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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자적의 조건 - 마지노선

靑竹2008.09.29 15:32조회 수 1230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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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구불 길게 난 한적한 산길. 인적이 드물어 떨어진 밤이 고스란히 남아 지천이다.




"청죽님! 업힐 실력을 어느 정도는 갖춰야
잔차질도 즐겁겠죠?"

"그럼요. 고된 업힐이 있었으니
이런 시원한 내리막질을 보상받는 거겠죠."


잔차질을 하면서
사람마다 즐거움을 느끼는 관점이나 행동 양태가 사뭇 다를 테지만
적어도 내게 있어서 잔차질의 즐거움은 '유유자적'의 느낌이 강하다.
그런데 이 '유유자적'의 느낌을 얻는 게 그렇게 쉽지 않다는 걸 느낀다.

3달 정도 부상과 심리적 불안정을 이유로 잔차질을 쉬다가
모처럼 한강이 보고 싶어 집을 나섰던 한 달여 전에 느낀 건데
물론 중간에 호승심이 발동하여 좀 무리한 측면도 있었지만
전혀 부담스럽지 않던 의정부 - 한강 구간의 거리가
얼마 가지 않아 엉덩이가 아프고 여기저기 쑤시면서
라이딩은 이미  '유유자적'의 궤를 벗어났었다.

방랑시인 김삿갓이 유람 생활을 했던 건
물론 그의 사상이나 신조에 따른 것이겠지만
오랜 여행으로 다져진 체력이 있었기에
팔도 방방곡곡을 샅샅이 누빈 엄청난 도보 여행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취권에 나오는 소화자의 여유도
밑바탕에 깔린 내공이 있어야 부릴 수 있듯,
잔차질이 늘 고통스럽고 피곤하여
가다가 길옆 풀섶에라도 눕고 싶어진다면
이미 그건 즐거움이 아닌 것이다.

"저냥반은 안장에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집에 있는 시간보다 많아요"라며

친구 아지매들에게 남편 흉을 보던 마누라의 말처럼
잔차질이 일상이 되다시피하던 시절엔
지구력이나 체력이 당연히 따라서 갖춰져서
어떤 거리를 달리든지 잔차질은 항상 즐거움 그 자체였는데
고작 세 달을 쉬고 나니 즐거움이 고통으로 변했다.

그러나 아직도 안장에 앉아 페달링을 시작하면
눈앞으로 몰려드는 싱그러운 자연에
여전히 마음이 설레이고 여전히 무한자유를 느끼니
잃었던 체력과 적응력은 곧 돌아올 것이다.

더 젊고 더 체력이 좋다면
다운힐도 한 번 해 보고 싶고
시합에도 가끔씩 출전해 보고 싶지만
그것은 부질없는 욕심이라는 걸 잘 안다.

가급적이면 모험적 상황 앞에 몸을 사리고
그저 내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업힐이나 장거리 라이딩을
자주 하는 것이 나의 분수에 맞는 잔차질이며
유유자적하는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전제 조건이자 마지노 선인 것이다.




나는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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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 (by 벽새개안) 유유자적의 조건에 필 받아서.. (by 키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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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5
  • 저도 어제 일요일 몇 달만에 잔차를 탔는데.. 겨우 3시간 남짓.. 궁둥이도 아프고 팔다리도 쑤시고 그렇네요. 집에 오자마자 퍼져서 잤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왜 그렇게도 멀든지.. 잔차는 왜 그렇게도 안 나가는지. 누가 뒤에서 잡아 당기더군요. 죄도 없는 바퀴만 어디 뭔가에 걸려서 안나가나 굴려도 보고.. 안장은..제 궁둥이는 피직 니센이 와땁니다. 지금은 벨로군요. 괜히 팔았다 싶고.. 하여튼 시껍했습니다.
  • 靑竹글쓴이
    2008.9.29 15:51 댓글추천 0비추천 0
    맞습니다.^^ 자주 타던 시절엔 거리에 대한 부담감을 못 느꼈는데
    한강이 그렇게 머나멀 줄이야 어찌 알았겠습니까?
    무리하지 마시고 천천히 타시면서 체력을 되찾으십시오.
    자신도 모르는 새 꾸준히 회복하는 체력은 곧 내공이 됩니다.
    건강하십시오.
  • 청죽님 글 잘 읽었습니다. 단지 몇달 쉰거 뿐인데 통증이 증가하였지만 여전히
    눈은 즐겁고 세상은 볼게 많은듯 합니다. 실력이 좋으시니 가볍게 운동해 주시면
    금방 쾌차하시리라 봅니다.
    마지막글애 "선인" 제 닉은 어찌하여 ...ㅋㅋㅋ
  • 한 겨울....너무 춥다고..고혈압에는 안좋다고 하여..잔차 안타고....
    한 여름... 너무 뜨거운 날씨에..현기증 날 것 같아서 안타고.....

    분당의 모 병원.....지금까지 5년을 계속 다니고 있지요...
    처음 다닐 때는...일원동이 집인지라...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거리였는데....
    정릉으로 이사 온 지금은..병원의 정기 진찰일은..죽을 맛입니다....

    그래도 처음 다닐 때는..기초체력(???)이라도 남아 있어서...
    유유자적??....시간과 관계없이..다녀 왔건만....
    엊그제.....지난 겨울..여름을..갖은 핑계로 잔차를 멀리 하였더니...
    병원에 도착해서 진료받고 돌아 오는 길이 얼마나....황망하게 멀게 느껴지는지....

    그래도..참고 참고...(이미..이 상태는...즐거움이 아니고 고통입니다..)
    집에 도착을 했습니다만..
    때마침 집으로 찾아 온..후배넘....쉬고 싶어 죽겠는데...
    이 넘을 죽여??살려???..그래도 보고프다고 왔는데....아껴 둔...
    간장게장으로 밥 멕여 보낼 수 밖에.... 쩝!!!
  • 靑竹글쓴이
    2008.9.29 17:07 댓글추천 0비추천 0
    마지노에서 -선을 띄어 쓰면서 선인님을 떠올렸는데
    선인님 관심법에 걸려들었군요.ㅋㅋㅋㅋ

    풀翁께서도 낙심 마시고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즐겁게 타십시오. 즐거움이 바탕이 돼야 치유도 빠릅니다.

    (선배넘이 불쑥 찾아가도 간장게장이 나올까? 추릅~)
  • 사진이 여자??? 아닌가용???
    무지 궁금한 1인입니다.

    아무리 죽어라 타도 업힐은 싫어용...

    뭐 유유자적 을 실제로 이행하신다면,
    그러다 보면 ,,,체력이 돌아 오겠지요.

    가닥지가 있지.... 뭐 이런거요.

    아!!!평속 20넘어 본지가 언제인지???가물기물 허네요.
  • 어데서 좀 본 도로사진인디...영...격력이 신통방통치가 못혀서 격을 못허네유...^^
    사알짝 젖은 아스팔트의 풍경이 무척이나 인상적 입니다.
    쇄골은 다 나으신건지요...

    행복하신 저녁시간 보내세요...^^
  • 靑竹글쓴이
    2008.9.29 17:46 댓글추천 0비추천 0
    저도 길치라 아무리 다녀도 몰러요.
    '여우고개'라는 팻말을 얼핏 본 것 같은데
    연인산자락인지 어딘지 확실히 모르겠습니다.

    어깨는 아직도 완전치 않습니다. 스카이님.
    감사합니다.

    아지랭이님!! 뭔 여자유? 접니다.ㅋㅋㅋ
  • 오잉!!
    돋보기 끼고 다시보자...흠!!!!

    아닌데???
    머리모양하고,잘룩한 허리, 잘 빠진다리,전체적인 몸매 하며....
    어깨가 약간 넓긴 헌데???

    어제 초안산을 헤집고 다녀서,,,
    음기를 잔뜩 받아서 그런가??? 아무리 봐도 여자여...

    에라 모르것다.
    청죽님 사진 속에 여자???소개 시켜 주지 않으시겠습니까?
    요즘 당췌,,옆구리가 허전 해서리,,,

    대충 튀자
    에햄!!33,,33,,33
    팔자걸음으로...
  • 사진도 글도 저를 위로해주시기 위해 올리신 거 같습니다. 많은 위로 받고 갑니다...꾸벅!
  • 헬멧 보니께 청죽님 맞구먼요.
    내년 설에는 하나 바꾸어 보시지요.
    양말도 세번 신으면 실증나는데 ㅋㅋㅋ
  • 靑竹글쓴이
    2008.9.29 22:12 댓글추천 0비추천 0
    어줍잖은 글이 onbike님께 위로가 되어 드렸다니
    오히려 제가 위안을 받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헬멧은 무려 5년을 사용한 헬멧이 보기 싫다며
    아는 교수님께서 선물해 주신 헬멧입니다.
    마르고 닳도록 쓸 건데요?
  • 유유자적.........
    자전거 세계에서 신선의 경지에 이른 사람만 안다는 ~~~
    드디어 그 높은 경지에 오르셨군요
  • 내일 여유자적 모드로 자전거 타고 쉬엄쉬엄 퇴근 할건데...
    잔잔한 수필 잘 보고 갑니다

    산아지랑이 형님 우리끼리 강촌 가서 재미 있게 자전거 타고 누님표 짬뽕도 먹고 즐기고 먹고 마시고 왔습니다.

    그리고 청죽님 머리 길어요. ㅎㅎㅎ
  • 많이 바쁘신 온바님 ^^ 그래도 간간히 안장에 올르잖아요~
    요즘 잔차에 못오른지 2개월정도 되어갑니다. 이러다가 지인들과 멀어질까
    걱정도 되고 너무뒤쳐지지않을까하는 두려움도 엄습해옵니다.
    하필 다치고 난후에 일이 바뻐져서 번개에 참석을 못했는데
    주변분들은 이 좋아하는 자전거를 접은줄 아십니다 ㅡㅜ

    라이딩만 유유자적~! 딱 제스타일입니다 ㅋㅋ
    설렁설렁 모래알에 싹이트든 전봇대가 키가커지든 신경안쓰고 주변상황
    즐기면서 타는 스타일인데 다운힐이란걸 접한후로는 땅만보고 다닙니다>.<ㅋ

    2~3개월 복귀후에 버벅대는 제 모습이 그려집니다........
    나름 생각을 하고있던터에 청죽님의 글에 힘을 받아봅니다 .
    감사합니다 ^^
    송구하게 저도 사진속에 계신분이 여자분인줄 알았습니다~ 에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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