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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민님

靑竹2008.10.30 16:54조회 수 1479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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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동대문시장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염가공을 보낸 원단이 납기가 무척 촉박했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공장에서 출고가 안 되는 겁니다.
급한 물건이라 심야에 직접 차에 싣고 가서
그 곳 사장에게 신신당부해서 다짐까지 받았었지요.

초조해진 저는 전화통에 매달려 계속 독촉했었는데
그 염가공 공장의 사장이 당시 부재중이라
어쩔 수 없이 공장의 실무자와 통화를 하게 되었죠.

처음엔 서로 공손하고 정중하게 이야기하다가
점점 말투가 거칠어지면서
서로 욕까지 퍼붓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결국 흥분한 저는

"뭐라고? 야 ! 이 xx야! 너 당장 이리 와라!"

하며 맞짱뜨자고 제안했는데
(그 몰골에 누구와 맞짱을 뜨겠다고 했는지..ㅡ,.ㅡ)

"알았어! 10xx야! 당장 간다. 기다려!"

당시 의정부에 염가공 공장들이 많았었는데
이친구 실제로 차를 몰고 단박에 제 가게를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처음 본 그친구 얼굴을 보니
언뜻 눈빛이 참 선해 보이더군요.

생사를 건 맞짱을 뜨자고 딱 버티고 마주선 둘에게서
거의 동시에 작은 실소가 터지면서

"어따! 그냥반 성질하고는"

"어이구! 그러시는 분은요"

"푸하하하하하"

"크핫핫핫"

결국

"이거 모처럼 시장에 나오셨는데 식사나 하고 가시라"

며 식당으로 데리고 갔는데
대화를 나누다 보니 무척 재미 있는 친구더군요.
화기애애하게 식탁을 사이에두고
입으로 맞짱을 떴던 하루였습니다.
이후로 둘은 무척 친해졌죠.
덕분에 그 일이 있은 후로는
열일을 제치고 제 물건을 먼저 해 주더군요.


또 경험이 있습니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수구 꼴통'이니 '좌빨'이니
험담하며 죽일 듯 살릴 듯 으르렁거리던 사람이
"한 번 만나 결판을 냅시다"하며 만났답니다.

결과요?

위의 제 경우처럼 됐답니다.픕픕픕
아마도 사는 모습이 둘 다 거기서 거기였겠죠.

풀민님을 저는 잘 압니다.
항상 웃는 얼굴로 누가 뭐래도 항상 그저 허허 웃는
그야말로 사람좋은 분이지요.
그런 풀민님이신데 너무 솔직하게 속을 털어놓으시는 바람에
구설에 오르신 걸 보니 저으기 심심하셨나 봅니다.ㅋㅋ

사람들이 만나 어울리다가 간혹 정치 문제 등의
민감한 이야기들을  화두로 떠올리기라도 하면
자칫 때로 경색되어 냉랭한 분위기가 일기도 하지만
모두 하찮은 일일 때가 대부분입니다.

"아..나 참..xx 당 xxx를 보면 정말 밥맛이 다 떨어져요"

"아..그만 햐~ 난 그사람 무척 좋아혀."

"푸하하"

"크크크"

서로간에 지나친 인신 공격만 아니라면
아무리 논박이 치열하다 해도
결코 나쁜 현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구촌에 나와 똑같은 사람은 결국 자신 뿐인데
사람이 다 마음이 같고 획일적일 수는 없지요.
가족,친구들, 지인들 또는 자신이 속한 사회 구성원 등,
사람이 태어나 인연을 맺고 살면서
서로 큰 대과가 없이 어울릴 수 있는 건
끊임없는 의견의 상충을 서로 줄여가며
화합하기 때문에 가능할 겁니다.

사랑만 하며 살아도 모자란 짧은 인생
누굴 미워하는 데에 쓰는 시간이 아깝습니다.
그렇다고 논쟁 당사자들께서 실제 서로 미워하는
감정이 있으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제 글의 의미는 논쟁 당사자들의 일상의 모습들이
크게  다를 게 없다는 뜻이지요

엊그제부터인가
늦봄부터 치열하게 공방전을 벌였던 모기란 놈들이  
안 보이는 걸 보니 윤회하는 계절을 실감하겠습니다.


환절기에 모두 건강하십시오.


(풀민님께 달아놓은 커피가 몇 잔이더라..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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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
  • 산자전거를 탄다는것이
    한사람건너면,,,,다 잘, 아주잘아는 사람이더군요.
  • 靑竹글쓴이
    2008.10.30 17:26 댓글추천 0비추천 0
    엥?
    아지랑이님 뽀스님 찾아 방랑하러 가신다고 하시지 않으셨던가요?
  • 내일 오후차로 갑니다.
    등짐 짊어지고,자장구 옆에끼고,,가리왕산 휴양림에

    야영하고,자장구타러....
  • "뭐라고? 야 ! 이 xx야! 너 당장 이리 와라!"

    ===> 적어도 택시비 정도는 온라인 송금해 주시고 이러셔야 상대방이 빨리 옵니다. ㅋㅋ.
    다음부터는 택시비 주기 싫으시면 당장 버스(지하철) 타고 오라고 방법을 꼭 지정해 주세요. 하하하.

    덕분에 좋은 사업 동반자를 만나셨네요. 세상일 정말 모를 일 이네요.
  • 사랑만 하며 살아도 모자란 짧은 인생.
    참좋은 말인데 왜그게 그렇게 어렵지요.
    나이가 들면서 자주생각해보는 단어입니다.
    우리동네는 아직도 모기가 극성입니다. 좋은날 되세요.
  • 청죽님에게 그런 혈기가 있었다니.................의외입니다
  • 저도 직장에서 그런 일이 있었는데
    저를 찾아와서 다른 사람들과 싸우는 바람에
    제가 달래서 보낸 일이 있습니다.

    양보하는 마음이나
    배려하는 마음만 있다면
    세상이 얼마나 좋을까요.

    유토피아는 바라지도 않지만
    니전투구는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ㅋㅋㅋ....
    원래(??) 저란 위인(??)이.....똥개(??) 근성을 아직 잃지 않았나 봅니다...헤헤...

    예전....
    용산에서 온라인 쇼핑을 하던 때였습니다....(이때..청죽님을 알게 되었지요???)

    모 지역으로 유명 전자수첩을 주문받아 배송을 했었습니다...
    일주일 후...주문자로 부터...반품을 요청받았습니다....
    대형 온라인 쇼핑몰도 아니고...게다가 쓰다가 단지 마음에 안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반품을 받기에는 어려움 점이 많았기에...정중하게 규정등을 알려주며 거절을 하였었습니다....

    당연히..소비자는 소비자 보호원에 고발한다고 하고..저는 그럼 그렇게 하시라고....
    나름 조심스럽게...대답을 했는데....

    "야!! XX야..거기 어디야 당장 올라갈 테니 기다려...."
    주문자의 인적사항을 알고 있던 저로서는 20대 초반의 어린 사람이 쌍욕을 하는 바람에....
    저 역시 순간 이성을 잃고...
    "그래?? 여기 주소는 사이트 아래에 적혀 있고..전화번호도 아니깐....네가 와!!!"
    하고 대꾸를 했는데...
    "너~~ 기다려..당장 동생들(??) 데리고 올라갈테니....."
    "그래...서울 도착하면...연락해라..도착했다고..난...내 아우들 오라고 할테니..."

    그야말로 지역전쟁(??)이라도 벌일 듯한 분위기였지만........

    사실..그 후 오랫동안(??) 사무실에 낯선 사람이 들어 오면..가슴이 철렁!!! 헤헤...
    ................................................
    글쎄요...말과 글로서는 누구나 옳고 바른 소리를 하지만....
    실제로 자신의 이익과 관계되어서...
    냉정하게 타인의 입장까지 고려할만큼의 사람들은 드물지 않을까 합니다...

    저 역시 이런 논란에 끼인 것을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만....
    제 솔직한 마음이 남에게 조롱을 받아야 하는 이유라면....감수하여야겠지요...

    (커피....이자는 뭐로 하지요??? 담배도 끊으셨는데????)


  • 이게 인간사는 모습이군요~~~~ 잼있게 잘 읽었습니다^^
  • 2008.10.31 11:16 댓글추천 0비추천 0
    제 직업은요? 싸움꾼입니다 그것도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지요. 싸워도 그냥 싸우는것이 아니라 실제로 싸움이 붙으면 죽여야하구요.그리고 그렇게 죽이는 싸움을 하지않기위해 항상 힘을 기르고 비축해야 하지요.그런 피 말리는 싸움연습을 하다 윗글을 보며 "피~식" 웃어봅니다
    사람 내음이 물씬 나서요.요 몇일 왈바에 들어와 세상사는 많은 이야기를 듣고있습니다
    조금은 가슴도 아프고 .어떤때는 실실 웃기도 하구요.세상 사람들 모두 그렇게 부딪히며.웃고 울며 그렇게 살아가는 모양입니다.어제밤부터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디딤돌뒤 감춰놓은 검정고무신 너머로 서늘한 바람이 불고 이어폰에선 노랫말이 흐릅니다. "저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지친 내어깨를 떠미네" *** 백령 해병원사 ***
  • 靑竹글쓴이
    2008.10.31 16:25 댓글추천 0비추천 0
    풀민님.
    정말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요즘 담배 다시 피웁니다.
    예전에 하루 세 갑 정도를 피워댄 왕골초였는데
    2년 반을 끊었다가 다시 피우니 저도 답답하군요.

    한 가지 예를 들죠.

    저는 연세가 80세 정도는 되어 보이는
    노부부가 운영하는 조그만 구멍가게로
    담배를 사러 다니는데 집에서 좀 거리가 됩니다.
    아파트내 상가로 가서 사도 되고
    집 앞의 편의점에 가서 사면 편할 텐데
    언젠가 한 번 들렸던 그 노부부네 가게로
    굳이 잔차를 끌고 다니는 거지요.
    왜 그런지 그렇게 해야 될 것 같아서 항상 그렇게 합니다.
    이런 사실은 이렇게 글로 나타내도 그리 나쁘진 않지요.

    마누라가 친구들을 집으로 데리고 오는데
    그 중 인물이 좀 나은 아지매가 있는데
    제가 내외가 좀 심하고 보수적인 세대라서인지
    서로 대면할 때 어려워하고 예 또한 깎듯이 차립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저의 내면의 세계에선
    뜬금없이 그 아지매를 향한 음심이 불현듯 일 때가 있습니다.
    인간의 본능이라고는 해도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마다

    '허..이 무슨 망발'

    하는 생각이 뇌르를 스치고
    도덕과 양심의 잣대로 저를 매질합니다만,
    이런 내용을 글로 옮겨 나타내는 일은
    썩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랑스러워할 일도 못 되거니와
    남에게 권장할 일은 더구나 아닌 것이지요.

    '수치심'이란 말이 있습니다.
    근본적으로는 타인과 상관없이 스스로의 양심에서
    우러나는 감정이라야 옳겠지만 아쉽게도
    도덕적으로나 양심적으로 철저하게 무장한 사람을 제외하면
    대개의 사람들에게 이 수치심은
    자신의 부끄러운 행동이나 마음을
    타인에게 들켰을 때 비로소 생겨나는 감정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스스로 우리가 정이 많은 민족이라고 자부합니다.
    그러나 실상은 별로 그렇지 못합니다.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났는데 사고 현장을 지나던 외국인 부부가
    그 참혹한 현장에 차를 멈추고 피투성이가 된 희생자를 구조하려
    자신들의 옷에 피가 잔뜩 묻는 걸 무릅쓰고 애쓰고 있는데
    힘이 모자라 팔짱만 끼고 주위를 빙 둘러싼 채
    구경하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헬프 미! "
    "플리스 헬프 미!!"

    하고 외쳤지만 누구하나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더랍니다.
    그 일을 겪은 외국인이 신문에 기고한 글을 읽었었는데
    정이 많다는 한국인이 위태로운 동족의 생명 앞에
    어쩌면 그렇게 냉랭할 수 있느냐고 무척 분개한 글이었습니다.

    시민의식이 발달한 나라에선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에 장애인이 들어오면
    커가는 아이들의 정서에 도움이 된다며 환영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국은 어떻습니까?
    학부모들이 떼거지로 몰려가 학교나 유치원에 항의하는
    부끄러운 우리들의 자화상이 종종 신문이나 방송에 나옵니다.

    각자의 양심이나 살아가는 형태가 대동소이할지언정
    우리는 보편적 인간애나 사회의 정의를 추구하기 위해
    어렵지만 끊임없이 노력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2008.10.31 20:50 댓글추천 0비추천 0
    그렇죠...노력은 해야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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