 별반 나아진 기미는 없지만)
하드테일로 천보산에서 다운힐하다가
잭나이프로 나가떨어진 구간이 두어 군데 있었는데
어느날엔가 이 프리차를 끌고 거길 지나게 되었다.
내려오면서 '넘어진 곳이 어디쯤일까?' 생각하며
여차하면 이번엔 내릴 생각에 눈여겨 보며 내려왔었다.
결국 넘어진 장소를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산아래까지
주르륵 내려와선 뒤를 따르던 갑장을 보고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라? 먼저 제가 넘어진 곳이 어디죠? 코스가 달라졌나요?"


하고 물었더니 갑장께선


"아이고 청죽님. 자전거가 바뀌니 겁나게 내려가십디다. 하하하"


하는 것이 아닌가.
풍부한 뒷트래블과 더블크라운의 앞샥이
여차하면 내리려고까지 했던 두려움을 나도 모르게
없애준 것이다.


물론 풀샥의 독소적인 면도 많다.
적어도 내겐 로드에서의 고속 유지가 거의 불가능하다.
하드테일의 업힐 속도를 따라가려다간 퍼지기 딱 좋다.
그러나 로드에서는 '설렁설렁라이딩'이란 비장의 무기가 있고
업힐에서는 '엉금엉금라이딩'이란 전가의 보도가 있다.

이 두 부류의 강력한 무기는
주로 '홀로라이딩'이란 무대에서 사용함으로서
'민폐'의 위험을 원천봉쇄하고 있는 요즘이기는 하다.
(흑흑..풀샥이 재미 있고 좋은 걸 어떡해?)


이따금 전설이 보고 싶어 날이 어둑해지면 한강에 간다.
어린 시절, 깡촌에서 나고 자란 내겐
한 번도 보지 못한 한강은 전설이었다.
나이가 오십인 지금도 그저 막연한 관념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어린 시절의 한강에 대한 전설이 아직도 나의 마음 한 곳에
생생하고 또렷하게 살아 숨쉬기 때문이다.


의정부를 출발하여 마음이 내키면 성산대교까지,
혹은 남쪽으로 건너 여의도까지 다녀오곤 하는데
가끔 인적이 드문 한산한 구간을 지나노라면
일천한 산악 라이딩 경력보다 아직은 훨씬 더 많은
잔차 이력의 전반부를 내내 달렸던 로드 라이딩 때의 혈기가
갑자기 솟아나면서 한 번 내쳐 달려보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리지만
유감스럽게도 풀샥이 가진 한계는 그걸 용납하지 않는다.


가뜩이나 부실한 나의 다리에서 나온
알토란 같은 힘을 중간에 횡령하지 않고
구동계열을 통해 뒷바퀴에 정직하게도 고스란히 전달해 주던,
산에 푹 빠진 몇 달 동안  다소곳이 벽에 걸려 있는
강하고 충직한 나의 하드테일 애마 크로몰리가
그럴 때는 왜 그렇게 아쉽던지....


장거리 여행을 가면 필시 크로몰리로
부품을 이식해서 타고 갈 게 뻔하지만
평소 산에 갈 때와 로드를 탈 때를 맞추어
번갈아가며 수시로 부품을 이식하는 건 불가능하니
그저 형편이 풀려서 크로몰리를 따로 꾸미는 게 소박한 꿈이다.



직장을 잡는 대로 카드를 긁어 천만 원짜리 자전거를
내게 사 준다고 내내 큰소리를 쳐오던 아들놈이

"아부지! 그 땐 말유..지가 워낙 철이 없고
세상 물정을 제대로 몰라서 헛소리를 막 하고 그랬나 봐요"


하면서 취직한 지 몇 달 안 가서 단박에 부도를 내는 바람에
IMF 때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실의에 빠진 이래로
가장 큰 실의에 빠져 있을  때

"아빠! 걱정 마삼. 내가 크면 돈 많이 벌어서
아빠 자전거 종류별로 다 사 줄게..쿠하하"

하면서 정신적 공황에 다시 빠진 날 구해 준 딸아이가
엊그제 허연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엉? 이게 뭐냐?"


"음하하..내가 과외를 해서 벌었다는 거 아뉴..아빠 용돈유"

(애고~ 아직 아기로만 알던 녀석이 언제 이렇게 컸누? 훌쩍~)


아무튼 또 각설하고
자장면이냐, 짬뽕이냐의 문제는
이 두 음식이 각기 독특한 별미를 지녔기에
늘 선택에서 밀려난 쪽을 아쉬워했듯이
내겐 풀샥이냐 하드테일이냐의 문제도
선호의 경중이나 우열의 문제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나저나..주머니에 먼지만 풀썩풀썩 날리는 요즘이지만
장차 딸아이가 온갖 종류의 잔차를 사 주는 것에 대비해
자전거를 보관할 창고 자리나  물색해야겠다. 우히히)



-靑竹은 결코 철이 들지 않는다-





=3=33=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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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0
  • 철부지 청죽님의 즐거운 상상에 빠져 덩달아 즐거워지네요.^^
  • 철들지 마세요. ㅋㅋㅋ 저도 철 안들건데...
  • 아침부터 아주 재밌게 읽었습니다. ^^
  • 짬짜면도 있는데...그 그릇을 둘로 나눠서 한쪽엔 짜장면 다른 한쪽엔 짬뽕 담아 주는거~~~^^
  • 에혀....
    제가 과감히 프리차를 판 이유에 대해서....
    2년전 동갑네기 친구하고 업힐은 차로 올리고 내리막질만 신나게 하였죠...
    이친구들 고등학생 상급자 선수들과 그후로도 계속 딴힐만 하드니
    작년 지산에서 1,2등을 먹더구만요....
    그후 자전거 팔았습니다.
    그친구들과 잔차타다가 3~4개월 깁스하고 있을거 같은 생각이 들어서요..ㅋㅎㅎㅎ
    스프링샥 포기하고 에어샥으로 가세요...
    앞뒤 다 잠그고 타면 하드테일 안부러워요.ㅋㅎㅎㅎ
  • 변신자전거를 개발하면 어떨까요? ㅋㅋㅋ 원하는 대로 다운힐이 되었다가 프리, 올마, 하드테일로 자유자재로 변신...
    요즘, 부품을 모으고 있습니다. 가벼운 하드테일 하나 조립해서 여행이나 갈까 하고요. 언제 이루어질지는 모르지만, 꿈이 있으면 이 버석거리는 세월을 견디기가 조금 용이하거든요. ㅋㅋㅋ
  •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ㅎㅎ 전 하드테일이 좋습니다 소프트테일처럼 타면 되잖아요 ㅠㅠ~

    사실 여유가 안되서 ㅎㅎ
  • 청죽님! 오랜만입니다.

    그리고 축하합니다. 어느덧 장성한 아드님으로부터 용돈을 받으셨나 봅니다.
    산이 무서워서 산에 자전거 타기는 고사하고 끌고 가지도 못하는 겁장이로서
    산에서 날개도 없이 쇳덩어리를 타고 펄펄 날으는 청죽님이 부럽기만 합니다.

    이제 아들이 고3인, 딸이 중2인 저는 언제 아이들이 커서 자립하고 지들 할일이나
    잡을지 우려가 됩니다.

    이제 나이가 50이면 한해가 50년 같이 지나간다고도 합니다만 해는 점점 지나가고
    특별히 해 놓은건 없고... 뭐... 갑갑하기만 하지요.

    정권이 바뀌고 나면 그때마다 구조조정 이야기가 괴롭히기도 하구요...
    나이만 먹는게 언제나 아쉬움으로 남지요...

    항상 좋은 글을 맛볼 수 있는 청죽님의 문재에 감사드립니다...
  • 안되는 실력을 기계에 의존해 보고픈 허접입니다.ㅎㅎㅎㅎ 하드테일 처럼만 타고싶네요... 그나저나 짜장이나 짬뽕이나 예전에 쇼팅에 볶아 내는 차이니스 레스토랑이 생각 나네요..ㅋㅋ
  • 철이 조금 더 업서지게 되면 풀샥 중에서도 요넘 조넘 고르게 됩니다요....청죽님 웰캄투 무철클럽!!
  • 아침부터 미소 지으면서 잘 읽었습니다
  • 글 솜씨가 뛰어나십니다 !
    눈으로는 글을 읽고 있는데 앞에 그림이 그려지네요..^^
  • 아이구..점심시간이 다가 오는데 어지하여 짜장과 짬봉을 말씀하시는지요...참으로 글도 맛깔스럽게 잘 쓰십니다. 제 경우에는 올마 정도의 풀샥으로 피우는 마음의 여유가 매우 매럭적이지요. 앞으로..빠른 시간내에 여러가지 자전거 장만하시고 좋은 글 더 많이 올려 주시기를...
  • 맛깔난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하드테일 한대로 한 10년 버티고 나서 올마를 한번 타보자는 생각에 3년간 적금을 들어 작년에 드디어 라이트 스피드 니오타 티라는 올마를 입양하였습니다. 새가슴이라 겁이 많아 하드테일로 내려오는 길을 경우 올마로 내려 올수 있더구만요. 허접한 체력인지라 업힐도 차이를 못느끼겠더라구요. 이젠 선택은 한밖에 없음을 인지하고 올마든 하드테일이든 관광모드로 주구장창 타고다닙니다
  • 청죽님 행복한 상상을 하고 계시군요 ~ 어서 오십시요 더블크라운의 세계로 ㅎㅎ
    우현형님 친구분~~ 좋은아빠님 , 나단님 ♥♬
    그 형님들 무섭습니다~빠르고 체력도 너무 좋으시고......
    형님들 따라다닐려면 너무 힘들어요>.<ㅋ
  • 靑竹글쓴이
    2008.8.13 20:16 댓글추천 0비추천 0
    glamour 님/ 반갑습니다.^^

    십자수 님/ ㅋㅋ 지가 원래 철이 잘 안 드는 체질이어요.

    roddick 님/ 재미있게 읽어 주시니 고맙습니다.

    쌀집잔차 님/ 요즘 애들이 시키는 걸 보니 두 종류를 반반씩 담아서 배달하는 게 실제로 있더군요.ㅋㅋ

    우현 님/ 다운힐은 꿈 속의 일이고 실제로는 올마운틴도 버거운 한계랍니다.ㅋㅋㅋ 그런데 실제로 나이가 50 넘어서 다운힐에 입문하는 분이 많이 계신지 궁금합니다. 퇴뫼산 코스 중 자전거가 잘 다니지 않는 험한 곳으로 xc로 끌바, 멜바로 헤매던 중 50대 후반은 되셨음직한 분이 인텐스 다운힐차를 끌고 보호대에 풀페이스로 누비시는 겁니다. 부럽더군요.

    s5454s 님/ 더 팍팍한 세월도 견뎌냈는 걸요. 힘내십시오. 신소재가 끊임없이 개발되는 걸 보면 미래에 믿을 수 없이 가볍고 강력한 강도의 신소재와 첨단 기술이 결합돼서 모든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자전거가 정말 나올 거라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러브 님/ 반갑습니다.^^ 혹시 예전에 편의점인가 하신다던 분이신가요? 글을 자주 올리시던^^

    자전거다 님/ 반갑습니다. 요즘도 여전하시죠? richking라는 익숙한 닉네임을 자전거다로 바꾸신 걸 깜빡했습니다. 자녀분들이 고3, 중2면 다 키우셨네요. 세월은 금방 가더군요. 물론 아이들이 크면서 경제적인 압박은 더욱 심해지시겠지만요. 해 준 것도 하나도 없는데 아이들 스스로 성장한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부도를 낸 건 아들놈이고 용돈을 준 건 딸아이랍니다.ㅎㅎ 아마 요놈은 자전거도 부도를 낼 것 같진 않습니다.ㅎㅎ 건강하십시오.

    잔차나라 님/ 저도 겁장이랍니다. 새가슴이니 장비 의존도가 큽니다. 제 동갑내기는 하드테일을 프리차라면서 험한 코스도 잘만 타더군요..흑흑

    onbike 님/ 안녕하시죠? 무철클럽이라고 하셔서 자전거를 떠올렸는데 한참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니었군요.ㅋㅋㅋ 철딱서니 '철' 자로군요.ㅋㅋ

    정사이클 님/ 감사합니다.

    ultrahakyung 님/ 반갑습니다. 님께선 아마도 다운힐로 곧 가실 듯. 지금도 프리차 차시던가요?

    tjsqkdnl 님/ 맞습니다. 올마 정도면 이미 스피드를 포기한 뒤의 여유로움을 즐겨야겠죠. 감사합니다.

    동네한바퀴 님/ 좋은 차를 타시는군요. 오래 인내하신 뒤에 얻으신 애마를 두고두고 사랑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에어울프 님/ 아무리 구슬리셔도 다운힐로는 못 갑니다. 선천성 새가슴증을 앓고 있는데 증상이 심각하걸랑요. ㅋㅋ 그나저나 우현님 일당(엥?)분들이 부럽군요. 흑흑.

    날도 습하고 무더운데 여러분 모두 건강히 지내십시오.







  • 짬뽕하고 짜장하고 반반씩 있듯이
    자전거도 그런것이 있으면 좋다는 생각이....ㅎㅎ
    뒷 부분을 붙였다 뗐다 하는 ㅋㅋ
  • 때로는 다리에 힘이 남아 있을 때 올마 하나 장만하여 폼나게 타고 싶고
    돌아서면 하드텔 하나 심플하게 꾸며 조심조심 타고 싶기도 하고
    하루에도 몇번씩 자전거를 바꿉니다.

    그렇 잖아도 심란한 가슴속에 청죽님께서 불을 지피십니다 그려....
  • 걱정도 ~~~~~
    짬봉을 먹을땐......... 짬뽕에 심취하시고
    짜장을 먹을땐...............짜장에 뻐져 보세요
    그게 정답입니다

    코일샥은 레이스용이 아닙니다
    그냥 편하게 , 여유롭게 즐기는것입니다

    너무나 쉬운문제를 고민하셨네요

    하드테일은 하드테일답게
    프리는 프리답게 사용하시면 .....문제끝
  • 두 대를 장만할 여유가 있으면
    한 대는 세바스찬에게 타고 가게합니다.

    업힐할 때는 세바스찬이 무거운 차
    내려갈 때는 가벼운 차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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