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흙같은 밤이다. 정신없이 내달리다보니 지금의 내 위치가 어디쯤일까 궁금해 진다. 좌표를 찍어보니 동경 137도 48분 07
북위 34도 35분 20 (일본 하마마츠 앞 태평야바다) 나름 많이 온듯 싶었다. 이정도면 걱정했던 오마이자키앞 조류는 대충 피해서 온듯싶다.
내가 요트세일링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중하나가 야간항해이다. 야간항해를 하다보면 정말로 마음이 편해진다. 콤파스각도를 밤하늘 반짝이는 별빛에 맞추어 침로유지를 할때면 밤하늘은 내 온몸에 꿈이되어 내려 앚는다.
그건 정말로 상상 그 이상으로 황홀함을 느낀다. 전에는 몰랐다. 그저 하늘을 보면 아름답구나 참 별이 많구나 어! 은하수도 보이네? 하는 정도로만 밤하늘 별자리를 감상했었지만 야간항해를 하고부터는 밤하늘은 그 의미를 넘어 거대한 하늘의 불꽃놀이가된다. 그런 불꽃놀이 (약간의 다른 느낌의 불꽃놀이) 는 그냥 하늘만 처다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항로를 찾다보면 목표로 하는 별을 정해 놓아야 하는데 한순간 그별을 눈에서 놓칠때면 어느덧 배는 엉뚱한 방향으로 틀어져 있다. 그렇다고 콤파스 각도에 맞춰 항해를 하자니 눈에 쌓이는 피로감이 정말로 싫기때문에 그편보다는 눈에 잘 보이는 별 또는 별자리를 기준점으로 잡으면 항해가 쉬워진다. 게다가 나중에 콤파스가 고장이 나더라도 대충의 방향을 익힐 수가 있어서 좋다.
어쨌든 그렇게 한참을 기준별자리를 보다보면 어느순간에 별이 내게 다가와 하늘도 땅도 바다도 그리고 내가 타고있는 작은요트 위에도 그 많은 별들이 살포시 내려앉는다.
그순간만큼은 정말로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하기가 힘들다.
그렇게 한참을 항해를 하다보면 점점 하늘은 새볔을 알리는 샛별만 남고는 그 많은 별들은 햇돚이의 찬란함을 함껏 느끼라고 자리를 피해준다.
야간항해는 또다른 매력이 있다.
항해를 하다보면 세토해역은 연상 거대상선이 내 옆을 지나간다 그 수가 정말로 많아서 언제인가는 몇척이나 지나가나 그 수를 세어보았지만 어느 순간에 포기를 하게된다. 아마 하루사이 백척이상은 족히 지나가는 것 같다.
야간항해는 그런 배들과도 대화를 할 수가 있다. 가끔은 싸움도 하게된다.
어떻게 대화를 하냐구?
가끔은 한국 상선이 지나가면 반가운 마음에 무선기체널 맞추고는 반갑습니다. "여기는 코리아 요트 공공 호 입니다. 안전항해 하세요 지금 바로 옆에 있는 요트입니다." 하고 등을 켜 보이면 그쪽에서도 "반갑심더 안전항해 하이소" 하고는 답이 올때가 있다.
요트보다는 상선이 빠르다 멀리 뒤쪽에서 상선이 올때면 조금 긴장이 된다. 야간에는 불빛과 레이다로 전방의 물체를 알 수가 있는데 이요트는 상선이 보기에는 너무 작기때문에 레이다에 구분이 안되는 수도 있다. 그런 거대한 배가 정면으로 내게로 올때면 긴장을 안 할 수가 없다. 첨에는 무조건 피했다. 그러다가 좀 그 배들의 습성을 알게되면서 버틸 만큼 버텨본다.
그와중에 무언의 대화가 오간다. 너 한번 죽어봐라 하고 밀고 오는 배가 있는가하면 멀리서부터 뱃머리를 틀어주는 신사적이 배가 있다. 그때면 고맙다고 불빛으로 몇번을 깜박여 준다. 너 죽어봐라 하는 배는 거진 내 배 근처까지 접근하고는 그래도 피하지 않으면 서치라이트로 강하게 비춘다. 아하! 네놈이 내배가 여기 있는것을 알고 있구나 하고 버팅기면 결국은 뱃머리를 돌려 옆을 지나면서 서치로 보복을 한다("너임마 왜 안피해주는거야 간댕이가 부었어!"라는식)
어쨋든 큰 배가 계속 밀고오면 피해주는 것이 좋다.
일본 세토해역에는 야간에 고기를 잡는 어선이 많다. 그물을 넓게 치고는 밤새 그 그물앞에서 홍등 청등 황색등 3색등을 깜박이면서 "나 여기서 고기잡으니 알아서 피해가쇼" 하고는 지키고 서있다. 또 그물을 친 자리에는 그물을 따라서 군데군데 그물을 친 자리만큼을 불빛으로 표시를 해 둔다. 이곳은 지나가면 안됩니다 하는 언어표현의 일종이다. 그런배옆을 지나가면 어부는 혹 저 요트가 자기 그물을 망칠까 걱정이 되는듯 어부의 그림자와 함께 내게 후렛쉬로 원을 그려준다.
걱정마세요 나 지금 졸고 있지 않아요 하고는 큰 원으로 표시를 해 주면 그때서야 안심이되는듯 하던일을 계속한다.
어느덧 날이 밝았다. 일박을 더 바다에서 보내면 목적지 기이 가쭈라항에 도착을 한다. 그곳에서 이 배를 부경대 김종호씨에게 넘겨야한다.
가쭈라항은 10회 넘게 드나들던 곳이라 아는 사람이 몇 있고 당분간 김종호씨가 인수해 가기전까지는 그분들에게 배좀 봐달라고 부탁할까한다. 무리한 부탁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좀 되지만 뭐 어떻게 되겠지.....
요트여행 카페 방장 바둑이입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항해중 경험입니다. 간접경험이라도 되실까 싶어 올렸습니다.
저희 요트여행 카페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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