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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줌한 날~~

구름선비2008.11.07 10:47조회 수 1632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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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가 들어 볼 방송이 있다며
볼륨을 높입니다.

같은 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질색을 하지만
저는 '날나리 신자'입니다.

마누라가 너무 강요를 한다고 생각하고
무엇이든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지론으로 살지요.

제가 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새벽기도를 다녀 온(그렇지 않은 날도 있지만)후
마누라가 극동방송을 켜 놓는 시간입니다.

출근을 위해서 알람을 맞춰 놓은 시간쯤 해서
매일 라디오를 켜 놓는 것이지요.

우리 속담에 '좋은 노래도 세 곡'이란 것이 있듯이
매일 설교를 듣는다는 것,
매일 찬송가를 듣는다는 것도 지겨운 일입니다.

그래서 라디오를 꺼 버리거나 TV나 컴퓨터의 스피커
볼륨을 더 크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오늘도 그런 날인데요.
쉬는 날이라
아침식사를 하고 나른한 기분에
침대에 누웠습니다.

어제 집 칠판에 보니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생각되는 프로그램이름과
시간이 메모가 되어 있고
'내일 꼭 들어봐야 된다'더니
그 시간이 되니 라디오의 볼륨이 높아진 것입니다.

피곤하거나 졸려서 누운 것이 아니고
아침에 눕는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누운 것이라
곧 일어났습니다.

내용도 모르고 잡혀 일어난 거지요.
멋적어서 컴퓨터를 켜고 왈바에 접속했습니다.

잠시 후
진행자의 멘트에 마누라의 이름이 나오면서
'남자의 부분은 남자 진행자가 해 주시지요'라고 하네요.
(진행자가 누구인지 모릅니다.)

마누라가 사연을 올렸다는 것을 알고
MP3를 찾아 녹음기능을 찾는데
사연은 거의 다 읽어 내려가네요.

내용이 뻘줌하네요 ^^;;

뒷 부분만 녹음하고나서
극동방송 홈피에 가 봤습니다.

아래는 마누라가 쓴 글입니다.
----------------------------------------------------------------




나의 남편이 달라졌어요!

원** (IP : 12*.18*.24*.3)  2008-11-05 22:53:38  28




(11월 7일에 방송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날 남편과 함께 듣고 싶습니다 )





"오늘은 딸래미 마중이나 나가야겠어" 남편이 말합니다.

'왠 일이래요 그런 생각을 다하고..'



며칠 전 늦은 시간, 남편이 입시생인 딸이 안쓰럽다며 외투를 걸치고 현관문을 나섭니다.

그 이후 계속 밤마다 딸과 함께 즐겁게 현관문을 열지요.

그 뿐만이 아니라 11월7일이 결혼 기념일인데 휴가를 냈답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믿질 않았는데 정말이라네요.

제가 믿을 수가 없었던 이유는 21년을 살면서 단 한번도 그런 일이 없었거든요.

결혼기념일이든, 생일이든 통 관심도 없었고

혹시나 하고 말을 꺼내면  "나 혼자 결혼했냐?"

"생일은 무슨 생일  그런게 어딨어 다 귀찮어"

하며 무시 했었던 남편인데

시간이 가고 나이 50이 넘으니

사람이 변하네요.



낙엽이 홍유릉 뒷 길에 흩날립니다

가을 빛이 낙엽 위로 쏟아지고

가을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아옹다옹 살아온지도 어언 이십여년

서로의 모난곳을 다듬기에 아파야 했던 시간들

이제 당신의 모습에 마음이 아파옵니다

한 풀 꺾인 듯한 모습

인생의 가을에 스산함이 묻어나는 당신의 야윈 모습에

가슴이 저며옵니다.

이제 우리 서로 안쓰러움이 더해가는 나이

서로 보듬으며 감싸주며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시는 그날까지

서로 마주잡은 손 기도의 손으로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위해

우리 아이들을 위해

당신과 나를 위해

이 땅에 평화를 위해



인생의 동반자로

기도의 동역자로



우리 결혼 이십 일주년을 맞아

당신께 정중히

손을 내밉니다.



사랑합니다.


(사진은 작년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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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7
  • 우~헐~!!^^ 축하 드리옵니다....지금 이 상태로 쭈~욱~해로 하시길 바래봅니다.
    근디...남자가 가정적으로 변하게 되는 것은 나이를 먹어갈수록 여성 호르몬이
    더 많이 흐르기 때문이기도 한다...라는 것을 읽은 긱억이 있습니다...^^
  • 잔잔한 감동속에 다 읽고 보니 선비님 글이군요 ^^
    MP3 찾아서 녹음 하려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참 아름다운 아내와 사는군요. 행복하시겠습니다. ^^
  • 로그인하게 만드시네요
    구름선비님에게 자전거보다 가족이....자연보다 딸아이가 좋아지셨군요
    구름선비님..........건강하세요
  • "이빨은 빠졌지만 아직은 호랑이!"라고 큰소리치고 다니지는 못하지만, 아무도 안들리게 "아직은 호랑이"라고 조용히 혼잣말을 하고는 다니기는 합니다만, 호랑이는 무슨, 동네 고양이도 못되는 거 같아서 힘이 매번 빠집니다.
  • 쩝~~
    그나저나 저 아들은 언제 키운데요...ㅎㅎ
    내도 구름님 나이정도되면 애도 저 나이쯤 되겠네요..-_-;;
    그리고 결혼축하 아니 결혼기념일을 축하해야 되나요...
    우얗튼 함께 살끼라고 다짐한날을 축하드립니다
  • 선비형님... 결혼 기념일 축하 드립니다. ^^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늘행복한 가정 이끄시길 기원합니다.
  • 항상 느끼는것이지만,
    정상이지요,지극히 정상적인 가정인데....

    왜???
    배신감을 느끼는지....ㅋㅋㅋㅋㅋ

    결혼기념일
    자알 챙기시고
    일년을 편히 보네세요.
    축하 드립니다.
  • 배신감.......
    그렇죠? 산아지랑이 형님!
    (죄송합니다.선비님!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입니다.)
  • 보기에 좋은데요.
    져주는 듯, 살면 많은 혜택(?)이 나에게 돌아오더군요.
    지금 그 모습처럼 늘 행복한 날이 되길 바랍니다.
  • 너무나도 부러운,사랑스러운 가족분들...........................
    그저 부러울따름입니다.
    부러우면 지는건데.......ㅎㅎㅎ
  • 그저 부러울따름입니다. (2)
    이렇게 부러운건 매일 져도... ㅎㅎㅎ
  • 에......에.....에......
    (말문이 막힌 풀민....훌쩍!!!)

    너무나 소중한 가정의 모습입니다.....

    (전...그저 교회에 차로 데려다 주는 것만으로 어디냐고 우기고 삽니다만....)

    (아!!..저기...경품은 뭐로 왔을까요..상품권??? 스파 입장권??...아님..관광지 호텔숙박권???)
  • 구름선비글쓴이
    2008.11.7 19:42 댓글추천 0비추천 0
    댓글 달아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스카이님,
    그게 맞는 말씀 같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여성화 되는 것 같습니다.

    s5man님,
    저에게 s5man님은 지표라고 할까요?
    모범적인 가장이시고, 단란함에 항상 부러움이 앞섭니다.

    스탐님,
    그게 좀 문제인것 같습니다.
    자전거만 중요한 것은 아니더군요.(언제 자전거를 그렇게 좋아했다고 ㅎㅎ)

    키노님,
    그런 이유도 있죠. 점차 알아서 기어야 하는 ㅋㅋ

    풍뎅이님,
    아들은 아닌데 아들이나 다름 없는 아이입니다.
    저희 집에 웃음을 주는 WD40이라고나 할까요.

    십자수님,
    십자수님처럼 딸내미를 그렇게 사랑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완벽 하신가요? 입원 하셨던 것~~

    산아지랑이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쩔뀨?

    용용아빠님,
    완전한 배신은 아닙니다. ㅎㅎ

    송현님,
    맞습니다. 마누라가 엄청 좋아합니다.

    lady99님,
    이런 게임에서 져 주시고, 다음에 이기세요^^

    kdblaw님,
    I win U lose
    감사합니다.

    풀민이님,
    상품은 꽝입니다. ㅎㅎ
  • 이틀전 영풍문고 가서 책을 좀 사고 귀가길
    종로1가 대로변 어느 커피숍 테라스에서의 노부부 두분이서
    손을 보듬으며 담소를 나누던 모습도 크로즈업 되네요...
    예전엔 주책이셔 라고 생각 했던적도 있었던거 같습니다만
    이젠 너무 보기 좋더라구요...
    ㅋㅎ 20년후 저는 또 어떤 모습으로 젊은이들에게
    보이게 되려는지...
    다들 힘들고 걱정으로 꾸려 가는 삶이지만
    밝은 미소를 떠오르게 하는 가정이 있어 희망을 갖게 하네요....
    한수 배우고 갑니다.ㅋㅎㅎㅎ
  • 축하드립니다...마음이 따스해지는 글이네요...
    그리고 감사 드립니다.ㅎㅎㅎ
    왜냐구요?...
    저는 오늘이 결혼 기념일 입니다...11주년...
    오늘 출근 할때 약간의 짜증을 내고 왔는데....구름선비님의 이글을 접하니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전화를 했습니다.
    아침에 짜증내서 미안 하다고...결혼기념일 아침부터 짜증을 냈으니...ㅋㅋㅋ
    구름선비님의 글 덕분에 한결 넉넉해지는 하루의 시작 입니다...^^*
  • 새벽기도와 방송까지는 저와 똑같네요~
    그런데 저는 ......?
    "저 들어가서 눈좀 조금 붙일 테니까 밥좀 해놓으세요"
    - 토요일 아침에 -

    구름선비님 글을 읽으면서 눈물글썽였습니다.
    저도 날라리 집사 입니다.
    마눌님은 최연소 ? 권사님 이시구요.
    언변이 좋은데다가 공부를 많이 해선지
    말 상대가 안되지요.
    전 그냥 목소리만 크게내다 나중엔 판정패 아니면
    케오패 입니다.
    무척 행복 하시겠습니다.
    예쁜딸이 있어서...
  • 선비형님 이렇게
    마감지은담에 덧글달려니 뻘쭘하네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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