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휴가가 끝났습니다.
휴무하는 날 하루를 포함해서 연 사흘간의 휴가 였고
어제는 비번이고, 오늘은 휴무이니
언제나 처럼 허무하게 휴가기간이 훌쩍 끝나버리는군요.
큰 아이는 군대에 갔고
작은 놈은 고3이니 어디 놀라 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
몸이 좋지 않은 친정집 콘 오빠 내외를 생각하는 마누라의 성화에
올해도 노력봉사(?)를 하러 갔습니다.
처음으로 자전거를 싣고 갔죠.
처가집은 바닷가, 내 고향 집은 산골이니
어디를 가든 그냥 휴가가 되지만
이번에는 우겨서 자전거를 싣고 갔습니다.
고3 딸내미가 집에 있으니까 가능한 일이었죠.
처가집, 큰 처남은 고추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는 저농약 재배를 시작했는데
이젠 점점 유기농에 가까운 농사로 전환이 되는 것 같습니다.
비닐하우스 재배와 노지 재배를 겸하는데
무척 힘든 일입니다.
고추농사에 있어서는 휴가철이 가장 농번기라
휴가를 가면서 조금씩은 농사일을 도와주곤 했는데
올해도 따 놓은 고추를 나르고,
물로 세척하고, 그것을 비닐하우스에 너는 일을 하는데
한낮의 비닐하우스라는 곳이
그렇게 뜨거운 줄 몰랐습니다.
세착한 고추를 노란 통에 담아 둘이서 들고 들어가는데
길이가 약 30미터 쯤 되는 비닐하우스를 통과하기가
그렇게 힘들 수 없습니다.
바닥에는 굵은 모래를 깔고 그 위에 짚, 그 위에는
검은 그물처럼 생긴 망을 깔아 놓았는데
맨발로 망을 밟고 가는 것도 고통이지만
양 발이 땅에 붙어있게 되는 고추를 쏟는 동작에서는
그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생각하게 된 것이 고추를 쏟는 동작에서
한 발만 땅을 밟고 다른 발은 드는 것입니다.
마치 사막에 사는 도마뱀이 발을 교대로 드는 것 같은
우수꽝스러운 모습입니다.
그렇게 낮 시간에 짧게 일을 하고
저녁때가 되면 해변가를 따라서 라이딩을 나갔습니다.
잔 돌과 굴껍데기 많이 붙은 작은 바위틈도 지나가 보고
물이 빠진 모래톱도 지나가니 새로운 느낌이었습니다.
첫 날은 항구 쪽으로 라이딩을 갔고
두 번째 날은 해수욕장을 두 군데 지나치는
코스로 선택했습니다.
태안 기름유출사고 이후여서 그런지
철이 지나서 그런지 유명한 꽃지 해수욕장이
한산하였습니다.
바닷물에 몸을 담그지 않아도
바닷가에서 해산물을 잡지 못했어도
바다 내음을 맡으면서 라이딩을 하였다는 것만으로
올해 휴가는 만족해야겠습니다.
허무한 가운데
나름대로 보람을 느낀 휴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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