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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딩을 방해하는 알밤

탑돌이2008.10.05 23:52조회 수 1471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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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밤,,,
제게 있어서 그놈은 단순히 견과류의 하나가 아니라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반질반질 윤이 나는 진갈색 껍질을 좋아 합니다.
또한 동글동글 단단한 모양은 흐트러짐이 없어 알뜰살뜰한 삶의 상징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어릴적 어머니의 성화로 밤을 줍기 시작 하였지만
나중에는 스스로 밤 줍는 재미에 빠져 가을이면 제손으로만 한말 이상의 밤을
모으곤 했습니다.

이러한 저의 모습을 보신 할아버지께서 사랑방에서 곤방대를 꼬나 무시고는
"저녀석 알뜰한 것을 보니 크면 잘살거여"라고 말씀하시곤 하셨습니다.
(할아버지 죄송합니다)

밤은 또한 아이들의 훌륭한 장난감이 되기도 하였는데
이맘때 해질녘이면 아이들이 자기 집에서 가장 큰 알밤을 골라 주머니가 불룩하게
넣고는 마을 앞 놀이터에 모여들지요.

소위 밤치기를 하는 것입니다.
각자 밤을 하나씩 거두어 땅속에 묻어 두고는
돌아가며 주먹만한 밤으로 밤무덤을 힘껏 내려 칩니다.
그 내려치는 힘으로 인하여 밖으로 드러나는 알밤을 가져가는 그런 놀이이지요.

제데로 영글지 않은 밤을 풀밤이라 했는데
밤이 영글기를 기다리지 못하는 성미급한 아이들이 어른들 몰래 털어 먹곤 했습니다.

제삿상에는 반드시 생밤을 올렸습니다. 겉 껍질을 먼저 벗기고
칼로 조각하듯 돌아가며 탁탁 각을 주며 속껍질을 제거한 놈들이 조상님 몫으로
올라갔습니다. 제사가 끝나고 다음날 적당히 마른 밤은 당도가 높아져 맛도 좋았지요.

밤은 생으로도 먹지만 구운밤이 제일입니다.
소죽을 끓이고 사그라든 잉그락불에 알밤을 묻어두면 탁탁 하면서
밤이 익었지요. 이때 주의해야 할 일은 반드시 밤 껍질을 이빨을 이용해서
조금 떼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공기구멍을 내어 놓지 않으면
잿불 속에서 펑하고 튀어 얼굴에 온통 재를 뒤집어 쓰기 일쑤였습니다.

한밤에는 군밤 굽기도 여의치 않아 삶아 먹게 되지요.
아이들은 성급한 마음에 알밤을 이빨로 반토막 내어 마치 치약 짜먹듯 내용물을
먹곤 했는데 제 아버지는 그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으셨습니다.

귀한 음식 낭비가 많다는 것이지요.
반드시 칼로 껍질을 조심스레 벗겨내어 내용물이 손상되지 않게 해야 했습니다.
칼질이 서투른 막내 동생을 위해서 늘 누님이나 형들이 껍질을 제거하여 주곤 했지요.

정월 대보름에는 집집마다 찰밥(오곡밥)을 해 먹곤 했는데
제 고향에서는 도시와 달리 찰밥을 꼭 시루떡 만들듯 했습니다.
찹쌀을 층층이 넣고 그 사이사이에 콩, 호박비지, 감비지, 알밤, 대추를 넣습니다.
찰밥 사이에 들어 있는 알밤은 고소하면서도 달콤하여 단연 인기였지요.

그런데 대추는 씨를 빼지 않고 넣기 때문에 성질급한 아이들이 그걸 먹다가 그만 대추씨를
깨물어 애꿎은 젖니 빠졌다는 소문이 간간히 들리기도 하였습니다.

지금도 저는 알밤만 보면 정신이 몽룡해 지면서  지나치지 못합니다.
주말에 강원도 임도 라이딩을 하는데
군데군데 밤나무 아래 알밤이 나뒹굴고 있더군요.
일부는 지나가는 차 바퀴에 깔려 허연 속살을 드러내 놓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여간 아픈게 아니었습니다.

남들은 소 닭처다 보듯 라이딩을 하는데
저는 소금가마 엎은 개가 주인 눈치 보듯이 일행의 눈치를 보며 밤을 주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라이딩이 방해가 되고, 동료들에게 미안하기는 했지만
휴식 시간에 몇개씩 건네 주니 좋아들 하더군요.

가을이 깊어 갑니다.
올해는 밤, 도토리 등 견과류 풍년이 들었습니다.

여러분 마음속 가득히 알뜰한 알밤을 채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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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 전 밤 가시때문에 빵구나서 방해되는 줄 알았잖아욧 ㅎㅎ
    오늘 오후에 뒷산에 아이들이랑 산책가서 알밤 몇개 주워왔습니다~~~~^^
  • 저두 에제 수리산에서 늦은 밤을 한 가득주웠답니다. ^^
  • 그저께 함안 여항산. 라이딩 하는데...길에 밤이 깔려 있더군요..ㅎㅎ...지나가면서..저도 님과 같은 생각을 ㅎ....쫌..주워올껄 그랬습니다...
  • 탑돌이 성님 꼬실려믄 밤으로 유인을 하믄 꼬셔져유....^^::ㅎㅎ...
    저는,
    수일 전에 홀로 라이딩 하다가 밤가시에 율침을 맞았던 곳에 가시를 제거 하느라
    핏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지더군요.

    첨에는,
    안보이더니만 시간이 지나면서 곪으니 가시들이 보이더군요.
    란셋으로 가시를 빼는 재미가 밤 터는 재미 보다 더 좋던듀...^^

    즐거히 잘 다녀 오셨군요.

    밤 한 말만 꿔주셔유...내 년에 저도 털어서 갚아 드릴띠니끼리유..>.<:::
  • 라이딩 구간에 밤나무가 많아서
    라이딩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어제 모처럼 발길질 제대로 해봤네요.
  • 라이딩보다는 먹는것이먼저죠 ㅎ
  • 알밤하고 밥 사주세욧!!
    기둘리고 있는 1人

    켜켜ㅕ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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