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티비로 입문하게 된 결정적인 동기가
아이러니하게도 철티비를 도둑맞은 덕택(엥?)이었습니다.
고락을 함께하던 그 정든 철티비를 잃어버린 후,
몇 달 동안 어찌나 놈이 보고 싶던지
꿈에까지 나왔더랬죠.
그런데 년전에 중랑천을 달리다
갑자기 눈에 번쩍 뜨이는 게 보이더군요.
표범의 얼룩무늬 차체의 철티비였죠.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저만 아는 낙인을 확인했습니다.
맞더군요.
철제 핸들바에 용접한 장치 하나가 그대로 있었습니다.^^
하마터면
'아이구~ 이눔아! 아직 살아 있었구나!"
하고 고함을 칠 뻔했습니다.ㅋㅋ
잔차의 주인은 쳐다볼 생각도 않고
그 잔차만 유심히 보면서 거의 십여 분 정도 뒤따랐습니다.
고물상으로 팔려가 이미 생을 마쳤겠거니 했는데
요모조모 뜯어 보니 비록 휠셋은 바뀌었어도
아직 쌩쌩하게 굴러가는 녀석을 보면서
더 뒤를 따르면서 해후의 기쁨을 함께하고 싶었지만
약속 때문에 녀석을 뒤로하고 떠났습니다.
나중에 지인에게 이야기했더니
"그냥 두셨어요?"
하기에
"그러게요..거참..고맙다는 인사라도 하려고 했는데
그렇게 못했습니다."
"푸하핫"
정말 생뚱맞게도 그 철티비를 모는 주인이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를 다 아시겠지요?
코앞에 닥친 추석이
가을을 말해 주지만
오늘밤 실내 기온은 꽤 후덥지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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