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민언련(민주언론시민연합)의 논평 전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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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다
9일 새벽 조계사 앞에서 ‘안티 이명박 카페’ 회원 3명이 ‘회칼 테러’를 당했다. 피해자들은 모두 중상을 입었고, 한 명은 사경을 헤매고 있다.
피해자와 목격자들에 따르면 사건을 저지른 박 씨는 시민들에게 다가와 ‘미국 쇠고기가 안전하다’며 시비를 걸었으나 시민들이 이를 받아주지 않고 돌려보내자 2~3분 후 회칼과 식칼을 들고 나타나 시민들에게 휘둘렀다고 한다. 박 씨는 피해자들의 얼굴과 목, 이마 등 치명적인 부위를 잔인하게 긋고 찔렀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등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시민들에 대한 ‘테러’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이런 ‘테러’를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제2, 제3의 사건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반드시 철저한 진상규명과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조계사의 ‘촛불 수배자’를 검거하기 위해 배치되어 있던 경찰들은 박 씨가 범행 후 도망을 가는 상황에서도 방관하는 태도를 보여 비난을 받고 있다. 게다가 경찰은 이번 사건을 박 씨가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저지른 일 정도로 다루고 있다.
이번 사건을 다룬 주요 신문들의 10일 보도 태도 역시 심각한 문제다. 특히 조중동 수구보수신문들의 행태는 경악할만한 수준이다.
10일 동아일보는 이 사건을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날조 보도를 내놨다. 10면 기사 <미국 쇠고기 언쟁하다 흉기 휘둘러>에서 중앙일보는 ‘회칼테러’를 가해자와 피해 시민들이 말다툼을 벌이다 벌어진 우발적인 사건으로 몰아갔다. 이 과정에서 중앙일보는 “언성이 높아지자 문씨가 ‘그만 얘기하자’며 박 씨를 공원에서 끌어냈다. 강제로 쫓겨나 흥분한 박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흉기를 가져와 공원에 있던 문씨 등의 머리와 얼굴을 찔렀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목격자들은 “가해자와 심하게 말다툼을 하지도 않았으며, 박 씨가 미국산 쇠고기와 뉴라이트 비판에 민감하게 반응하자 가시라고 하며 보내드렸다”고 증언하고 있다. ‘문 씨가 박 씨를 끌어냈다’는 것은 명백한 날조다.
중앙일보는 또 “그 사람들이 ‘니 애비, 애미나 미국산 소 먹이고 빨리 죽여라’고 모욕했다”며 “술이 취해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가해자 박 씨의 진술을 거친 표현을 그대로 살려 부각했다. 반면 피해자들의 주장은 기사 말미에 “피해자 김씨는 ‘욕설을 한 적이 없고 들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고 언급하는데 그쳤다. 피해자들이 얼마나 잔인하게 당했는지, 사건을 전후해 조계사 주변 경찰들이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12면에 <미 쇠고기 안정성 놓고 말다툼/‘안티 MB’ 회원 3명에 칼부림>이라는 단신 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경찰 발표를 인용해 “‘네 부모와 아이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욕을 하는 바람에 순간적으로 격분해 식당에서 칼 2개를 가져와서 휘둘렀다”는 박 씨의 주장을 전하고 피해자들이 “‘박 씨에게 욕을 하거나 언쟁이 없었다’며 ‘계획적인 범죄’라고 주장했다”며 가해자의 주장에 반론하는 형식을 취했다. 시민들의 피해 상황에 대해서는 가해자의 혐의를 설명하며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고 언급하는데 그쳤다. 상황을 방관한 조계사 주변 경찰들의 태도 역시 언급하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8면 <“미쇠고기 왜 반대하나” 식당주인이 흉기 난동>에서 이번 사건을 전했다. 중앙일보나 조선일보 보다는 사건의 정황이나 피해 상황을 자세하게 다뤘으나, 사건의 심각성이나 범행 과정의 의문점, 경찰 태도의 문제점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은 점은 유감이다.
한겨레는 9면 <쇠고기 논쟁 끝 ‘촛불’에 식칼테러>에서 이번 사건의 과정을 비교적 자세하게 다뤘다. 기사는 현장에 있던 시민의 인터뷰를 통해 박 씨가 시비를 걸어온 상황, 칼을 들고 나타나 시민들에게 휘두른 상황 등을 전했다. 이와 함께 경찰 대응과 관련한 논란, 누리꾼들의 대응 움직임 등을 소개했다. 아울러 가해자 박 씨의 주장과 “박씨는 뉴라이트 등 보수단체와는 관계가 없는 사람인 것으로 파악됐다”, “만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으로 보인다”는 경찰 측의 입장을 함께 전했다.
‘촛불 시민’들에 대한 ‘회칼 테러’ 사건은 범행의 잔인함에서도 충격적이지만, 우리 사회에 큰 과제를 남겼다는 점에서도 소홀히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가해자는 ‘만취’한 가운데에서도 자신의 가족들을 모욕했기 때문에 칼을 휘둘렀다고 한다. 이 주장을 그대로 믿기 어려울 뿐 아니라 무방비 상태인 사람의 목을 긋고 이마에 칼을 꽂는 잔인한 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테러’ 행위가 과연 이명박 정권이 조성하고 있는 공안탄압 분위기와 무관하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촛불시민’에 대한 악의적 음해가 이들에 대한 대중의 막연한 분노를 만들어 낸 것은 아닌지, 정권 비판적인 세력들에 대한 가혹한 탄압이 ‘촛불시민’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은 아닌지 등을 우리 사회 전체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또 ‘나와 다른 생각’에 대해 ‘테러’로 대응하는 사건이 벌어진 만큼,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어떠한 갈등 상황에서도 최소한 인륜을 저버리지 않는 성숙함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조중동은 이번 사건을 감추고, 왜곡하는 데 급급하다. 우리는 이런 조중동의 행태에 분노를 넘어 서글픔을 느낀다. 이념과 정파를 떠나 반인륜적인 ‘테러’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반대하는 것이 민주사회 언론의 기본이다. 사실 자체를 보도하지 않은 동아일보, 축소 보도한 조선일보, ‘피해자들이 가해자를 화나게 했다’는 식으로 진실을 가린 중앙일보 모두 ‘민주주의의 기본’은 물론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는 집단이다. 우리는 이번 ‘회칼테러’를 다룬 조중동의 보도행태를 접하며, 우리사회의 성숙을 위해 조중동은 퇴출되어야 할 집단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2008년 9월 10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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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다
9일 새벽 조계사 앞에서 ‘안티 이명박 카페’ 회원 3명이 ‘회칼 테러’를 당했다. 피해자들은 모두 중상을 입었고, 한 명은 사경을 헤매고 있다.
피해자와 목격자들에 따르면 사건을 저지른 박 씨는 시민들에게 다가와 ‘미국 쇠고기가 안전하다’며 시비를 걸었으나 시민들이 이를 받아주지 않고 돌려보내자 2~3분 후 회칼과 식칼을 들고 나타나 시민들에게 휘둘렀다고 한다. 박 씨는 피해자들의 얼굴과 목, 이마 등 치명적인 부위를 잔인하게 긋고 찔렀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등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시민들에 대한 ‘테러’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이런 ‘테러’를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제2, 제3의 사건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반드시 철저한 진상규명과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조계사의 ‘촛불 수배자’를 검거하기 위해 배치되어 있던 경찰들은 박 씨가 범행 후 도망을 가는 상황에서도 방관하는 태도를 보여 비난을 받고 있다. 게다가 경찰은 이번 사건을 박 씨가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저지른 일 정도로 다루고 있다.
이번 사건을 다룬 주요 신문들의 10일 보도 태도 역시 심각한 문제다. 특히 조중동 수구보수신문들의 행태는 경악할만한 수준이다.
10일 동아일보는 이 사건을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날조 보도를 내놨다. 10면 기사 <미국 쇠고기 언쟁하다 흉기 휘둘러>에서 중앙일보는 ‘회칼테러’를 가해자와 피해 시민들이 말다툼을 벌이다 벌어진 우발적인 사건으로 몰아갔다. 이 과정에서 중앙일보는 “언성이 높아지자 문씨가 ‘그만 얘기하자’며 박 씨를 공원에서 끌어냈다. 강제로 쫓겨나 흥분한 박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흉기를 가져와 공원에 있던 문씨 등의 머리와 얼굴을 찔렀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목격자들은 “가해자와 심하게 말다툼을 하지도 않았으며, 박 씨가 미국산 쇠고기와 뉴라이트 비판에 민감하게 반응하자 가시라고 하며 보내드렸다”고 증언하고 있다. ‘문 씨가 박 씨를 끌어냈다’는 것은 명백한 날조다.
중앙일보는 또 “그 사람들이 ‘니 애비, 애미나 미국산 소 먹이고 빨리 죽여라’고 모욕했다”며 “술이 취해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가해자 박 씨의 진술을 거친 표현을 그대로 살려 부각했다. 반면 피해자들의 주장은 기사 말미에 “피해자 김씨는 ‘욕설을 한 적이 없고 들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고 언급하는데 그쳤다. 피해자들이 얼마나 잔인하게 당했는지, 사건을 전후해 조계사 주변 경찰들이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12면에 <미 쇠고기 안정성 놓고 말다툼/‘안티 MB’ 회원 3명에 칼부림>이라는 단신 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경찰 발표를 인용해 “‘네 부모와 아이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욕을 하는 바람에 순간적으로 격분해 식당에서 칼 2개를 가져와서 휘둘렀다”는 박 씨의 주장을 전하고 피해자들이 “‘박 씨에게 욕을 하거나 언쟁이 없었다’며 ‘계획적인 범죄’라고 주장했다”며 가해자의 주장에 반론하는 형식을 취했다. 시민들의 피해 상황에 대해서는 가해자의 혐의를 설명하며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고 언급하는데 그쳤다. 상황을 방관한 조계사 주변 경찰들의 태도 역시 언급하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8면 <“미쇠고기 왜 반대하나” 식당주인이 흉기 난동>에서 이번 사건을 전했다. 중앙일보나 조선일보 보다는 사건의 정황이나 피해 상황을 자세하게 다뤘으나, 사건의 심각성이나 범행 과정의 의문점, 경찰 태도의 문제점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은 점은 유감이다.
한겨레는 9면 <쇠고기 논쟁 끝 ‘촛불’에 식칼테러>에서 이번 사건의 과정을 비교적 자세하게 다뤘다. 기사는 현장에 있던 시민의 인터뷰를 통해 박 씨가 시비를 걸어온 상황, 칼을 들고 나타나 시민들에게 휘두른 상황 등을 전했다. 이와 함께 경찰 대응과 관련한 논란, 누리꾼들의 대응 움직임 등을 소개했다. 아울러 가해자 박 씨의 주장과 “박씨는 뉴라이트 등 보수단체와는 관계가 없는 사람인 것으로 파악됐다”, “만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으로 보인다”는 경찰 측의 입장을 함께 전했다.
‘촛불 시민’들에 대한 ‘회칼 테러’ 사건은 범행의 잔인함에서도 충격적이지만, 우리 사회에 큰 과제를 남겼다는 점에서도 소홀히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가해자는 ‘만취’한 가운데에서도 자신의 가족들을 모욕했기 때문에 칼을 휘둘렀다고 한다. 이 주장을 그대로 믿기 어려울 뿐 아니라 무방비 상태인 사람의 목을 긋고 이마에 칼을 꽂는 잔인한 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테러’ 행위가 과연 이명박 정권이 조성하고 있는 공안탄압 분위기와 무관하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촛불시민’에 대한 악의적 음해가 이들에 대한 대중의 막연한 분노를 만들어 낸 것은 아닌지, 정권 비판적인 세력들에 대한 가혹한 탄압이 ‘촛불시민’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은 아닌지 등을 우리 사회 전체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또 ‘나와 다른 생각’에 대해 ‘테러’로 대응하는 사건이 벌어진 만큼,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어떠한 갈등 상황에서도 최소한 인륜을 저버리지 않는 성숙함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조중동은 이번 사건을 감추고, 왜곡하는 데 급급하다. 우리는 이런 조중동의 행태에 분노를 넘어 서글픔을 느낀다. 이념과 정파를 떠나 반인륜적인 ‘테러’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반대하는 것이 민주사회 언론의 기본이다. 사실 자체를 보도하지 않은 동아일보, 축소 보도한 조선일보, ‘피해자들이 가해자를 화나게 했다’는 식으로 진실을 가린 중앙일보 모두 ‘민주주의의 기본’은 물론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는 집단이다. 우리는 이번 ‘회칼테러’를 다룬 조중동의 보도행태를 접하며, 우리사회의 성숙을 위해 조중동은 퇴출되어야 할 집단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2008년 9월 10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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