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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월급

풀민이2008.10.31 19:44조회 수 980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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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첫월급은.....
1979년 이맘때 쯤이었습니다....

당시 고등학교 3학년...2학기가 훌쩍 지난 시기....

공업계 기계과에 재학 중이었던 제가....대학 진학을 할 수가 없어서....
당시 유명 건설사에 근무하시던 큰형님의 소개(??)로 갔던 곳이...
지금의 용인 양지라는 곳입니다...

그때..그곳은..정말..깡촌이라고 할 수 밖에...
잠은 허름한 막사에서 잠을 자야하고...그나마 철야 작업도 해야하는 상황인지라...
학생 신분이었던 저로서는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곳이었습니다...

그렇게 한달여 일하고 난 후....
첫 월급날이 되어..월급봉투 라는 것을 받아 보았습니다...
누~런 봉투에 작업 시간과 공제 내역이 적혀있는....

어차피 학생 입장의 실습 기간인지라..그리 큰 돈은 아니었지만....
다행히..집에 갈 차비(??)는 되었습니다...

이곳에 올때...참으로 무심하게..달랑 한끼 식사비용만 받아 가지고 왔기에...
그간....집에도 못가고....막사에서..철야 나간 사람들의 이불을 빌려다
움크리고 자고....식사는 외상(??)으로 공장 내 한밭집에서 먹고.....

암튼...그렇게 월급 봉투를 받고...눈물이 났습니다...
처음으로 제가 일을 해서 번돈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앞으로 이렇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
집으로 가기 위해서는 공장에서 양지 버스 정류장까지...약 50분을 걸어 나가야 합니다.
마침 토요일 낮 근무도 끝나고....옷 갈아 입고...걸어서 정류장을 가는데...
인근 동네에서..돼지를 잡았다고....막 잡은 돼지고기를 사 가라고 공장 사람들이
이야기 하더군요..아주 싸다고 하면서....

그렇지 않아도..이 첫월급을 가지고 어머니 내의 한벌 사고 나면..
남는 것도 별로 없어서 걱정을 했었는데.....
식구들 선물까지는 힘들 것 같아서...동네에 들려 막 잡은 돼지고기를 샀습니다...

신문지에 둘둘 말아서 넘겨 받아 봉투에 넣고.....
버스를 타고 ..지금은 이전한 용산의 남부터미널에 도착해서...집으로...

************

하지만..그날 전 통곡을 하면서..울었습니다....
형님이 가장 무서운 얼굴로....야단을 치셨기 때문입니다....

월급은..절대 손대는 것이 아니고..봉투도 뜯지 말고..집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하시면서...

울면서...올라 올 차비도 없었는데..어떡하냐고 ...대들어 보았지만....
남에게 빌려서 타고 오더라도 봉투는 절대 손대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그 일이 있은 후....
지금까지 사회생활 하면서....월급봉투가 계좌로 이체되는 지금까지....
월급은 제가 한번도 손대어 본 적이 없었습니다.....

*************************

얼마전 큰 놈이....
알바로 해서 제법 목돈이 되는 돈을 받았다고 합니다....

하는 짓거리가 아슬아슬하여...마음 졸이며 살았는데.....
소개 받은 알바 자리가 할만 하였는지...좀 늦게 집에 오는 것이 탈이지만....
잘 적응하고 지내더군요...

알바비를 처음 받던 날...
전..응당...제 아빠가 그렇게 했던 것 처럼...알바비를 집으로 가져 올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피자 한판 (동네 피잣집에서...) 달랑 들고 들어 오며....
아무렇지 않은 듯....제 방으로 들어 가더군요....

순간..옛날 형님의 말씀도 생각나고...뭐라고 해야 할 것 같아서...
큰 넘을 부르려다.....
멈짓!.....갈등을 일으켰습니다...

내 아들을 꼭 나와 같은 방법으로 살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 였습니다....
자기가 번 돈....자기를 위해 쓰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그래서....
알바비를 어디다가 쓸 것인지....아주..대략적인 이야기만을 듣고...
승락을 했습니다......

(사실 속으로는 천불이 났습니다...,,기껏 계획이라는 것이....옷도 사고..신발도 사고..
운전면허 수강도 받고....헬스도 하고....)

첫월급....
사회에서 처음으로 받는 나의 노동의 댓가인데....
적어도..어떻게 썼는지는 기억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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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 엥 풀민님니 갑장/ 아니구나 세 살 많구낭....
  • 하기사 우리 세대만 해도
    받은 월급에 손을 댄다는 게 여간 불경스러운 일이 아니었지요.
    키워 주신 부모님께 공손히 가져다 드리는 게 도리였지요.

    대학에 들어간 딸애가 과외 알바를 하더니
    하얀 봉투에 몇만 원을 넣어서 아빠 용돈이라며 내밀더군요.
    아직도 아기 같은데 벌써 이렇게 컸나 하는 생각에
    뭉클해지고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울 뿐이고
    녀석이 번 돈의 씀씀이야 제 소용에 맡길 뿐이지요.
    (다달이 주는 용돈은 아녔음..크흐흑흑)

    육체적인 힘이 주도권을 갖던 농경시대엔
    체력이 왕성해지는 약관의 나이를 넘은 자식이
    집안일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했고
    어른들은 슬슬 현장에서 뒷전으로 밀려났지만
    요즘이야 문화가 발달하고 산업이 발달하면서
    나이가 많아도 경제적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워낙 불황이라 요즘은 그 공식도 깨져가지만)
    때문에 무능력한 자식들은 환갑이 훨씬 넘은 부모에게
    마흔이 다 되도록 용돈을 타서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젊은 아이들이 궂은일을 무릅쓰고
    스스로 일한다는 것만으로도 칭찬해 주고 싶더군요.




  • 실습이라고 나간 공장에서
    인솔하신 선생님이 우편물 맡기듯 가 버리시고나서
    그 뻘쭘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 달을 벌어야 하숙비 빼고 나면
    옷 한 벌 살 돈이 안되고 하였는데
    그 때의 일이 생각납니다.

    아이들에게 우리의 살아 온 길을 강요해선 안되겠죠.

    그저 비교적 건전하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말은 해주어야겠는데~~
  • 두아이 월급을 받은적이 없습니다
    자기들이 스스로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자기들 스스로 직장에 들어가서 다니는것이 대견합니다
  • 그러게요....예전 저도 그랬던 기억이 나는군요.
    첫 직장의 월급을 지방에 계신 부모님께 드리고 내의 한 벌씩 선물 포장해서 들고 가던 기억이요.
    참....힘들긴 했지만 부모 자식간의 어려웠지만 마음 따뜻했던 추억이지 안았나 싶습니다.
    늘...건강 하시옵소서...^^
  • 저도 88년도 경기도 안성에서 첫 월급 108,000원 받던때가 생각납니다.
    참 많은것을 생각하게 만든 월급이었습니다.
  • 좋은 일화 읽고 갑니다 ^^ 저도 한번쯤 돌이켜 봐야겠네요..~
  • 저도 60년대 첫봉급 6500원으로 시작해서 직장생활을 한30년 했는데. 91년 부터 년봉은 일억이 넘었었지만 하기 싫던중에 얼마있다가 퇴직금 6억준다기에 얼른 그만 두었습니다. 직장생활 하는동안은 직장에 매여서 사람구실을 제대로 못하지요. 퇴직후 집사람하고 해외여행 많이 했습니다.쏘련도 가고 유럽도 가고 미국에만 대여섯번 갔는데. 여행할때는 주로 렌트카를 많이 이용했습니다.

    직장생활에 염증이 있었던 저는 애들에게 어릴때 부터 직장생활은 안시킨다고 공언을 했고 몸이나 건강하면 되니까 운동이나 하라고 했습니다.

    애들은 네명인데 머스마들은 체대를 나와서 작은 사업하며 건강하게 지냅니다. 직장 그거 한번 들어가면 그만두기 참 어렵습니다. 아마 손주들도 직장생활은 안시킬거라 봅니다.
  • 풀민님 아이디가 싱싱해서 젊으신 분인줄...저보다 한참 형님이시네요.
    저는 79년도에 코흘리게 였습니다..^^..
    사실 저의 6살 딸아이도 솔직히 두렵습니다.
    부모가 가르치는 것보다 세상 환경이 너무나 않좋은것에 노출이 많이 되다보니......
    부모의 자라온 어려운 시절을 말해도 아이들에겐 그저 잔소리 일뿐이라 생각됩니다.
    그래도 잊지않고 피자 한 판이라도 사온것이 어디입니까?
    나름대로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일겁니다.
    요즘 청소년들 보면 자라온 방식부터 예전 저나 풀민님 자랄때랑 많이 다릅니다.
    같은 방식으로 대하면 아이들이 싫어하죠.
    저도 걱정입니다.
    똑똑하고 잘나게만 키우려하고 너무나 풍부한 요즘 세상에서
    내 아들에게 올바른 인성교육을 어떻게 시킬지......
    성인이 되어서 올바른 생각과 좋은 성품으로 자라게 하는것이 가장큰 기쁨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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